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봉한 영화 <그린북>은 피터 패럴리(Peter Farrelly)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영화의 배경은 1962년,  반전평화운동과 공민권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백인인 토니가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흑인인 셜리의 운전사로 고용되어 인종차별이 극심한 미국 남부로 8주 간의 공연 투어를 하게 되면서 직접 체감하게 되는 차별의 모순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교양의 대명사인 천재 피아니스트인 셜리와 허풍과 주먹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라고 믿는 토니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권영화로서 재미와 감동을 둘다 잡았다.

개봉 당시 "두 배우의 연기는 마스터 클래스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영화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는 평가로 배우 '비고 모텐슨'과 '마허샬라 알리'는 일찌감치 그들의 연기의 최대치를 보여주었다.

이런 노력으로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비롯해 전미 비평가 위원회(NBR) 시상식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할리우드 영화제 각본상 외에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총 30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일찌감치 흥행가도를 달렸다.

실제 있었던 두 인물의 우정을 그려내면서도 당시 인권 문제로 심각했던 미국 남부에서 흑인에게 가해지는 차별적인 요소를 가감없이 보여주고자 감독은 몇 가지 설정을 했다.
 
 영화 <그린북> 포스터

영화 <그린북>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그린북'은 영화 제목이자 미국 남부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대해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영화 초반 셜리가 운전사를 고용하는 데 있어 토니를 인터뷰하는 장면은 꽤 오래 지속된다. 그의 문제해결능력을 높이 산 셜리가 토니를 운전사로 영입했다. 이후 그들이 여행 투어 중 겪게 될 비합리적이면서 인종차별적인 사건에 대비하는 데 토니의 문제해결능력이 큰 역할을 한 것을 보면 셜리의 판단이 옳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다음으로 백인 하급 계층과 흑인 상급 계층처럼 편견을 뒤엎는 두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에 있어서 독보적이다. 흑인이지만 클래식을 전공하고 카네기 홀 윗층에 살 정도로 성공한 셜리가 백인인 토니를 운전사로 고용한다는 설정부터 말하는 스타일이나 예절, 그리고 지식 면에서 부족한 토니를 셜리가 교정하고 고쳐주는 상황을 그려낸 것은 기존의 편견을 뒤엎는다.

셜리는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토니에게 문법이나 내용을 세련되게 바꾸는 법을 알려주고 '지옥의 오르페우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토니에게 차분하게 그에 대해 가르쳐준다. 
 
 영화 <그린북> 속 한 장면

영화 <그린북> 속 한 장면 ⓒ CGV 아트하우스

  
하지만 무시 당하지 않게 에티켓을 습득하는 것과 흑인이기에 특정한 화장실만을 사용해야 한다거나 백인과 함께 같은 숙박업소에서 머무르는 데 제한이 있는 상황 자체는 견뎌내야 하는 농도가 다르다. 상점에서 흑인이기에 옷을 살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도 흑인 통금 시간이 있어 야간에 거리에서 운전하지 못하는 것도 다 마찬가지다.

이 같은 대조는 셜리의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400명의 관객이 셜리의 음악을 들으러 모인 상황에서도 그는 흑인이라 공연장 안에서 함께 백인과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그로인해 실랑이가 벌어진다. 

셜리는 음식을 주지 않으면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게 되고 결국 마지막 공연을 하지 않은 채 나온다. 이 모습은 차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일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셜리는 흑인의 세계에도 백인의 집단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말하면서 토니에게 외로움을 터놓기 시작한다. 이후 셜리 또한 변화를 겪는다. 흑인이지만 흑인이 좋아하는 것은 피하던 셜리는 토니의 응원 덕분에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도 먹어보고, 백인들을 위한 공연에선 재즈만을 연주했지만, 흑인 전용 클럽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쇼팽도 연주한다.  
 
 영화 <그린북> 속 한 장면

영화 <그린북> 속 한 장면 ⓒ CGV 아트하우스

 
성격도 다르고 인종과 계층도 다른 이들이 남다른 우정을 쌓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는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고 관점을 바꿔보는 유연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토니가 보는 셜리가 당하는 비합리적인 차별은 보다 객관적이고 실질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지현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그린북 인종차별 실화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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