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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오른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2019.11.1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오른쪽부터),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016년 12월에 제기됐으나 그동안 한 차례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법원행정처가 소송 당사자인 일본 정부에 소장을 송달했지만, 일본 정부가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여러 차례 이를 반송했기 때문이다. 2019.11.1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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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가 모두 아흔을 넘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이용수 할머니는 갑작스레 법정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법정은 술렁였다. 이상희 변호사가 할머니를 부축하려 했지만 할머니는 엎드린 채 흐느끼며 말했다.

"재판장님, 재판장님, 저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유석동 부장판사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 할머니는 울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열네 살 밤에 끌려갔습니다. 대만 신주 가미카제 부대로 갔습니다. 그 부대로 가서 전기고문, 엄한 고문을 당했습니다. (19)46년에 돌아왔습니다. 재판장님. 일본은 당당하다면 이 재판에 나와야 할 것 아닙니까. 재판에 나오지 않는 그 일본에 죄가 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여태까지 30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상규명하고,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라고 외쳤습니다. 90이 넘도록 저는 죽음을 다해서 이렇게 외치고 (법정에)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변호인단과 방청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할머니는 "너무나도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유석동 부장판사는 "의자에 앉아서 좀... 어떤 말씀하시는지 잘 알아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령으로 말을 잘 하지는 못하는 이옥선 할머니도 떠듬떠듬 발언했다.

"나이 어려서 일본에 끌려갔는데, 왜 우리가 양보해야 합니까. 양보 아닙니다. 강제로 끌려갔어요. 근데 일본은 한 번도 뉘우치지 않고. 이런 재판에 나라가 안 나오면 누가 나와야 합니까. 아베가 나와야 되죠. 우리는 공식사죄와 법정 배상을 요구하는데, 그걸 하지 않지 않아요.

할머니들 다 죽기를 기다리는데, 할머니들이 다 죽어도 이 문제 해명해야 합니다. 우리 역사에 또렷이 나와 있기 때문에 꼭 문제 해결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철모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 끌고가 다 죽이고. 한국에서 몇 십만 명 갔습니다. (일본은) 자기들이 잘했다고, 할머니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하고. 법적배상 받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유 부장판사는 무거운 얼굴로 "네, 잘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판을 마무리하며 "할머님들 나오느라 고생 많으셨고, 재판부에서 심리를 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재판은 20여분 만에 끝났다.

3년 만에 첫 재판이 진행된 이유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유석동 부장판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재판(공판)이 열렸다. 일본 정부 쪽은 출석하지 않았다.

소송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6년 12월이다. 이날 첫 재판이 열리기까지 3년 가까이 걸렸다. 일본이 송달을 거부한 탓이다. 송달은 재판참여권 보장을 위해 피고에게 소송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2017~2018년 3차례에 걸쳐 일본 외무성에 소송서류를 발송했지만, 일본은 주권 침해를 이유로 모두 반송했다.

재판부는 결국 지난 3월 공시송달을 명령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고 그 내용을 공고하는 방식으로 송달의 효력을 인정하는 제도다. 유석동 부장판사는 비어 있는 피고석을 바라보며 일본 정부의 소송 참여를 요청했다.

이날 재판은 이상희 변호사의 변론과 원고인 피해 할머니의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이 변호사는 변론에서 소송의 취지를 밝혔다.

"원고들은 단지 금전적인 배상이 아니라 이 사건 소송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약 75년 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하면서 침해 당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자유권을 회복하기 위해서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원고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피고 일본국, 일본군이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를 사법부에서 공적인 확인을 해주십사 해서 소송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일본국의 법적 책임을 명징하게 밝힘으로서 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반성을 하고자 제기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주권면제' 이론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주권면제 이론 적용 여부다. 주권면제 이론은 한 나라의 법원에서 다른 나라를 상대로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이다. 일본 정부는 이와 같은 주권면제 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변호인단은 주권면제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페리니 사건'을 제시했다.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로로 끌려갔던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대리인단은 75년 전에도 이분들을 만났다면 똑같이 법정에서 변론을 했을 것이다. 75년 전 우리 선배들이 못했던 변론을 저희가 이어가길 원한다"면서 "일제에 의해서 인격이 사실상 부정되었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에게 대한민국 헌법이 보호하는 인간임을 천명하는 재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라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내년 2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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