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랭킹 1위. '황금세대'로 불리는 벨기에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벨기에 축구 대표팀은 올 한 해 A매치에서 10전 전승을 기록하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2019년을 보냈다.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 속에 벨기에는 내년 열리는 유로 2020 우승을 꿈꾸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 17일, 20일 '유로 2020' I조 예선에서 러시아-키프러스와의 2연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2경기 모두 벨기에의 막강 화력이 돋보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러시아를 맞아 원정에서 4-1로 대파했고, 약체 키프로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6-1 대승을 거뒀다.

사실상 적수가 없었다. 벨기에는 러시아, 스코틀랜드, 키프러스, 카자흐스탄, 산 마리노와 함께 속한 I조에서 10전 전승으로 가뿐히 통과하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화려한 스쿼드' 벨기에, 무르익어가는 마르티네스식 공격 축구
 
 벨기에 케빈 더브라위너(오른쪽)가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2020 I조 최종 10차전 키프로스와의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 터뜨리고 자축하고 있다.

벨기에 케빈 더브라위너(오른쪽)가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2020 I조 최종 10차전 키프로스와의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 터뜨리고 자축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는 기나긴 암흑기를 겪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이후 오랫동안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 종적을 감췄다.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본격적으로 출현한 것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다. 당시 마르크 빌모츠 감독 체제의 벨기에는 알제리, 러시아, 한국을 상대로 3연승을 거둔 데 이어 16강에서 연장 혈투 끝에 미국을 격파했다.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0-1로 석패하며 중도 탈락했지만 무려 12년 만에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깊었다. 

2년 뒤 유로 2016에서는 아쉬움이 더욱 컸다. 화려한 스쿼드에 비해 벨기에의 모레알 조직력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8강에서 복병 웨일스에게 충격패를 당한 것이다. 결국 빌모츠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후임으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수석 코치로는 스타 플레이어 티에리 앙리가 부임했다.

마르티네스는 스리백을 기반으로 공격 지향적인 축구로 벨기에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결실을 맺은 것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8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2-1로 격침시킨 8강전은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무르익었음을 증명한 4강에서 프랑스에 아쉽게 0-1로 패한 벨기에는 잉글랜드와의 3, 4위전을 승리로 이끌며,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벨기에는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스위스에게 조 1위를 내주며,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러나 유로 2020 예선을 통해 FIFA 랭킹 1위의 건재함을 알렸다. 에덴 아자르, 로멜루 루카쿠, 드리스 메르턴스로 구성된 스리톱은 어느 팀을 상대해도 두려움이 없다. 루카쿠의 연계 플레이는 물이 올랐고, 아자르가 측면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의 혼을 빼놓는다.

케빈 데 브라이너의 활용 방안은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악셀 비첼과 함께 데 브라이너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우고 있다. 본 포지션이 2선 공격형 미드필더인 데 브라이너의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데 브라이너는 만능형 미드필더에 가깝다. 강한 체력, 많은 활동량, 압박, 경기 조율, 킥력을 두루 갖춰 3선 미드필더로서의 재능마저 폭발시켰다. 데 브라이너가 공격에 가담하면 비첼이 뒤에서 수비에 치중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물론 데 브라이너는 상황에 따라 2선 오른쪽 윙어로 전진배치되기도 한다. 지난 9월 스코틀랜드전에서는 4-0으로 승리할 때 혼자서 1골 3도움으로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이번 키프러스전에서도 2골 1도움으로 대승을 이끌었다. 데 브라이너가 2선으로 올라가면 중앙의 빈 한 자리는 유리 틸리멩스가 메꾼다.

윙백 구성 역시 공격적이다. 특징이라면 왼쪽은 공격, 오른쪽은 수비적으로 비대칭형을 이룬다. 왼쪽은 야닉 페레이라 카라스코, 토르강 아자르가 경쟁 체제인데, 두 선수 모두 본 포지션이 2선 윙어다. 오른쪽은 그나마 전문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토마 뫼니에, 티모시 카스타그네가 버티고 있다.

벨기에는 이번 유로 2020 예선 10경기에서 무려 40득점을 쏟아냈다. 경기당 평균 4골에 달한다. 잉글랜드(8경기 37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점력이다.

30줄 넘어선 불안한 수비진, 우승 위해서는 '수비 강화' 필수

마르티네스의 전술이 너무 공격적인 것에 반해 한편으로는 수비에 대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수비시에는 파이브백을 형성하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앞에 포진한다. 스리톱의 좌우 윙포워드도 내려와서 수비 가담에 힘쓴다.

사실 벨기에는 유로 2020 10경기에서 단 3골만 내줬다. 표면적인 기록만으로는 수비 역시 강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I조에 속한 팀들의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언제나 스리백을 내세운다. 포백으로 충분히 변화를 꾀할 수 있음에도 플랜 B가 전무한 상태다. 센터백에서 얀 베르통언이 왼쪽 스토퍼, 토비 알더베이럴트가 오른쪽 스토퍼에 포진한다. 가운데 한 자리가 아직까지 공석이다. 토마스 베르마엘렌, 뱅상 콤파니, 데드릭 보야타가 번갈아가며 시험대에 오른 바 있다.

사실 오히려 더 큰 걱정은 개개인의 폼 저하다. 보야타를 제외한 센터백 자원들이 이미 30줄을 넘어섰고, 전성기에서 내려왔다. 토트넘에서 동료로 활약하고 있는 베르통언, 알더베이럴트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1990년생 보야타마저 곧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나이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수비가 강해야 한다는 게 축구계의 속설이다. 수비의 약점을 화려한 공격으로 상쇄하는 것도 하나의 전술인데, 한 골 승부로 갈리는 토너먼트에서 과연 어느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벨기에는 지난해 11월 스위스와의 네이션스리그 최종전에서 한 차례 아픔을 맛봤다. 2-0으로 앞선 경기를 2-5로 뒤집히며 충격을 선사했다. 벨기에의 수비 불안과 집중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마르티네스 감독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수비진의 노쇠화가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벨기에의 황금세대가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할 기회는 이번 유로 2020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FIFA 랭킹 1위 벨기에가 내년 여름 유럽 최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벨기에 유로 2020 예선 경기 결과
벨기에 3-1 러시아 (홈) (득점: 틸레망스, E.아자르 2골)
벨기에 2-0 키프러스 (원정) (득점: E.아자르, 바추아이)
벨기에 3-0 카자흐스탄 (홈) (득점: 메르턴스, 카스타그네, 루카쿠)
벨기에 3-0 스코들랜드 (홈) (득점: 루카쿠 2골, 데 브라이너)
벨기에 4-0 산 마리노 (원정) (득점: 바추아이 2골, 메르턴스, 샤들리)
벨기에 4-0 스코들랜드 (원정) (득점: 루카쿠, 베르마엘렌, 알더베이럴트, 데 브라이너)
벨기에 9-0 산 마리노 (홈) (득점: 루카쿠 2골, 샤들리, 알더베이럴트, 틸레망스, 벤테케, 베르샤렌, 카스타그네, 자책골)
벨기에 2-0 카자흐스탄 (원정) (득점: 바추아이, 뫼니에)
벨기에 4-1 러시아 (원정) (득점: T.아자르, E.아자르 2골, 루카쿠)
벨기에 6-1 키프러스 (홈) (득점: 벤테케 2골, 데 브라이너 2골, 카라스코, 자책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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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황금세대 피파랭킹 유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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