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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동서원의 수문장인 김굉필나무. 수령 440년인 이 은행나무는 위로 곧게 자란 경주 운곡서원의 나무와 달리 옆으로 여러 개의 가지를 한껏 뻗어
우람하고 위엄에 찬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도동서원의 수문장인 김굉필나무. 수령 440년인 이 은행나무는 위로 곧게 자란 경주 운곡서원의 나무와 달리 옆으로 여러 개의 가지를 한껏 뻗어 우람하고 위엄에 찬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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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쪽의 단풍은 절정이다. 벌겋게 불타오르는 지리산 피아골계곡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노란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도동서원을 지키는 우람한 은행나무는 얼마나 물들었을까.  

몇년 전 한 번 들른 적이 있는 도동서원을 찾았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도동서원은 조선전기 유학자로 동방오현(東方五賢)의 맏어른이신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곳으로 소수서원, 병산서원, 도산서원, 옥산서원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서원이다. 

선조 38년(1605) 유림들은 김굉필의 위패를 봉안했고, 1607년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는 뜻의 '도동(道東)'을 사액 받은 후 숙종 4년(1678) 김굉필 선생의 외증손 정구를 추가 봉안했다. 그후 홍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600여 곳의 서원이 없어질 때에도 살아남았으며 매년 2월과 8월에 향사를 올리고 있다.  
  
 주인을 부르는 문, 또는 자기 마음의 주인을 찾는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환주문은 한 사람이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작고 예쁜 문이다.
문지방 대신 연꽃문양을 새긴 돌부리를 세워놓아 겸손과 수양의 의미를 
담았다.
 주인을 부르는 문, 또는 자기 마음의 주인을 찾는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환주문은 한 사람이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작고 예쁜 문이다. 문지방 대신 연꽃문양을 새긴 돌부리를 세워놓아 겸손과 수양의 의미를 담았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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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 488호인 도동서원은 올해 7월,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돼 다른 서원 8곳과 함께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또한 서원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건물 담장이 보물 제350호로 지정돼 있다.

구마고속도로 현풍 IC로 들어서서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을 천천히 달려 다람재로 향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굳이 힘들게 고개를 넘지 않아도 되도록 다람재터널을 뚫어놓았다. 서원으로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셈이다.
 
 도동서원의 중정당. 유생들이 공부하던 장소이다. 기둥 위쪽에 두른 흰띠, 상지는 김굉필이 동방오현중 수현(首賢)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귀하고 
위대한 분을 모신 서원임을 뜻한다. 전국의 서원중 유일하다.
 도동서원의 중정당. 유생들이 공부하던 장소이다. 기둥 위쪽에 두른 흰띠, 상지는 김굉필이 동방오현중 수현(首賢)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귀하고 위대한 분을 모신 서원임을 뜻한다. 전국의 서원중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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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람재에서 내려다본 도동서원의 전경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표지석에 '산등성이가 다람쥐를 닮아 예로부터 다람재라 불렀다'는
설명이 있었다.
 다람재에서 내려다본 도동서원의 전경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표지석에 "산등성이가 다람쥐를 닮아 예로부터 다람재라 불렀다"는 설명이 있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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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재 정상에 서면 도동서원의 전경과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내려다 보인다. 곁에 한훤당선생의 시비가 서있다. '노방송(路傍松)'이라는 제목의 시가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전략) 歲寒與汝同心事(세한여여동심사)찬 겨울에도 너와 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
 經過人中見幾人(경과인중견기인) 지나가는 사람중에 몇이나 보았을고...'

고개를 내려서면 바로 서원이다. 서원 입구에 우람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김굉필 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440년에 이르며 한훤당의 외증손 한강 정구 선생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아직 단풍이 다 물들지는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꽉 찬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도동서원의 담장. 자연석을 정렬시킨 지대석 위에 자연 막돌을 쌓고 그 위에 암키와를 5단으로 줄 바르게 놓아 그 사이에 진흙층을 쌓아올리고 1미터 간격으로 수막새를 엇갈리게 끼워 넣었다. 돌과 흙과 기와를 골고루 이용한 견고한 축조기법과 함께 담장이 지형에 따라 꺾이고 높낮이가 다르게 바뀌며 만들어 내는 담장면의 변화와 담장지붕이 그리는 모습은 우리 건축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도동서원의 담장. 자연석을 정렬시킨 지대석 위에 자연 막돌을 쌓고 그 위에 암키와를 5단으로 줄 바르게 놓아 그 사이에 진흙층을 쌓아올리고 1미터 간격으로 수막새를 엇갈리게 끼워 넣었다. 돌과 흙과 기와를 골고루 이용한 견고한 축조기법과 함께 담장이 지형에 따라 꺾이고 높낮이가 다르게 바뀌며 만들어 내는 담장면의 변화와 담장지붕이 그리는 모습은 우리 건축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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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의 정문은 누각 형태의 수월루다. 도동서원은 바로 앞쪽에 흐르는 낙동강을 품기 위해 특이하게 북향으로 앉아있다. 따라서 전망을 막는 수월루는 건립 당시에는 없었는데 상량문에는 고종 31년(1894년)에 세웠다고 한다. 

수월루를 지나 환주문으로 오른다. 도포 자락을 여미고 겨우 오를 수 있는 계단과, 고개를 숙여야 들어설 수 있는 문이다. 절병통이 얹힌 삿갓지붕을 이고 있는 환주문은 다른 서원에서는 볼 수 없는 예쁘고 매력적인 건물이다. 

마당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유생들이 묵었던 거인재와 거의재가 있고 보물 제 350호인 넓은 중정당이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중정당의 기단은 자연석을 깎아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쌓았다. 경주 불국사에서도 볼 수 있는 이런 기법은 우리 선조의 지혜와 소박함을 드러낸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양쪽으로 계단을 만들었으며 네 마리의 용머리를 조각해 놓았다.

동입서출(東入西出)의 규칙에 따라 양쪽에 귀여운 다람쥐도 등장한다. 한쪽은 올라가는 다람쥐가, 또 한쪽은 내려가는 다람쥐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다소 지루했던 공부가 끝나고 한쪽에 있는 좁은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유생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도동서원과 가까운 곳에 한훤당고택이 있다. 요즘 이곳은 분위기있는 한옥카페로 인기가 많다. 고택 입구에는 수령 400년이 된 은행나무가 서있다.
 도동서원과 가까운 곳에 한훤당고택이 있다. 요즘 이곳은 분위기있는 한옥카페로 인기가 많다. 고택 입구에는 수령 400년이 된 은행나무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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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이 딱딱하고 권위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다. 도동서원에 들어서면 소소하면서도 섬세한 공간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지루한 강학 공간에 보물처럼 숨겨진 장치를 하나하나 찾다 보면 어느새 선조의 깊은 마음이 보인다. 서원 건축의 백미라는 말을 실감하며 내년에도 은행 단풍이 노랗게 물드는 날. 이 아름다운 서원을 다시 찾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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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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