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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 당사자 명린에게서 제공받은 사진이다. 10월 6일 오후 6시, 당시 피해 현장이 담겼다. 사진 : CBC (City Broadcasting Channel)
 피해 당사자 명린에게서 제공받은 사진이다. 10월 6일 오후 6시, 당시 피해 현장이 담겼다. 사진 : CBC (City Broadcasting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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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취재기자의 얼굴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함께 있던 촬영기자도 화염에 휩싸였다.
두 명 모두 기자 신분을 나타내는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들이 부상 당한 건 10월 6일 오후 6시께. 아비규환과도 같았던 홍콩 시위 현장에서는 어떤 것도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부상 당한 홍콩의 취재 기자의 이름은 명린(Ryan Kwan)이다. 그는 홍콩라디오텔레비전(Radio Television Hong Kong, 약칭 RTHK)의 기자다. RTHK는 홍콩의 공영 방송국으로, 홍콩에서 가장 공신력 높은 방송국으로 평가받는다. 위 내용은 명린이 전해준 당시 현장이다.

현재 명린은 왼쪽 얼굴과 왼쪽 귀에 2도 화상을 입은 상태다. 청각은 정상이지만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부터 몇 차례, 부상 당한 명린 기자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에게 사고 당시의 상황과 홍콩 시위 현장에 대해 물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홍콩은 더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 당시 사고는 어떻게 발생한 건가.
"10월 6일 오후, 나는 홍콩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기 위해 완차이(Wan Chai) 지역으로 갔다. 나와 촬영기자는 시위자와 경찰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오후 6시 정도였을까. 경찰들이 시위대 쪽으로 이동하자, 시위대에서 화염병으로 추정되는 것을 던졌다.

조건이 안 좋았다. 비가 계속 오는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비를 입고 다녔고, 촬영기자는 비닐 같은 것으로 카메라를 덮고 있었다. 이게 도화선이 됐다. 나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닿았고, 내 우비에 불이 옮겨 붙었다. 이게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다보니, 불은 더 빠르게 확산됐다. 곧 불은 내 왼쪽 얼굴과 귀로 번졌다."
 
 피해 당사자 명린에게서 제공받은 사진이다. 10월 6일 오후 6시, 당시 피해 현장이 담겼다. 사진 : CBC (City Broadcasting Channel)
 피해 당사자 명린에게서 제공받은 사진이다. 10월 6일 오후 6시, 당시 피해 현장이 담겼다. 사진 : CBC (City Broadcasting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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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처는 어떻게 이뤄졌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시위대 일부)이 내 얼굴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달려왔다. 나는 현장에 있던 사람 2명에게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구급대원 쪽에서는) 현장이 너무 복잡해서 구하기가 어렵다는 답이 왔다. 

그때 시위 현장에 있던 응급처치 자원봉사자가 나를 발견하고는 먼저 물로 상처를 씻어줬다. 그런데, 그때 경찰이 우리 방향으로 최루탄을 던졌다. 물론 그들이 고의적으로 내가 치료받고 있는 곳에 최루탄을 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최루탄을 던질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응급처치를 받던 쪽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상처를 씻어내던 도중, 경찰이 던진 최루탄을 피해 어떤 시장 안 쪽으로 도망가야 했다. 그곳에서 대피하고 있다가, 약 10분 뒤에 구급차가 도착해서 병원으로 호송됐다."

- 최근 홍콩 시위 현장에서 많은 취재 기자들이 부상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히 많다. 실명한 인도네시아 기자뿐만 아니라 다리에 총상을 입은 기자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11일 기준) 나도 가장 심한 사례에 속하는 것 같다."

(지난 9월 29일, 현장을 취재하던 인도네시아 기자는 홍콩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오른쪽 눈을 영구 실명했다.)

- 시위대를 비롯한 홍콩 시민들의 피해 사례도 상당한데.
"그렇다. 최루탄으로 인한 호흡곤란 문제도 있고, 경찰에 체포될 때 부상입은 사람도 많다. 그 과정에서 팔이 부러지거나 뇌출혈이 발생한 사람도 있다."

- 최근 시위 양상은 어떻다고 보나.
"더 위험해졌다. 특히 캐리람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후 시민들의 반발이 더 심해졌다고 본다. 이전 시위보다 분명 더 격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시위는 경찰로부터 허가 받기도 더 어려워졌다. 현재 홍콩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시위는 불법으로 진행되는 것들이다."

(지난 4일, 홍콩 정부는 52년 만에 '긴급법'을 발동해, 5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홍콩에서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할 경우 최대 1년 징역형이나 2만 5000홍콩달러(약 38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시위자로 위장해 최루탄 던지는 경찰도 목격

- 경찰의 대응 수위는 어떤가.
"현재의 홍콩 경찰들은 어떤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시위대를 비롯한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해 간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한 쪽으로 사람들을 몰면서 폭력으로 진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찰은 시민들을 상대로 실탄까지 발사한다. 이런 경찰의 폭력 대응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심지어 경찰이 시위대로 위장해 최루탄을 던지거나 지하철역을 파괴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는 시위대 진영으로 자연스레 들어가서 시위대들을 더 많이 잡기 위함이다. 그래서 많은 홍콩사람들이 경찰을 믿지 않는다."

- 현재의 홍콩 상황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홍콩은 더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의 홍콩 시위는 송환법에 반대하면서 촉발됐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 이후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6월부터 4개월 가량 시위가 이어져오면서 홍콩의 많은 문제들이 노출된 것이다. 예컨대 경찰의 폭력성, 캐리람 행정장관의 독재, 일국양제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의 실패와 같은 것들이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홍콩 정부가 경찰의 편에 서 있다는 거다. 정부는 경찰의 폭력 행태를 조사하기 위한 독립조사위의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국제 언론이 경찰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춰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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