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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번지를 식당 이름으로 삼은 'Restaurant 34'의 식구들. 피오르 옆 작은 마을, 스트린(Stryn)에서 3명의 친구가 식당 하나를 동업하며 일과 일상의 깨달음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마을 번지를 식당 이름으로 삼은 "Restaurant 34"의 식구들. 피오르 옆 작은 마을, 스트린(Stryn)에서 3명의 친구가 식당 하나를 동업하며 일과 일상의 깨달음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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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비올리(Bjorli)를 출발해 11굽이의 트롤스티겐(Trollstigen)를 올라 예이랑에르(Geiranger)에서 헬레쉴트(Hellesylt)까지 페리로 이동하면서 예이랑에르 피오르(Geirangerfjord)의 경이로움을 음미했습니다.

송네피오르(Sogne Fjord)로 가는 중에 피오르 옆 작은 마을, 스트린(Stryn)에 정차했습니다. 허기를 긋고 가야 했습니다.
 
피오르 마을, 스트린(Stryn). 마을에 바다로 바로 연결된 강이 흐르고 산세는 빙하가 흐르며 U자형으로 깎인 협만입니다.
 피오르 마을, 스트린(Stryn). 마을에 바다로 바로 연결된 강이 흐르고 산세는 빙하가 흐르며 U자형으로 깎인 협만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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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자 제일 먼저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계수나무의 하트 잎이 먼저 반겼습니다.
 
9월 중순. 이미 이 마을의 나무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9월 중순. 이미 이 마을의 나무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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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들린 식당은 스포츠용품점 옆 'Restaurant 34'. 식사뿐만 아니라 바와 카페 역할을 겸하는 로컬 음식점이었습니다.
 
평범한 마을 로컬 식당인, Restaurant 34
 평범한 마을 로컬 식당인, Restaurant 34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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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스테이크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실내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식당의 빨간 벽에 빼곡한 문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식당은 실내 벽면을 활자들로 채웠습니다.
 이 식당은 실내 벽면을 활자들로 채웠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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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HOME WE ARE A FAMILY(이곳에서는 모두 한 가족)
BE HAPPY(행복하세요)
LAUGH OUT LOUD(크게 웃고)
USE KIND WORDS(친절한 말을 쓰고)
RESPECT ONE ANOTHER(서로 존중하고)
DREAM BIG(꿈은 크게)
ALWAYS TELL THE TRUTH(진실만을 말하고)
NEVER GIVE UP(포기는 말고)
SAY I LOVE YOU(사랑한다는 말을 하세요)
KEEP YOUR PROMISE(약속은 지키고)
GIGGLE AND BE SILLY(킥킥거리고 바보가 되어보기도 하고)
DO YOUR BEST(최선을 다하며)
TRUST IN YOURSELF(스스로를 신뢰하고)
HUG OFTEN(때때로 안아주며)
CHERISH EVERDAY(매일을 소중히)

맞은편 흰 벽도 문장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인용구 벽장식(Wall Quote)의 문구들을 하나하나 음미했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인용구 벽장식(Wall Quote)의 문구들을 하나하나 음미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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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every moment,
Laugh everday,
Love beyond words.
(매 순간을 생기있게, 웃고, 말이 담아낼 수 없는 사랑을 하세요.)

이 식당에 들어올 때의 무채색 분위기와는 달리, 엄마의 잔소리 같은 여러 격문들을 읽고 나니 엷은 주황으로 물든 계수나무의 하트 잎 같은 느낌으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서빙 중인 웨이터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인용구 벽장식(Wall Quote)으로 인테리어를 할 생각을 한 사람이 누구예요?"
"저의 보스입니다."
"그 보스는 지금 이 식당에 계시나요?"
"네, 저 부스에 계신 분이요."

맛난 로컬 연어 접시를 얼른 비우고 웨이터가 알려준 남자에게로 갔습니다.
 
감자와 연어, 그리고 수프. 소박한 로컬 음식입니다.
 감자와 연어, 그리고 수프. 소박한 로컬 음식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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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세요?"
"네. 맞습니다만 두 분의 사장님이 더 계세요. 한 사람은 바로 제 곁의 이분이고요, 다른 한 분은 주방에 계세요. 그분은 셰프이거든요."
"벽을 저런 격문들로 장식할 아이디어를 낸 분은 누구세요?"
"바로 이 사람입니다. 저의 공동사장님인 수제트(Susete)예요."
"그럼 이 문구들을 고른 사람은 누구세요?"
"(수제트)제 남편 디아고(Tiago)의 말대로 제가 아이디어를 냈지만 공동창업자인 셰프 비기디스(Vigidis)가 문장들을 골랐어요."
"비기디스도 만나볼 수 있나요?"
"(디아고)그럼요. 이제 거의 모든 주문이 서브되었으니 오시라고 할게요."

잠시 뒤 비기디스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웨이터와 함께 왔습니다.

"(비기디스)안녕하세요? 식사는 어땠나요?"
"이곳 로컬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풍미였어요. 따뜻한 수프도 오늘 비 오는 날씨를 위로하는 맛이었습니다."
"(비기디스)역시~"

"비기디스도 사장님이시라면서요?"
"(비기디스) 넵. 이 부부와 함께 5년 전에 함께 요식업 회사를 세웠지요."
"두 사장님은 부부에요?"
"(비기디스) 그렇습니다."
"그럼, 비기디스의 남편은?"
"(비기디스) 제 남편은 제가 차버렸어요. 그리고 지금은 제 옆자리를 비워두었지요."
"ㅎㅎㅎ 대단한 결단력입니다. 벽의 저 긍정적인 문구들과 당신의 표정과도 닮은 듯하고요. 저 문구들을 당신이 선택했다고 들었어요."
"(비기디스) 제가 여러 개를 선정하고 함께 상의해서 결정했지요."
"저 문구들을 고른 기준이 있나요?"
"(비기디스) 제가 살고 싶은 태도이고, 이곳을 방문하는 분도 그랬으면 좋을 것들이요."
"그럼 본인은 그렇게 살고 계시나요?"
"(비기디스) 그렇기도 하고 때때로 그렇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최소한 그러려고 하는 노력은 변치 않지않아요."
"항상 똑같은 마음일 수는 없지요. 때때로 신도 분노하는데... 사람은 노력하는 존재 같아요."
 
친구처럼 사는 부부가 세프인 한 친구와 뜻을 합해 'TeeGodeVennner A/S(세 명의 좋은 친구)'라는 회사를 세우고 마을식당을 냈습니다.
 친구처럼 사는 부부가 세프인 한 친구와 뜻을 합해 "TeeGodeVennner A/S(세 명의 좋은 친구)"라는 회사를 세우고 마을식당을 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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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34'의 34는 무슨 의미인가요?"
"(디아고) 이 집의 번지입니다."
"세 분이 의기투합하고 회사를 세웠다고 했는데 그 회사 이름도 Restaurant 34인가요?"
"(디아고)아니요. Restaurant 34는 이 식당의 이름이고요 이 식당을 운영회사명은 'TeeGodeVennner A/S'입니다. '세 명의 좋은 친구'라는 뜻이에요."
"우정이 느껴지는 이름이군요."
 
'세 명의 좋은 친구'라는 뜻의 회사이름처럼 고객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러 귀찮은 질물을 하는 제게도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주었습니다. 제게 그들은 좋은 친구로 남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좋은 친구"라는 뜻의 회사이름처럼 고객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러 귀찮은 질물을 하는 제게도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주었습니다. 제게 그들은 좋은 친구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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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에서는 이 식당만 운영하나요?" 
"(수제트) 공간은 이곳 하나이지만 이 지역 커뮤니티의 사랑방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디아고는 포르투갈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 식당에서는 노르웨이 음식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음식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지요. 식당 홀 뒤에는 더 넓은 커뮤니티 공간이 있어요. 그래서 간혹 마을 사람들의 전시도 하고 다른 공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셔플보드(shuffleboard) 대가 있어서 이웃 사람들이 이곳에서 여가를 보내고 소통하며 지낸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시트린, #RESTAURANT 34, #노르웨이, #우정, #피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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