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감독 반태경) 시사회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상영관에서 진행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감독 반태경) 시사회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상영관에서 진행됐다. ⓒ CBS

 
친일과 친독재의 부끄러움을 참회도 청산도 하지 못한 한국 기독교에 각성을 촉구하는 영화가 개봉한다. 당대에는 이기지 못했지만 역사에서는 승리한 기독교인들의 항일투쟁을 담은 영화다. 

북간도 기독교인들의 항일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감독 반태경) 시사회가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상영관에서 진행됐다. CBS(사장 한용길)가 제작·배급하는 이 영화는 오는 17일 개봉된다.
 
시사회에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한완상 위원장, 정세균 전 국회의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제2차관, 배우 문성근, KBS 이사장인 김상근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육순종 총회장,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 등을 비롯해 크라우드펀딩으로 이 영화를 후원한 시민 등 250여명이 초청됐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방송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새해 첫날과 둘째 날 이틀 연속 CBS-TV를 통해 2부작으로 방송됐지만 종교 채널의 한계로 관중을 충분히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인들의 항일투쟁을 널리 알리자는 뜻이 모아지면서 제작비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진행되고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을 지낸 작곡가 류형선이 영화음악을 맡으면서 <북간도의 십자가>는 영화로 거듭났다.
 
친일과 세습으로 얼룩진 한국 기독교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 영화 포스터

북간도의 십자가 영화 포스터 ⓒ CBS

 
한국 기독교가 <북간도의 십자가>를 만들지 못한 채 3.1운동과 임정수립 100주년을 보냈다면 참담했을 것이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친일과 친독재와 탐욕과 세습으로 얼룩진 한국 기독교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다. 민족이 당할 고난을 앞장서 당하면서 민족의 구원을 위해 항일투쟁에 나섰던 북간도 기독교인들의 순교 역사를 100년이 되도록 복원하지 못한 채 남의 땅이 되어버린 북간도에 그대로 묻어 두었다면 역사의 돌들이 이렇게 외쳤을지도 모른다.
 
기독교는 비겁한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침묵의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배신의 종교가 아니다.

조국이 고난에 처하고 민족이 위기에 처하자 앞장서서 총을 들고 싸운 북간도 기독교, 그냥 싸우지 아니하고 십자가를 들고 싸운 북간도 기독교, 한손엔 총을 들고 가슴엔 십자가를 새겼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다 순교한 북간도 기독교, 명동학교와 명동교회를 불태운 일제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항일투쟁의 십자가와 총을 든 북간도 기독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소망했던 북간도 출신 순교자 윤동주 시인이 태어나고 묻힌 땅 북간도.
 
만주(滿洲)라고도 불린 북간도(北間島)는 항일독립운동의 기지였던 명동촌(明東村)과 윤동주 시인의 고향 용정(龍井), 일송정(一松亭) 푸른 솔과 한줄기 해란강(海蘭江)이 말없이 흐르는 곳으로 현재는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지역이지만 99년 전엔 봉오동·청산리전투가 벌어진 독립전쟁의 빛나는 승전지이고, 나라를 빼앗긴 조선 기독교인들이 민족의 십자가를 세운 땅이다.
 
CBS는 3.1운동 및 임정수립 100주년을 맞아 ▲북간도 그리스도인들의 순교 정신을 되살리고 ▲한국 기독교에 경종을 울리면서 민족의 십자가를 새롭게 하고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으로 민주주의 정착에 기여한 한국 기독교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정의로운 그리스도인·시민들과 함께 다큐멘터리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를 만들었다.
 
원로 역사학자 대거 참여... 북간도 출신 문동환 목사 영전에 바친 영화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의 기독교 역사학자들이 북간도의 십자가에 출연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의 기독교 역사학자들이 북간도의 십자가에 출연했다. ⓒ 김세영

 
<북간도의 십자가>는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식 후원 작품이다. 이와 함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등이 후원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상지대 이사장,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을 지낸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북간도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서굉일 한신대 명예교수, 감리교신학대 교수를 지낸 이덕주 목사, 북간도 출신인 미국 하와이대 서대숙 명예교수, KBS 이사장 김상근 목사 등이 영화에 참여하고 (사)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가 자문했다. 역사작가 심용환이 출연했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 선생이 내레이션을 맡았으며 변상욱 대기자는 <북간도의 십자가> 스페셜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문동환 목사 영전에 바친 <북간도의 십자가>. 배우 문성근은 내레이션을 맡았다.

문동환 목사 영전에 바친 <북간도의 십자가>. 배우 문성근은 내레이션을 맡았다. ⓒ CBS

 
<북간도의 십자가>는 고(故) 문동환 목사의 유작이다. 2018년 초부터 제작에 돌입한 CBS-TV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병상의 문 목사를 찾았다. 북간도 출신인 문 목사는 고향 마을 언덕에 핀 나리꽃과 어린 시절 손잡고 다니던 형 문익환 목사를 그리워했다. 그러면서 <북간도의 십자가>를 통해 '역사'와 '예수'에 대한 메시지를 이땅에 남기고 본향인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진지하게 살면 역사와 통하게 되고 예수님하고 교류하게 되는 경험을 가질 거야. 그것이 가장 중요하지. 내가 영웅적으로 살았다는 게 아니라 역사가 나를 그렇게 끌고 갔지. 역사가 우리를 만들어줘!"
 
역사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고 예수는 무덤 속에 있지 않고 살아서 역사한다고, 역사 앞에서 진지하게 살면 예수를 만날 수 있다고,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돈과 힘이 아니라 역사라고, 준엄한 역사는 비겁한 침묵과 배신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역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역사가 우리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지난 3월 9일 98세에 본향(本鄕)인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북간도의 십자가> 제작진은 일제 강점기에 북간도에서 태어나 한국 기독교와 민주주의를 위해 한평생 헌신하신 문동환 목사의 영전에 이 영화를 바쳤다.
 
블랙리스트 작곡가의 영화음악...류형선 "음악 다큐로 만들었다"
 
 전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류형선

전 국립국악원 예술감독 류형선 ⓒ 류형선

 
<북간도의 십자가>는 박근혜 정권에 찍힌 작곡가의 참여로 뜨거워졌다.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을 지낸 류형선 작곡가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그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고(故) 문익환 목사에게 추모 앨범을 헌정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에서 부른 평화의 노래 '깍지 손 평화'(부제 '평화에게 말 걸기')를 작곡하고 프로듀서로 뮤직 앨범 제작에 참여했다. 류 감독은 416합창단, 615 합창단, 이소선 합창단 등 100여 명의 연합 합창단 지휘와 음악감독을 맡아 범국민대회에서 공연했다. 류형선 감독이 밝힌 <북간도의 십자가> 영화음악 제작에 대한 소회는 아래와 같다.
 
"<북간도의 십자가>를 '음악 다큐멘터리'로 만들 작심이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음악이 끊임없이 흐르게 했습니다. 가야금, 대금, 거문고, 아쟁, 피리, 해금, 양금, 장구, 북, 징이 기타, 피아노, 키보드, 미디 프로그래밍, 현악 앙상블의 안온한 돌봄을 받아 수런수런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쪼록 북간도의 십자가를 거머쥐고 일제의 강점과 독재의 유린과 분단의 상흔을 온 몸으로 맞서 온 '한국 기독교의 자랑스러운 첫 열매'가 약육강식과 맘모니즘에 영혼을 투항해 버린 오늘의 한국 교회를 새롭게 일깨워 주는 거점으로 부활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반태경 감독의 뚝심이 만든 영화... "한국교회 회복에 밑거름되길"
 
 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반태경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역사작가 심용환

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반태경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역사작가 심용환 ⓒ CBS

 
CBS-TV 반태경 피디에게 <북간도의 십자가>는 무거운 십자가인 동시에 포기할 수 없는 십자가였다. 그의 뚝심이 없었다면 <북간도의 십자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거듭나지 못했을 것이다.

수백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 영화가 개봉관을 장악하는 영화 시장에서 기독교 역사 다큐멘터리 영화가 발 디딜 틈이 있을까? 우려하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개봉관을 구할 수 있을까? 추가 제작비를 어떻게 마련하지? 관객에게 과연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등등 걱정과 우려가 한둘이 아니었다. 반 감독은 이런 난관을 뚝심으로 돌파했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막대한 제작비와 전문 인력이 투입돼 만든 다큐멘터리와 블록버스터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박수 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와 열악한 제작 환경 등의 어려움 속에서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다. 한국 기독교가 내세워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 십자가와 총을 들고 싸웠던 북간도 기독교인들의 항일투쟁을 알려야한다는 일념으로 만든 작품인 것은 사실이다. 반태경 감독의 고백이다.
 
"TV와 스크린의 차이는 컸습니다. TV 다큐멘터리로는 차고도 넘치는 작품이었지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영화'로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많은 동료와 관계자들에 힘입어 영화 제작을 관철시켰고 여기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누군가 기독교와 3.1운동에 대해 물어보면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하라'가 TV 다큐멘터리를 홍보할 때 썼던 비공식 홍보 문구였습니다. 영화 개봉을 앞둔 지금, 그 문구를 조금 더 확장시켜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기독교의 자랑스러운 역사, 그 100년의 서사시가 펼쳐진다'로 말입니다. 개봉을 앞둔 이 영화가 한국교회를 회복시키고 정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도합니다."
북간도의 십자가 반태경 감독 CBS 문동환 윤동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