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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 관련 전현직 판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바라본 대법원 청사의 모습.
 대법원 청사(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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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사법부도 자칫 문제되지 않겠나..."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임효량 판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2017년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 문제 이야기였다.

그해 2월 13일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의 내부 연구모임 중복가입이 금지인데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원래 규정에 따르지 않는다면 강제 탈퇴 등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꽤 오랫동안 법원행정처가 은밀하게,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며 추진해온 일이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제왕적 사법행정을 비판해온 '국제인권법 연구회' 와해를 목적으로 중복가입 해소조치를 시행했다고 본다.

2016년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으로 근무한 임효량 판사는 이듬해 기획1심의관을 맡으며 전임 김민수 판사로부터 중복가입 해소조치 관련 업무를 넘겨받는다. 관련 공지가 법원 내부전산망(코트넷)에 올라온 뒤, 임 판사는 새로 기획2심의관이 된 이탄희 판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겨냥한 것"이라며 "사법부가 블랙리스트 프레임에 들어가면 끝장"이라고 말했다.

법정에서 검찰은 그에게 '블랙리스트 프레임'의 의미를 물었다. 임 판사는 상세한 답변을 내놨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박근혜 정부가 진보성향 문화계 인사들의 국비지원 등을 배제한 사건)가 당시 문제됐다. 공식적인 외관은 문제가 안 되지만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형태였다. 중복가입 해소조치도 제 경험이나 보고서 등을 보면 외관은 '예규에 따른 집행'이라 불법 문제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관련 자료가 국회에 제출된 터라) 결국에는 사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 같은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사법농단 사태를 세상에 알린 이탄희 변호사.
 사법농단 사태를 세상에 알린 이탄희 변호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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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윗선들이 특정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찍어누르려 했다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은 2017년 2월 이탄희 판사가 사표까지 내며 문제 제기했던 일이었다(관련 기사 : '사법 독립' 스스로 흔든 대법원... 내부 반발 이어져).

임 판사는 어느 정도 완화해 표현했지만,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 또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프레임'을 우려했다는 것은 이 일이 정당한 사법행정권 행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다소 불리한 증언이다. 변호인들은 반대신문 때 다시 한 번 임 판사에게 '블랙리스트 프레임'의 의미를 물었다.

"이전까지는 (담당 업무도 아니었고 자세한 사정을 몰랐기 때문에) 구체적 인식이 없었는데,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수면 위에 나오고보니... 아직도 기억나는데, (그때 그 조치를 보고)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임 판사는 "블랙리스트 개념은 아니다, 명단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예규에 근거했기 때문에, 합법/불법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맞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임 판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비슷한 비난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법원행정처에서 법관끼리 상급자와 하급자로 일하다가 대등한 재판부가 되면 과거 위치관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은 (법관이 아니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임 판사는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 지시로 사법행정의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이 대목을 지적하며 '법원행정처를 법관이 아닌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고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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