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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문 대통령, 국민과 대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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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나온 김성묵씨를 만났다. 김성묵씨는 세월호에 가장 늦게 탑승해 가장 늦게 내린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이다. 김성묵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전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나온 그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에게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우연히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참여신청을 받는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지원서를 작성하고 페이스북 공유와 함께 소통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공유했습니다. 모두 함께 신청해서 누가 되든 국민과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방송의 내용과 방향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간절한 마음을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김성묵씨는 1만여 명의 신청과 각각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 중 300명을 뽑아 진행한다는 사실과, 자리를 배정하지 않고 앉는 순서대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답을 들어야 하는지만 생각했던 것이다.

대통령에게 할 질문 고치고 또 고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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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국민과의 대화 참여 전 질문내용을 수정하며 정리하고 있는 김성묵씨. .
ⓒ 공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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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묵씨는 방송시작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할 질문을 고치고 또 고쳤다.

"정권이 교체되고 지난 5월 27일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일 검찰이 세월호특별수사단을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부실 수사했던 검사들이 지금의 검찰 고위층에 있고 이들 자체가 세월호참사 재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검찰은 법적으로 군과 기무사를 수사할 수 없고, 지난 정권의 청와대, 국정원, 국가안보실 등은 현실적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대통령님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와 시민들은 지금의 검찰을 믿을 수 없습니다. 이는 서초동과 여의도에 모인 촛불들을 통해서도 대통령님께서 충분히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7년의 공소시효가 마무리되는 1년 4개월이 지나면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면죄부를 받게 됩니다. 늦기 전에 대통령의 직접지시로 범정부차원의 대통령직속특별수사단을 설치하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의 약속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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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2019 국민과의 대화 출연모습. .
ⓒ 공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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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대신 방송이 끝나고 해당 질문지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민정 대변인의 '대통령께 꼭 전달해 주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꼭 해야 할 말들이 절실한 분들 300명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한정적인 시간으로 고작 10여 명의 발언이 다일 뿐이라는 것"에 많이 허탈해 했다.

"처음엔 저요! 한 마디로 발언 기회를 주었지만, 간절한 이들은 점점 큰소리로... 그냥 들었던 손이 핸드폰 불빛과 종이를 흔드는 등 그 간절함을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정말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상처를 알기에... 그 간절함을 알기에... 저까지 더 큰소리로 몸짓으로 발언 기회를 얻는다는 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성묵씨는 "그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 만큼 옆사람을 배려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럴만큼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더욱 더 잘 알기에 MBC의 미숙한 진행 등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여기 오신 많은 분들... 자신의 이야기로만 오신 분들이 아닌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각자에게는 함께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한 분의 이야기로 듣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는 304명의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러 왔습니다. 저는 5년 동안 서명에 함께하신 800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학살의 현장을 생중계로 보신 대한민국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어떠한 언론도 이야기하지 않는 이야기, 다 알고 있지만 절대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야기를 말하기 위해 왔습니다. 촛불대통령이 외면하고 있는 이야기를 말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잠시 세워두고 이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김성묵씨는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앞서 해외, 그리고 전국의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인 일명 '국민엽서'를 준비했다. 지난 9월부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메시지를 담은 엽서였다.  

"대통령에게 이 말 했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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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및 전국시민들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메세지가 담겨있는 국민엽서. .
ⓒ 공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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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2500장을 시민들로부터 받아 박스에 정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이 엽서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건 허락되지 않았다. 김성묵씨는 국민엽서를 받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며,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될 물품들이 4~5개 밖에 없어 시민들이 보내준 엽서가 누락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엽서를 적어주신 해외와 전국의 시민분들께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엽서 한 장 한 장이 너무 너무 간절하고 간절한 마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국민엽서를 시민들로부터 받아 전달할 것이며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304명, 서명에 참여한 800만, 그리고 지금도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김성묵씨는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한다.

"제가 아무리 세월호 생존자라고 해도 일반 시민에 지나지 않아요. 힘도 없고 빽도 없죠. 저와 같은 일반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한다 해도, 그 파급력이 크지 않아요. 그래도 세월호 침몰 이후부터 끊임없이 무언가 하려고 하고 있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진상규명을 위해 앞만 보고 노력하는 시민들은 다른 시민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죠. 그러나 행동을 멈추지는 않을 거예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304명을 위해 행동하는 거니까요. 비난을 받아도 좋고, 배척 당해도 좋으니 제발 세월호참사 잔여 공소시효 1년 4개월 안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서 관련자들이 처벌되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김성묵씨는 2019년 11월 22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저녁 7시 '20210415 청와대 촛불 버스킹'을 시작한다. 그는 "점점 추워지는 날씨, 인적도 거의 없지만, 세월호참사 잔여 공소시효 1년 4개월 동안 오직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운날씨에 청와대까지 오는 것이 어렵겠지만,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보태준다면 든든하고 감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성묵씨는 아직도 자신이 구해주지 못한 아이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공소시효 하루하루가 간절하다. 

태그:#세월호참사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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