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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벌어진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유일한 여성 검사가 10월 6일 일부 네티즌에 의해 인신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 여러 언론에서 이 사안을 다뤘고, 특히 여성 검사를 특정해 신상을 노출시킨 일부 네티즌의 행동은 여성혐오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조선일보 온라인 기사 <단독/조국 집 압수수색 했던 여 검사, 무차별 '사이버 공격' 당했다>(10/6, 최재훈, 박성우 기자)에 우선 보도되었고, 이 기사는 7일 지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노컷뉴스도 <'조국 자택 압수수색' 참여한 여성검사 '사이버 테러'>(10/7, 이은지 기자)에서 "이날 기준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본 결과 검사에 대한 공격은 얼굴사진, 나이, 출신, 학력, 사생활 등 민감한 개인정보 노출부터 외모 품평과 욕설에까지 이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조국 집 압수수색 검사 신상털기 '여성혐오' 논란>(10/8, 최우리,최현준 기자)에서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그릇된 비난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성혐오'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썼습니다.

한 개인의 신상이 유출된 것은 개인의 인격권이 침해당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 네티즌들이 많은 사람들 중 여성 검사를 특정해 외모 품평과 성적인 모욕을 했다는 것 역시 심각한 여성혐오적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 대한 지적은 마땅한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와중에 여성단체와 인권단체들이 현 정권에 우호적이라며 이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여성·인권 단체 소환, 속내 드러낸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사들과 달리 여성단체와 인권단체의 반응을 부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조국 수사 여검사 '외모 테러'에도... 여성·인권단체는 침묵>(10/8, 윤수정 기자)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여성, 인권 단체 등은 사이버 테러 이틀째인 이날도 침묵했다. (중략) 전국여성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참여연대·민변 여성위 등 주요 여성 인권 단체들은 이날도 김 검사가 당한 사이버 테러에 관해 입장이나 성명을 내지 않았다."

이번 이슈에 대해 여성단체에 화살을 돌린 신문은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여성 혐오적인 인격권 침해에 집중할 때, 조선일보는 여성·인권단체의 행방을 물은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여성혐오적 발언과 해당 이슈를 견주어 비교했는데, 이는 '여성·인권 단체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사안을 취사 선택한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쓴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혐오 이슈 자체를 비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단체의 정치적 성향을 프레임 안에 집어넣어 정치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려 한 것입니다.

이어서 조선일보는 '맘카페(육아 정보 카페)'에서 여성 혐오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오던 네티즌들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맘카페는 조선일보가 '친문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로 점찍어놓은 곳입니다. 그간 조선일보는 여성단체와 맘카페가 현 정권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기사를 자주 써왔습니다. 조선일보는 <친문 맘카페서도 반조국 목소리... 62%가 "사퇴해야">(10/10, 최아리 기자)에서 "지금껏 친문 성향으로 분류돼 온 국내 대표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근 이와 같은 '이상 기류'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기사가 온라인판에는 한술 더 떠 '극성 친문 맘카페'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조선일보는 여성단체 활동 외면해왔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여성단체의 활동에 얼마나 귀를 기울여 왔을까요? 이번 사안을 제외하고 최근 세 달간 언론이 취재원으로 여성단체의 목소리를 적어준 경우를 살펴봤습니다. '여성단체' 키워드로 검색해 본 결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매우 저조한 성적을 보였습니다.
 
△ 취재원으로 '여성단체'가 등장하는 기사 보도량 (7/8~10/8) 
*지면 기준, 조국 압수수색 여성 검사 이슈 제외.
 △ 취재원으로 "여성단체"가 등장하는 기사 보도량 (7/8~10/8) *지면 기준, 조국 압수수색 여성 검사 이슈 제외.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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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12개, 경향신문이 9개의 기사에서 여성단체를 취재원으로 등장시켰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3건의 기사에 그쳤습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동아일보는 0건, 중앙일보는 1건의 기사에서 여성단체의 입장을 실어줬습니다. 보수언론들이 여성단체의 목소리에 침묵할 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유죄판결 ▲고 장자연 씨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 기자 무죄 판결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가정폭력을 비롯한 각종 기자회견에 참여한 여성단체에 주목했고 이들의 코멘트를 실었습니다. 여성인권에 대한 여러 이슈를 철저하게 외면해 온 조선일보가 이번 이슈에만 유달리 열을 올리며 여성단체와 인권단체의 반응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조선일보가 이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면, 이번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서만 써줬으면 될 일입니다. 평소에는 여성인권을 외면하면서, 정치적 공세로 이용할 이슈가 생기자 바로 여성단체를 소환해 내는 조선일보의 행동은 위선적 행태에 불과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7/8~10/10 여성혐오, 여성단체, 여성 검사를 다룬 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여성인권, #조국,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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