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2019-2020시즌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구단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이번에 열린 코보컵에서는 트라이아웃으로 새로 선발된 외국인 용병들의 기량을 비롯하여 각 팀의 선수 밸런스와 조직력이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업팀 경기를 제외한 프로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풀세트 접전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준결승과 결승은 5세트 듀스까지 가는 초접전이 이어지며 곧 다가올 정규 시즌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했다. 

결국 한 끗 차이가 시즌의 향방을 가를 이번 V리그 여자부 정규 시즌의 각 팀의 전력을 분석해보았다. 

흥국생명

파스쿠치가 계속 남아있었더라면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성적표는 물음표였겠지만, 파스쿠치 대신 아르헨티나 대표팀 출신 프레스코가 오면서 흥국생명은 다시 한번 통합 우승의 전력감이 되었다. VNL, 도쿄올림픽 예선전, 월드컵에서 보여준 프레스코의 공격은 매섭고, 강력했다. 특히 전위, 후위 가리지 않는 높은 성공률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코보컵에서 김미연의 후위 공격 옵션이 추가되면서 이재영-프레스코-김미연 중 어느 선수가 후위로 가도 안심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 김세영-이주아-김나희-김채연의 변화무쌍한 센터 라인, 김해란-신연경-도수빈의 신 스틸러 수비 라인, 이한비 등 백업 선수들의 성장까지 더해지면서 흥국생명의 전력에 빈틈이 보이지가 않는다.

다만, 지난 시즌과 동일하게 김미연이 얼마나 리시브를 버텨주면서 공격까지 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라이트에서 공격만 하는 것과 리시브를 하면서 공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김미연이 코보컵에서 보여준 공격력을 정규시즌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한, 세터 조송화가 토스 정확도의 기복을 얼마나 줄이느냐, 클러치 상황에서 볼 배급을 얼마나 잘하느냐도 경기의 내용을 가를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건설

현대건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분명 대표팀에 다녀온 이다영일 것이다. 라바리니 감독의 주문으로 자신의 토스 습관을 고쳐 나가고 있는 이다영이 이전보다 다양해진 현대건설의 공격진을 어떻게 지휘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코보컵 MVP 고예림의 가세도 현대건설에 큰 힘이 될 예정이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용병 문제와 더불어 레프트 한자리의 공격에 애를 많이 먹었다. 마야가 들어오면서 용병 문제는 해결이 됐지만, 전위에서는 공격을 해주고 후위에서는 리시브를 버텨줄 레프트 한자리의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현대건설은 FA 기간 때 고예림을 영입해서 빈자리를 메꿨고, 그 결과는 컵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다. 고예림 효과는 공격뿐만 아니라 리시브로부터 출발하는 중앙 공격에도 있다. 리시브가 나쁘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중앙에서 양효진, 정지윤이 이전보다 살아날 것이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 배구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GS칼텍스

이번 시즌 GS칼텍스는 팀 컬러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극강의 레프트 공격의 장점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러츠와 한수지를 영입해 높이를 끌어올렸다. V리그 용병 중 가장 최장신인 러츠를 선택한 것은 의외였는데, 기존의 GS칼텍스는 신장이 조금 작더라도 빠른 배구를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와 호흡을 맞췄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둔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지만, 코보컵에 모습을 드러낸 러츠는 블로킹 위에서 때리는 고공강타와 클러치 상황에서의 해결 능력으로 항간의 우려를 씻어냈다. 

이번 코보컵에서 가장 성장이 돋보였던 선수는 박혜민이었는데, 안정된 리시브와 묵직한 공격으로 표승주의 이적으로 비게 된 백업 레프트 자리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게 되었다. 또한 박민지, 한송희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이소영, 강소휘가 흔들릴 때 출격하게 될 든든한 자원으로 떠올랐다. 한다혜 역시 높은 리시브 효율과 미친 디그를 선보이며 주전 리베로로서의 입지를 다잡았다.

GS의 약점이었던 센터 공격과 자주 바뀌는 세터 교체 타이밍이 이번 시즌을 좌우할 것이다. 중앙 공격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높여야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쟁력이 생기는데 GS칼텍스가 러츠를 활용한 어떤 센터 공격을 구사할지가 변수다. 지난 시즌 안혜진이 즉시 전력감으로 급부상하면서 차상현 감독은 이고은과 안혜진의 교체 타이밍에 애를 많이 먹었다. 누가 공격수와의 호흡을 더 잘 가져갈 것이냐를 그때그때 잘 판단해서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하는 차상현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KGC인삼공사

이번 시즌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인 디우프를 영입하며 우승을 다시 꿈꾸고 있다. 몬타뇨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었던 인삼공사에 다시 1순위 용병이 들어온 것이다. 코보컵 첫 경기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디우프는 점점 자신의 노련미를 앞세워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알레나의 부상 전에는 상위권에 자리했던 인삼공사이기에 이번 시즌 역시 디우프 효과를 기대해볼 만한 하다. 문제는 다른 팀들이 FA 영입을 통해 약점을 메웠다는 것이다. 인삼공사도 디우프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국내 선수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돌아오는 염혜선과 박은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어느 순간 백업 세터로 전락한 염혜선 세터에게 인삼공사라는 팀은 절치부심의 계기가 될 것이다. 대표팀 차출로 인해 손발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간극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염혜선 외에 다른 선수를 보강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디우프-한송이-박은진으로 이어지는 블로킹 라인은 여전히 높고, 기본적으로 오지영 리베로를 중심으로 한 끈끈한 수비를 가지고 있는 팀이기 때문에 세터-공격수 간의 호흡 문제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이적하거나 은퇴하면서 늘 우승 후보로 꼽혔던 IBK기업은행의 조직력에 균열이 생겼다. 더군다나 창단부터 팀을 이끌었던 이정철 감독이 사퇴하면서 기업은행으로서는 쉽지 않은 변곡점을 맞았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팀은 결코 아니다. 어나이의 강력한 공격력은 여전하고, 무엇보다 대표팀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뿜고 있는 김희진이 라이트 고정을 꿰찰 예정이다. 김희진, 김수지의 존재감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올 시즌 다크호스의 면모를 기대해보아야 한다.

기업은행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리베로와 세터이다. 백목화가 리베로로 전향하고, 임의탈퇴했던 한지현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불안한 리시브는 기업은행의 아킬레스건이 될 예정이다. 이나연의 백업 세터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불안 요소이다. 새로 부임한 김우재 감독이 어떻게 이 불안 요소들을 잠재울지가 IBK기업은행의 봄 배구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도로공사

늘 버티는 힘이 강했던 도로공사지만 이번 시즌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배유나가 통째로 이번 시즌을 뛸 수 없기 때문에 배유나의 공백이 무엇보다 크다. 센터 공격의 의존도가 누구보다도 높은 도로공사에서 베테랑 선수의 빈자리는 전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박정아도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100%의 컨디션은 아닐 것이다.

용병 앳킨슨 또한 컵 대회에서 클러치 상황에서의 결정력이 상당히 저조했다. 김종민 감독이 말한 것처럼 파워는 좋지만, 테크닉이 부족한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박정아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컵 대회에서는 유서연의 활약이 눈에 들어왔는데, 유서연을 많이 활용하는 전략이 나을 수도 있다. 뒷심 장인 도로공사가 이번 시즌에도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배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역시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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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배구 정규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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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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