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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선이 1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이 되면 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청년'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청년은 정치적 소모품 또는 동원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선거가 끝나면 기성 정치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공고한 벽을 쌓았다. 

갈수록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국회
 
국제의원연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지난 총선 기준 각국 의회 평균 연령에서 한국은 높은 축에 든다.
▲ 2016년 각국 의회 평균 연령 국제의원연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지난 총선 기준 각국 의회 평균 연령에서 한국은 높은 축에 든다.
ⓒ 홍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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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온 300명의 의원 중 20대는 아예 없고, 30대 비율은 단 1%(3명)에 불과했다.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도 55.5세로 역대 가장 높은 연령대의 국회가 만들어졌다. 이는 선거 당시 우리나라 평균연령인 약 40세(2015년)보다 15살이나 많으며, 제헌국회 당시 평균연령인 47.1세보다 8살이 많다. 

물론 나이가 많아졌다고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전체 유권자의 35%에 달하는 20대와 30대 의제의 핵심 현안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30세대는 주거, 일자리, 노동, 결혼, 대학, 교육, 결혼, 육아 등 모든 의제의 가장 큰 정책 수요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체감하는 정치 효능감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출산율만 봐도 그렇다. 정부 및 국회는 지난 수년간 단순 산출로 계산하면 아기 한 명당 1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20·30세대는 별다른 체감을 못하고 있고 실제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20·30세대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과 입법을 위해 직접 당사자인 20·30세대가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실정치의 공고한 벽,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된 정치 

그러나 20·30세대가 실제 제도권 정치로 입성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필자는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녹색당 후보로 경북 안동에 출마한 허승규(30)씨는 "현재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 고액의 기탁금 제도 등을 포함한 정치 고비용 구조는 청년뿐만 아닌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이다. 기존 공교육과 기성 정당 내에서 청소년, 청년 정치 교육 등이 취약하다는 것도 청년 정치인 양성이 어려운 원인이다. 이러한 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청년 정치라는 용어가 청년들의 정치 진출을 오히려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책 <청년 팔이 사회> 저자 김선기씨는 "젊은 세대를 청년이라는 하나의 틀로 뭉뚱그려 부르는 것 자체가 청년들에게 '청년'의 일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가 청년을 일방적으로 호명하고 동원하는 형태가 된다면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부여한 정체성에 의해서만 활동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청년 발탁 사례를 성공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많다. 장하나·김광진 전 의원을 청년 비례로 데려왔는데, 청년 세대와 소통하는 게 아니라 자기 관심 있는 활동을 주로 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2030세대가 20명 이상이 돼야 집단적 힘을 발휘한다. 그러면 한국정치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내년 총선에 국회에 입성하는 2030세대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선거 때만 호명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직접 주체가 되어 현장에서 뛰고 있는 2030 젊은 정치인들과 이야기 나눠봤다.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2030세대 지역 출마자들 
 
지스옥션 노승명 대표이사(왼쪽 사진), 독일 기민당 총수와 정원석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오른쪽 사진).
▲ 지스옥션 노승명 대표이사(왼쪽 사진), 독일 기민당 총수와 정원석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 지스옥션 노승명 대표이사(왼쪽 사진), 독일 기민당 총수와 정원석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오른쪽 사진).
ⓒ 노승명, 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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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김포(을)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인 노승명(37)씨는 회원 15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부동산 경매법인 지스옥션의 CEO이다. 노승명씨는 ▲국내 최초 부동산 경매 앱 개발 및 무료 배포 ▲부동산 비즈니스 팟캐스트 운영 ▲마포FM라디오 "부동산경매톡톡" 생방송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자수성가한 사업가 출신인 노승명씨가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지금의 기성정치로는 청년 세대의 마음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30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새로운 정치혁신을 위해 '젊은 김포, 젊은 정치' 슬로건을 내세우고 김포(을)에 과감히 출마를 선언했다"라고 밝혔다. 

정원석(31) 자유한국당 강남(을) 당협위원장은 정당 최초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제1호 영입 인재로 선발되었다. 정원석 위원장은 정치 스타트업 네트워크 청사진을 공동으로 설립했고, 바이오와 우주산업 등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산업군과 연관한 경험을 쌓았다.

정원석 위원장의 강남 슬로건은 "준비된 젊은 사자, 강남(을) 정원석"이다. 정원석 위원장은 단순히 젊음만을 강조하기보다, 탄탄한 비전과 잠재성을 본인 능력과 연결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정원석 위원장은 "단순히 젊기 때문에, 젊은이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를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치는 젊은 세대를 넘어 전 세대의 안녕과 행복을 위한 종합예술이기에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원외 정당에서도 청년 출마와 관련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녹색당은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http://www.werun2020.kr)를 진행하고 있다. 녹색당의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는 "국회의 여성 비율은 아직도 17%에 불과합니다. 남성 비율 83%, 중장년 비율 99%의 국회. 한국 사회를 발목잡는 낡은 정치, 당신이 없는 국회는 당신을 위하지 않습니다. 녹색당은 여성 비율 50%, 청년 비율 30%의 정치를 꿈꿉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여성과 청년을 엮은 출마 프로젝트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청년들이 이야기하는 정책 : 새로운 정책담론은?
 
기본소득당 당원 3,000명 돌파 홍보 웹자보이다.
▲ 기본소득당 당원 3,000명 돌파 기본소득당 당원 3,000명 돌파 홍보 웹자보이다.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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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가까이 계속된 조국 장관 임명 사태의 소모적 정쟁 속에서 180일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의 정책 이슈는 찾아보기 힘들다. 안 그래도 정치 이슈에 체감도가 낮은 청년들의 정치혐오가 더 심해질까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는 "청년세대가 실생활에서 정치적 체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당사자가 정치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건 국회의원 수 증가가 아닌 특권의 증가이다"라며 승자독식의 기존 정치구조를 개혁해야 청년들의 정치 진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본소득당도 크게 이슈가 되고있다. 발족하자마자 3000명의 당원을 넘기며 하루 200~300명씩 당원 숫자가 증가한다는 기본소득당은 내년 총선 핵심 이슈로 기복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세대는 나이로 구분되는게 아니라 사회적 역사와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라며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으로 '온 국민 매 월 60만 원 기본소득' 정책 도입을 강조했다.

보수 진영의 청년들도 기존 정책 담론에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정책 비전 제시를 강조하고 나섰다. 정현호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은 "과거 성장 중심의 신자유주의 담론들을 넘어 자유시장경제의 새로운 방향과 사회 개혁의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 담론에 치우친 가치관이 잔재한다"며 새로운 정책 비전 제시를 강조했다 

송명섭 바른미래당 강원도당대학생위원장 역시 "보수정당이 복지를 말하면 왜곡과 편견이 있는 듯 하지만, 보수의 가치에 복지는 매우 중요하다"라며 현재 수혜적 복지 시스템을 넘어 점진적으로는 복지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릅니다'    
서구 국가 중심으로 3040 국가 수반이 증가하고 있다.
▲ 세계 각국의 3040 국가 정상 서구 국가 중심으로 3040 국가 수반이 증가하고 있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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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는 31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39살, 아일랜드 버라드 커 총리는 38살, 뉴질랜드 아던 총리는 37살 등 서방국가 중심으로 30~40세대 국가 수반이 최근 들어서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 젊은 나이에 국가를 지도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을까? 바로 젊은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정치 토양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2030세대가 국회에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청년들이 정치권에서 일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의 정치는 청년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면서 당의 젊은 대변인, 거수기 정도의 역할만 주었다. 내년 선거를 계기로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이 확대되고 그 안에서 경험을 쌓고 목소리를 낼 토양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외국의 젊은 정치인들이 실제 정치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예를 든 출산율도 그렇다. 프랑스의 출산율의 경우 2.07명(2017년) 높은 편에 속한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거나,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에 대한 대처 등을 볼 때도 각 나라 젊은 지도자들이 정치 현안과 쟁점에 대하는 자세도 결코 기성 정치인들에 뒤처지지 않는다. 정치의 가치가 경험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서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르다"

웹툰 송곳에 나오는 대사이다. 청년 정치 같은 의제도 당사자 시선으로 끌어갈 때 더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내년 총선이 180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젊은 정치의 바람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청년, #총선, #정치, #투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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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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