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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서쪽으로 선을 그으면 나오는 곳이 정서진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아라뱃길 여객터미널이다. 24층 전망대에서 영종도 너머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명소다. 정서진은 낙조(落照) 명소이면서 국토종단 자전거길의 시작점이다. 인천에서 자전거길로 633km를 달리면 부산의 을숙도가 나온다. ⓒ 김진영

인천은 최초의 개항장이다. 우리네 의지보다는 외부 힘에 떠밀려 항구를 열었다. 최초의 개항지 인천이기에 '국내 최초' 타이틀이 많다. 우체국, 자석식 전화기, 증기 기관차, 근대식 공원과 교회가 100여 년 전 인천에서 최초로 만들어지고, 생겼다. 

청나라 사람들이 인천에 뿌리를 내리니 그들의 음식 문화가 우리네 맛이 된 짜장면이 인천에서 태어났다. 시간이 흘러 산업화 과정에서는 쫄면과 닭강정이 인천에서 생겨나,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인천에는 있으면서도 없는 듯, 없는 듯한데 막상 찾아보면 있는 것들이 많다. 광화문에서 똑바로 동쪽으로 선을 그으면 끄트머리에 동해 정동진이 나온다. 인기 드라마에 나온 이후로 전 국민이 아는 관광지가 됐다. 남쪽으로 선을 그으면 정남진 장흥이 나온다. 

광화문에서 서쪽으로 선을 그으면 나오는 곳이 정서진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아라뱃길 여객터미널이다. 정서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공항 가는 고속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영종도휴게소 바로 옆에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정서진으로 갈 수 있는 계단과 길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24층 전망대에서 영종도 너머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는 명소다. 주말이면 알음알음 찾아오는 가족이나 커플이 늘고 있다. 정서진은 낙조(落照) 명소이면서 국토종단 자전거길의 시작점이다. 인천에서 자전거길로 633km를 달리면 부산의 을숙도가 나온다.
 
학창시절 소울푸드였던 쫄면. 아삭한 콩나물과 쫄깃한 면발을 같이 씹어야 제대로 된 쫄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신포시장의 쫄면. ⓒ 김진영

학창시절 소울푸드, 부평지하상가의 '쫄면'

큰 도시면 다들 있는 지하상가에서 특별함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평지하상가는 전국에서 가장 큰 지하상가라는 특별함이 있다. 1400개가 넘는 점포 수로 세계 기록으로 공인받았다. 1978년 방공호로 기획됐던 지하상가와 상업시설로 만든 지하상가가 영업을 시작한 이후 3개의 다른 지하상가와 연결되면서 33개의 출구를 가진 대규모 지하 쇼핑몰이 됐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부평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에게 지하상가는 많은 점포에 대한 기억보다는 소울푸드인 쫄면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다. 복잡하고 거대한 현재의 지하상가와는 조금 거리가 먼 모습의 지하상가가 부평시장 로터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오거리 지하에 있는 탓에 원형의 모양새였다.

당시에는 옷이나 시계, 양복을 파는 상가들과 몇 개의 분식점이 있었다. 일요일이나 학교가 일찍 끝나는 토요일이면 친구들과 몰려가 쫄면을 먹었다. 쫄면 위에 얹어진 고명 가운데는 콩나물의 양이 가장 많았다. 지금처럼 양배추가 흔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콩나물이 많았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쫄면을 먹을 때마다 콩나물이 많은지부터 살핀 뒤 비빈다. 아삭한 콩나물과 쫄깃한 면발을 같이 씹어야 제대로 된 쫄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쫄면을 비비기 전에 콩나물국 국물 두 숟가락을 넣는 것도 그때부터 해왔던 버릇이다. 몇 해 전, 추억 따라 갔더니 쇠퇴한 지하상가에 분식점은 사라지고 일부 점포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공항이 있는 인천으로 가야 한다. 영종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람이 살든, 살지 않든 많은 섬들이 보인다. 새로 생긴 제2 여객터미널 근처에는 잠진항이 있다. 여객선이 다니던 항구였지만 갯벌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기면서 뱃길에 이제는 차로도 왕래한다.

잠진도를 지나 지난 4월에 임시 개통한 무의대교를 건너면 무의도에 닿는다. 인천은 다른 대도시와는 달리 많은 섬을 품고 있다. 그 가운데 몇몇 섬은 육지와 연결돼 차로 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 됐다. 인천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섬의 바다는 회색빛이다. 
  
인천 영종도의 낙조. ⓒ 김진영
 
농업과 어업이 공존하는 인천의 섬들

인천의 끝이 국철 1호선의 종착역인 인천역 주변이 아닐까 싶지만, 배 타고 바다 서쪽으로 네 시간쯤 가면 백령도가 나온다. 인천의 바다가 비로소 끝나는 지점이다. 북쪽으로는 강화도, 남쪽으로는 영흥도까지 품고 있는 인천의 바다는 꽤 넓다. 월미도나 소래포구, 연안부두에서 바라보는 인천 바다는 갯벌 탓에 탁한 회색빛이다. 

회색빛 바다는 육지 항구를 벗어나 자월도를 지나 덕적도에 닿을 때쯤 옥빛으로 변해간다. 조금 더 지나 대청도와 백령도에 닿으면 밝은 옥빛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동해나 남해의 푸른빛 바다와는 다른 인천만의 바다색이다. 인천의 바다는 회색빛도 있고, 옥빛도 있다. 

인천의 바다에는 42개의 유인도가 있다. 그 가운데 6개는 다리로 연결된 섬 아닌 섬이지만, 나름 꽤 많은 유인도가 인천에 있다. 바다에 섬이 있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계절에 따라 나는 것들이 많지만, 짜장면이나 밴댕이처럼 널리 알려진 것은 드물다.

백령도, 영흥도, 강화도는 농업과 어업이 공존하는 섬이기 때문에 다양한 농·수산물이 난다.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백령도 사곶해수욕장 한편에는 다시마와 미역 양식장이 있다. 보통의 미역이나 다시마 양식장은 바다에 있지만 백령도는 육상에 있다. 

기장이나 완도에서 나는 다시마가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그 시작점 가운데 하나가 백령도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 백령도에서 키운 다시마 종묘(식물의 모종과 같다)는 전국의 다시마 양식장으로 보내진다. 사곶해수욕장의 육상 양식장은 양식장이 아니라 종묘장이다. 종묘장과는 별도로 백령도에서 양식한 다시마는 다른 지역 다시마와는 키우는 시간이 다르다. 

백령도 근해의 연평균 수온은 22℃로 낮다. 수온이 오르면 다시마는 자라지 못하고 녹는다. 기장이나 완도의 바다에서 여름이 오면 다시마 수확을 끝내는 이유도 높은 수온 때문이다. 백령도 다시마는 해를 넘겨 이듬해에 수확하기 때문에 끓이면 국물이 깊고 시원하다. 

서울에는 평양냉면, 부산에는 밀면, 진주에는 진주냉면이 있다면 백령도에는 백령도 냉면이 있다. 까나리액젓으로 맛을 내고 생강으로 향을 더한 육수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백령도의 여름 맛이 냉면이라면, 이웃인 대청도의 여름 맛은 성게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작업할 사람도 적어 바다에 지천이지만 생산량이 적다. 대청도 항구 식당에서 먹는 성게 비빔밥의 향긋한 맛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강화 갯벌 장어는 전량 전북에서 받는다. 전북에서 정성스레 키운 장어가 강화 갯벌을 만나면 새로운 맛으로 변신한다. 강화 바닷가 한편에 둑을 만들고 갯벌을 깊게 파서 양식장을 만든다. 거기에 바닷물을 채우고 6개월 동안 물을 순환시키며 천연 갯벌과 비슷한 생태계를 만든다. 6개월쯤 지나면, 1년 이상 키운 장어를 그 양식장 안에 넣어 기른다. ⓒ 김진영
 
힘센 놈만 살아남는 '강화 갯벌 장어'

민물장어(이하 장어)는 전라북도에서 가장 많이 양식한다. 장어는 민물과 바다를 오간다. 연어는 성장하러 바다로 나가지만, 장어는 성장기에 민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과 괌 사이의 깊은 바다에서 깨어난 장어 치어는 해류를 타고 한반도에 도착한다. 

매년 봄이면 강어귀에서 치어잡이가 한창이다. 그렇게 잡은 치어는 양식장으로 보내진다. 국내에서 잡히는 치어의 양으로는 전국 양식장에 다 공급할 만큼 충분하지 않기에 수입에 의존한다. 장어라고 다 같은 장어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먹은 장어의 종은 동양계인 자포니카 종이다. 자포니카 종의 치어가 부족하다 보니 유럽 종이나 호주, 미국 등의 장어 치어를 들여와 양식한 것도 있다. 살이 많고, 큰 모양새에 가격까지 저렴하지만 식감과 맛은 다르다.

강화 갯벌 장어는 전량 전북에서 받는다. 전북에서 정성스레 키운 장어가 강화 갯벌을 만나면 새로운 맛으로 변신한다. 강화 바닷가 한편에 둑을 만들고 갯벌을 깊게 파서 양식장을 만든다. 거기에 바닷물을 채우고 6개월 동안 물을 순환시키며 천연 갯벌과 비슷한 생태계를 만든다. 

천연의 것과 같지는 않겠지만 갯지렁이, 게, 망둥이 등 갯벌에서 사는 생물들이 자연스레 양식장에 터를 잡는다. 그렇게 6개월쯤 지나면, 1년 이상 키운 장어를 그 양식장 안에 넣는다. 처음 보름 동안은 장어들이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환경이 다른 갯벌 양식장에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갯벌 양식장은 염도가 높아 병약한 장어는 자연도태되기도 해 건강하고 힘센 장어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보름쯤 지나 갯벌 양식장에 적응한 장어들은 슬슬 먹이 활동을 한다. 살찌울 만큼의 먹이는 아니지만, 적당히 먹고 많이 움직인다. 그렇게 지방은 빠지고 근육이 늘어나는 기간이 75일에서 90일 가량. 그런 뒤에야 비로소 강화 갯벌 장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인천 백령도의 백고구마. ⓒ 김진영

단맛이 가득 들어차는 가을의 식재료

가을의 강화도는 단맛이 가득하다. 강화도에서 재배하는 속노란 고구마 수확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단맛은 고구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찬바람이 먼저 도는 서해 바람이 순무에 단맛을 불어 넣는다. 순무밭을 지난 찬바람은 고개 숙인 벼 이삭에도 단맛을 가득 채운다. 

강화에서 재배하는 삼광, 추청, 고시히카리 품종의 쌀이 찰지고 단 이유가 차가운 서해 바람 덕분이다. 전어조차 맛이 드는 가을에 낙지보다 맛있는 것이 바로 쌀이다. 쌀은 갓 수확했을 때가 가장 맛있다. 시간을 두고 추위와 습기와 더위를 만나면서 시나브로 맛이 떨어진다. 가을은 쌀이 가장 맛있는 때다.

더위가 물러날 준비를 하는 말복 즈음이면 영흥도가 달콤해진다. 바로 옆 대부도는 이미 수확을 끝냈거나 한창이지만, 영흥도는 그제서야 포도 수확을 한다. 영흥도는 평균 기온이 낮고 일교차가 큰 까닭에 다른 지역보다 포도 수확 시기는 늦지만 당도가 높다. 알알이 찬바람에 실려 온 단맛이 포도알 안에 가득 들어찬다.

영흥도 포도가 적은 생산량에도 인기 많은 이유는 단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포도 하우스 옆을 슬쩍 보면 빨간 고추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수확한 고추는 바람이 잘 통하는 하우스에서 건조되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맵지만 단맛이 도는 영흥도 고춧가루 맛을 아는 사람들은 다른 누가 채가기 전에 먼저 사가기 때문이다. 
 
홍어는 전라남도 흑산도가 유명하지만, 어획량은 대청도가 '갑'이다. 홍어는 서해를 회유하는 어종이다. 가을과 겨울 차진 대청도 홍어 맛은 '갑 중의 갑'이다. 톡 쏘는 암모니아 향에 취해 먹는 삭힌 홍어가 숙성의 맛이라고 한다면, 대청도 홍어는 찰떡보다 차진 맛이 일품이다. ⓒ 김진영

홍어 어획량이 '갑 중의 갑'인 대청도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연평도, 대청도에서 나는 것들이 맛있어진다. 연평도는 을 수게잡이를 하고, 대청도는 홍어잡이가 한창이다. 홍어는 전라남도 흑산도가 유명하지만, 어획량은 대청도가 '갑'이다. 

홍어는 서해를 회유하는 어종이다. 가을과 겨울 차진 대청도 홍어 맛은 '갑 중의 갑'이다. 톡 쏘는 암모니아 향에 취해 먹는 삭힌 홍어가 숙성의 맛이라고 한다면, 대청도 홍어는 찰떡보다 차진 맛이 일품이다. 대청도에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그 다음으로는 연안부두 어시장에서도 맛볼 수 있다. 

봄이 오면 찾는 꽃게와 주꾸미, 봄이 깊어지면 찾는 밴댕이, 뜨거운 여름 불 앞으로 모이게 하는 조개구이가 자연의 맛이라면, 짜장면, 닭강정, 쫄면은 인천을 대표하는 도시의 맛이다. 넓은 바다와 섬을 가진 인천은 그보다 더 다양한 맛이 있지만, 아는 사람만 찾는 맛이다. 인천은 목포나 부산처럼 항구이자 미각이 살아있는 도시임에도 국제공항과 짜장면으로만 널리 알려져 있다.

인천은 사계절 내내 나는 것이 많다. 흔히 미식이나 맛을 이야기할 때 어느 식당이, 흑은 누가 요리했는지를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기획기사 <사계절 '인천의 맛'>은, 인천의 맛집이 아닌 인천 곳곳에서 나는 다양한 식재료에 관한 이야기다. 미식은 맛집이 전부가 아니다. 맛있는 식재료를 찾는 것도 미식이다. 다양한 식재료가 나는 인천은, 그래서 미식의 도시다.
 
우리나라 짜장면의 원조는 인천이다. 짜장면은 인천 '도시의 맛'을 상징하는 대표 음식이다. ⓒ 김진영
태그:#인천의맛, #식재료, #미식의도시,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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