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는 워싱턴과 다저스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는 워싱턴과 다저스 ⓒ 정강민

 
다저스의 2016시즌은 근래 들어 가장 어려웠던 시즌이었을 것이다. 감독이 교체된 틈을 타 샌프란시스코는 짝수해 신화를 또 한 번 일구려는듯 전반기 최고승률을 달성하며 다저스의 연속지구우승 기록을 끝내는 듯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샌프란시스코가 후반기 추락하고 다저스가 8월 말에 오른 1위 자리를 잘 지켜 DS 3시드를 잡았다.

당해 2시드를 차지한 워싱턴은 나흘 간의 2위를 제외하면 모두 1위로 시즌을 보냈고, 무난한 지구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1-2-3펀치를 갖춘 워싱턴은 선발진 불안요소가 컸던 다저스를 상대로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슈어저는 허점을 보였고, 다저스 프랜차이즈 선수 안드레 이디어와 백전노장 체이스 어틀리의 희망의 안타, 그리고 커쇼의 4-5차전 전천후 등판까지 아낌없이 쏟아낸 다저스가 워싱턴을 기어이 밀어냈다. 워싱턴의 디비전시리즈 악몽이 또 한 번 재현된 순간이었다.

3년이 지난 2019년, 워싱턴은 다저스를 만나러 간다. 다 끝나가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경기에 밀워키 끝판왕 조시 헤이더까지 상대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스트라스버그의 불펜역투와 헤이더의 제구난조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2주간 .045에 그쳤고 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를 치던 후안 소토가 천금같은 적시타를 쳐냈다. 공교롭게도 밀워키의 신인 우익수 그리샴의 뼈아픈 실수까지 겹치며 워싱턴은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기적을 만든 워싱턴은 이제 과거 자신들에게 기적으로 아픔을 안긴 다저스를 상대하러 LA로 향하게 됐다. 3년 전의 업셋을 되갚는다는 의지를 품은 워싱턴과 이를 제압하려는 다저스의 디비전시리즈가 그 막을 올린다.

# 워싱턴 vs 다저스, 와일드카드 시드의 거센 도전
 
 워싱턴과 양키스의 주요 성적 비교

워싱턴과 양키스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상대 투수운용에 말리며 또 한 번 조기탈락 운명을 마주하나 했던 워싱턴은 마지막 기회를 살려 승자독식의 단판승부를 가져왔다. 특히 이 승리는 몬트리올 시절이던 1981년 이후 38년만이자, 워싱턴 연고지 이전 이후 다음 라운드로 향하는 첫 쾌거였다. 정규시즌까지 합쳐 9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그들은 사기가 충천한 상황이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레모니로 단단한 결속력을 다졌고 기세마저 좋기 때문에 어떤 팀도 쉽지 않는 상태가 됐다.

다저스는 초반의 기세는 가장 최고였고 정규시즌 우승도 가장 먼저 확정지었지만, 정작 시즌 마지막에 전체 1위를 달성하는데는 실패를 하고 말았다. (휴스턴 107승) 하지만 그들은 106승으로 단 한 발이 모자랐을 뿐, 프랜차이즈 신기록을 세웠다. 투타에서 가장 강력한 MVP-사이영 후보가 팀을 이끌어줬고, 여전히 전력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었다. 2년의 WS 우승 좌절에도 다저스는 전혀 흐트러짐 없이 달려왔다.

전력측정 및 랭킹산정시스템인 ELO 레이팅에서는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내셔널리그 4시드이자 전체 순위로도 8위에 머무른 워싱턴에게 10개 팀 중 4번째로 높은 레이팅을 부여했던 것이다. 시즌 중반의 기세가 그만큼 매서웠고, 현재 순위는 초반의 까먹은 성적을 미처 만회하지 못한 점이 많이 반영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만한 와일드카드 팀이 되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강팀을 가장 잘 잡는 팀(5할 이상 .584)이었고, 워싱턴은 매우 뚜렷한 약점도 가지고 있다. 2010년대에는 상대전적 열세가 단 한 번 밖에 없었을 정도로 워싱턴에게 기분 좋았던 기억도 많았다. 2016년 NLDS의 짜릿함까지 더해 다저스는 또 한 번 좋은 기억을 만들려 한다.

# 선발 분석
 
 워싱턴과 다저스의 선발진 비교

워싱턴과 다저스의 선발진 비교 ⓒ 정강민

 
다저스의 선발이 막강했는데도, 다저스는 선발진 fWAR가 1위가 아니다. 선발진 fWAR 1위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워싱턴이 가져갔다. 패트릭 코빈을 향한 과감한 투자는 일단 첫 해엔 좋은 결과로 나타났고, 스트라스버그와 슈어저는 사이영상 경쟁에 참여했다. 아니발 산체스까지도 초반 잠깐 삐끗했을뿐 위력투를 보여주며 1~4선발을 빈틈없이 채워줬다.

다저스가 비록 fWAR 전체 1위를 내줬지만, 이는 일부경기에 오프너 활용을 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러면서 선발진 이닝소화가 40이닝 정도 차이났다. 실제 4번째 선발자리를 오프너로 두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다저스는 선발투수들 비율지표상으로는 워싱턴에 뒤쳐진 것도 없었다. 류현진도 좋았던 감각을 찾아가는 마무리를 했고 커쇼와 뷸러도 좋은 시즌을 보냈다. 

대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똑같이 아픈 손가락도 가지고 있다. 워싱턴은 맥스 슈어저가, 다저스는 워커 뷸러가 그랬다. 8월 마지막 경기 ERA를 3.03까지 내리며 2점대 진입을 꿈꿨던 뷸러는 9월 4.50의 ERA를 기록하며 시작(3-4월 5.22)과 끝이 좋지 않았다. 슈어저는 두 차례 부상자명단을 다녀오고 9월 5.22의 ERA에 2일 와일드카드 경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어느 쪽이 부활투를 기록하고 팀을 올려놓을지 지켜봐야 한다.

양팀 주요 선발 코빈과 산체스, 그리고 커쇼가 우선 절정의 시기보다는 다들 내려온 느낌이고 다저스의 4선발이 변수 많은 오프너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공략 레벨이 다소 낮아진 상태로 볼 수 있다. 어떤 팀 선발진이 이러한 도전을 원천차단하고 잠시의 허점을 빠르게 커버해 정규시즌 때의 위용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 불펜 분석
 
 워싱턴과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워싱턴과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양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될 것이다. 워싱턴은 스트라스버그가 3이닝을 소화해야 했으며, 와일드카드 경기에 나선 전문불펜투수는 이적 후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대니얼 허드슨(6세이브 3홀드 1.44)만 9회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운용을 디비전시리즈 내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펜에서 허드슨을 도울 가을 DNA를 가진 불펜투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저스는 잰슨의 불안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렇지만 대체 마무리도 현재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만날 수 있는 팀 중 가장 공격력이 좋은 타선을 처음부터 맞이했다. 정규시즌부터 불펜투수를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내보낸 터라 연결고리들은 나름대로 괜찮지만, 정작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이를 의식한 잰슨이 볼배합 등에 변화도 줬었는데, 가을에 그 성과를 내고 불펜을 다시 이끌어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가뜩이나 시즌 중에 보여준 모습도 격차가 컸는데 9월에는 마에다까지 합류한 다저스 불펜이 더 신바람을 낸 반면(2.94로 NL 1위, fWAR 1.6) 워싱턴은 끝내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최근 분위기도 대비되는데 불펜요직으로 옮길만한 선발 출신 투수도 보이지 않고 있어 데이브 마르티네즈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타선 분석
 
 워싱턴과 다저스의 타선 비교

워싱턴과 다저스의 타선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은 홈런포도 갖추고 있지만 리그 최고의 대도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스몰볼에도 능하다. 트레이 터너(35도루)와 빅터 로블스(28도루)는 도루능력이 위협적인 주자들이고 대주자로는 정상급인 마이클 A. 테일러 역시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다. 마침 윌 스미스(23%)와 러셀 마틴(18%)는 모두 리그 평균(26%)보다 저조한 도루저지율을 가지고 있어 스몰볼을 시도해볼 틈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밀워키 그랜달 27%)

다저스는 투구수를 많이 유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투구수를 유도하는 맥스 먼시(4.38)을 보유하고 있고 벨린저(4.17)와 피더슨(4.00), 터너(3.93) 등 4명이 600타석 당 평균(3.93) 수치보다 같거나 많다. 워싱턴 선발투수들에게 늪을 선사해 투구수를 늘리고 불펜투수들을 빨리 끌어낼 수 있을지에 따라 공략 난이도가 좌우될 것이다.

# 관전포인트

워싱턴은 선발 어떤 선수를 막론하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상대 선발에게 판정승을 거두는 피칭을 꼭 해줘야 한다. 17시즌의 휴스턴처럼 선발진의 뎁스로 불펜의 약점을 덮을 상황으로 가기엔 여의치가 않다보니, 우선 불펜 기용을 가능한한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서 워싱턴은 와일드카드 전에 스트라스버그가 34개만 던져 2차전에도 투입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LA 2연전을 코빈-산체스로 시작하는 것은 페이스가 좋지 않은 두 선수도 그렇고 불펜에도 더 많은 부담이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스트라스버그가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된 건 큰 희소식이 될 것이다.

다저스는 2017시즌-18시즌 불펜이 약했던 팀을 많이 상대했는데 그 때마다 보여줬던 늪야구가 다시 한 번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는데는 선발투수를 괴롭혀서 단시간 내에 불펜을 끌어내어 공략하는 패턴이 주효했었다. 늪을 쳐놓고 불펜을 끌어내어 충분한 점수를 뽑는 한편, 선발투수들은 안전하게 불펜 연결고리로 승리를 운반하는 것이 1차 목표가 될 것이다.

기적같은 승리로 처음 가을의 달콤한 맛을 보고 3년 만에 호기롭게 리벤지 매치를 신청한 워싱턴은 이번엔 기필코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려 한다. 워싱턴의 지긋지긋한 악연은 청산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시 상대에게 NLCS로 향하는 길을 내줄 것인가. 기적을 얻고 역사를 뒤집으려는 워싱턴의 중요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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