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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춘 변호사(오른쪽)와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노치수 회장(왼쪽 두번째),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재심 공판을 벌인 뒤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나오면서 함께 했다.
 이명춘 변호사(오른쪽)와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노치수 회장(왼쪽 두번째),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재심 공판을 벌인 뒤 창원지법 마산지원에서 나오면서 함께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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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학살되었던 '국민보도연맹원'에 대한 재심 공판의 결론이 내년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이적행위와 관련한 구체적 증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재판부가 2개월의 시간을 준 것이다. 이 재판은 검찰의 재항고 끝에 학살 사건이 벌어진 지 69년 만에 열렸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노치수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방경비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심 공판이 8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부(재판장 이재덕 지원장, 김윤석‧김초하 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이날 검찰측은 희생자 6명의 범죄 혐의를 인정할만한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재판은 또 2개월여 뒤로 연기되었다.

검찰 재항고 기각해 열려... '이적행위' 구체적 증거 제시 못해

노 회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은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이 2014년 4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아 항고하면서 재판은 열리지 못했다.

이후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가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했고, 다시 검찰이 재항고했으며, 올해 4월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 공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재심 공판은 지난 5월 1차와 7월 2차에 이어 이날 3차로 진행되었다.

1차 공판 때 검찰측은 피해자 6명에 대해 "남로당에 가입했고, 한국전쟁 발발 후 괴뢰군과 결합해 협력하는 이적행위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측은 1차에 이어 2차에서도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날 3차 공판 때 법정에서는 유가족을 대리한 이명춘 변호사(법무법인 정도)와 창원지검 마산지청 소속 담당검사가 마주 앉아 증거자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재덕 재판장이 검찰측에 증거 자료가 있느냐고 물었고, 담당검사는 지난 10월 31일 국회에서 받은 자료가 있다고 했다. 검사가 언급한 국회 자료는 1960년 조사 보고서를 말한다.

이에 대해 이명춘 변호사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60년에 나온 국회 조사보고서를 검토했다. 그런데 그 자료를 보면 구체적인 개인 신상에 대한 내용은 없고, 마산을 비롯한 전국 지역마다 학살 피해자 숫자를 파악한 정도였다"고 했다.

이재덕 재판장이 "공소 사실을 특징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재판장이 순천지법의 관련 재판을 언급하자, 이 변호사는 "여순사건과 관련한 수형자 자료가 있지만, 재판 기록은 아니다. 그리고 마산지역의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여순사건이나 제주 4‧3항쟁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국법회의 판결이었고 그것도 공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의 범죄 사실을 특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덕 재판장은 검찰측에 "필요하면 증인 신청도 하고, 범죄 행위를 특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장은 "다음 기일까지 제출해 달라.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고 보고, 여유 있게 다음 공판 기일을 잡는 것"이라고 했다.

노치수 회장은 "자식 입장에서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해도 되느냐. 지금으로서는 피해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할아버지나 가족들한테 들었던 증언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재판장은 "유가족 입장의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장은 "다음 기일에 결심을 하겠다. 그 때까지 나온 자료로 마무리를 하겠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내년 1월 17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법정을 나온 유가족 박아무개(창원)씨는 "아버지 얼굴도 모른다. 지은 죄값을 다 치렀는데 전쟁이 나자 '교육 받으러 오라'고 해서 다시 잡아가서, 가족들한테 알리지도 않고 바다에 수장시켰다"며 "지금 같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고 했다.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는 1950년 7~8월 사이 발생한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의 진실규명 결정문'을 통해, "희생자로 인정된 사망자들에 대해 수사기관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해 영장 없이 인신을 구속함으로써 불법체포‧감금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국방경비법은 1948년 공포되었다가 1962년 군형법이 제정되면서 폐지되었다.

태그:#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국방경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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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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