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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_전시
▲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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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에 한 번은 빨간 구두를 신고 싶었다."

온통 빨강빨강빨강으로 말하고 있는 오브제들은 한 여성의 바람을 담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평범한 여성들의 역사를 발굴하고 이후 그들 앞에 펼쳐질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옷으로 쓰는 자서전>이라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아내로 그리고 사회인으로 살아온 중장년 여성 여덟 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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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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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인력 프로젝트 지원 사업으로 당진문화원에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삶 뜨기 _ 인생으로 옷을 짓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옷'이라는 매개를 통해 삶의 가장 특별하고 소중했던 한 순간을 표현해보는 작업. 이를 위해 제일 먼저 시작한 건 태어나면서부터의 나를 돌아보는 일이다.
  
프로젝트 참여자
▲ 옷으로 쓰는 자서전 프로젝트 참여자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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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어떻게 태어나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청장년기를 보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는 시간은 자기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완성되어 왔는가를 되짚어보는 중요한 작업이다. 나를 둘러싼 일상에 대한 생각, 내가 가졌던 꿈과 열망, 기쁨과 좌절, 상처와 회한의 감정들에 귀 기울이는 조금은 낯선 시간.

마음속에 숨겨두고 굳이 꺼내보려 하지 않는 크고 작은 응어리들이 다름 아닌 바로 나 스스로의 마주봄으로 풀어진다. 그리고 이 가운데 치유가 일어난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정신분석학 이론과도 닿아있는 부분이다. 청소년부터 노년까지 전 세대에 걸쳐 자서전 쓰기를 권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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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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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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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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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기고 아픈 기억은 새로운 실로 다시 엮는' 이번 작업을 통해 다양한 전시물이 대중에 선을 보였다. '옷'을 통해 들여다보는 여자의 일생 속에는 한 번도 쓰인 적 없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그리움도 있고 자식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함도 있었다. 엄마도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었다.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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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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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혼수로 준비한 자수 방석과 옷덮개를 보며 열일곱 나이의 어머니를 상상해보는 중년의 딸. 어머니가 그러하셨듯 자신 역시 언젠가 태어날 손주에게 직접 옷을 지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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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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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5월 9일 결혼식, 명동 최고의 미용실표 드레스에 신부화장까지 받은 주인공에게 남은 건 7장의 사진 뿐. 옷과 얽힌 가장 속상한 '사건'을 이야기와 함께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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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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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전 배냇저고리와 2019년의 배냇저고리가 나란히 걸려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안겨준 첫 아이, 그 아이를 낳았던 때를 생각하며 다시 배냇저고리를 만들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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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으로 쓰는 자서전 _전시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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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나이에 마흔의 엄마를 떠나보내고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제는 엄마의 그 나이마저 훌쩍 넘어버린 중년이 되어 그 시절을 돌아본다. 재봉틀 앞에 앉아 가족들 옷을 지어주시던 엄마의 젊은 날이 가슴 아프다.
  
프로젝트 참여자 단체사진
▲ 옷으로 쓰는 자서전 프로젝트 참여자 단체사진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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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는 동안 참여자들은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말없이 휴지를 건네고 차를 권하며 서로의 기쁨과 상처에 최선을 다해 귀 기울였다. 내면 깊숙이 봉인해두었던 아픔을 끄집어내고 타인과 나누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 사실은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렇듯 용기 내어 전시까지 진행해준 참여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여러분들의 인생 2막을 응원하며!!!

태그:#당진문화원, #옷으로쓰는자서전, #삶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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