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오른발로 천금의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86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오른발로 천금의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다시 한 번 인천 유나이티드를 수렁에서 건져올렸다. 맨 앞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의 빈약한 공격을 이끄는 것도 모자라 동료들을 더 빛나게 하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까지 해내는 알뜰한 살림꾼이라 할 만하다.

현재까지 인천 유나이티드가 올린 승점 25점(5승 10무 19득점) 중에서 무고사가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쌓은 승점이 무려 13점(3승 4무)이나 되며, 그 일곱 게임을 치르는 동안 '9득점 2도움' 발자취를 남겼다. 무고사가 멋진 팔뚝을 치켜올리면 인천 유나이티드가 살아난다는 공식이 만들어진 셈이다.

유상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9일 오후 2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벌어진 2019 K리그 원 32라운드 강원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전반전에 2골을 내주며 휘청거렸지만 후반전에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2-2로 비겼다. 이로써 인천은 승점 25점(5승 10무 17패 29득점 51실점) 기록으로 1게임을 덜 뛴 경남 FC를 밀어내고 10위까지 뛰어올랐다.

멀티 플레이어 '스테판 무고사'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미세하지만 순위표가 바뀌고 있다. 특히 강등권 순위표가 점입가경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붙은 '생존왕' 수식어가 다시 한 번 빛나는 가을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중(9월 25일 수요일)에 열린 상주 상무와의 어웨이 게임을 치르며 귀중한 승리를 거둔 인천 유나이티드가 전반전에 수비 실수로 2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맹활약에 힘입어 2-2로 귀중한 승점 1점을 가져온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반전은 돌려 보기 싫을 정도로 수비 실수가 뼈아팠다. 22분에 강원 FC 이영재의 왼발 중거리슛을 골키퍼 정산이 잘못 쳐내는 바람에 강지훈에게 오른발 발리 골을 얻어맞았고, 42분에도 센터백 이재성이 공을 끌다가 빼앗기는 바람에 강원 미드필더 이영재에게 골키퍼까지 따돌림을 당하는 추가골을 내준 것이다.
 
 42분, 강원 FC 이영재가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을 따돌리고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42분, 강원 FC 이영재가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을 따돌리고 추가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강등권에 몰려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 쓰러져 가는 팀을 구해낸 주인공은 역시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였다. 그는 맨 앞에서 인천의 공격을 이끄는 역할은 물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미드필더 역할까지 맡아서 헌신했다. 

플레이 메이커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무고사의 전반전 역할은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18분,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김호남에게 넣어준 전진 패스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김진야의 왼발 슛까지 날카롭게 이어졌고, 그로부터 2분 뒤 김진야에게 직접 찔러준 무고사의 왼발 전진 패스는 강약 조절까지 완벽한 수준이어서 강원 FC 김호준이 김진야의 오른발 대각선 슛을 몸날려 잡아야 했다.

후반전에 접어들어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김진야 대신 체격 조건이 좋은 케힌데를 들여보내 높이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이 전술 변화로 무고사에게 공격수 본연의 역할이 부여된 셈이었다. 
 
그 전술 변화 효과가 75분에 만회골로 나타났다. 장윤호가 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키다리 골잡이 케힌데에게 강원 FC 수비수 셋이 달라붙었지만 무고사에게는 1명만 배당되었고 그 몸싸움을 이겨낸 무고사가 결정적인 헤더 슛을 날렸다. 이 공을 강원 골키퍼 김호준이 제대로 쳐내지 못했고 살짝 뜬 공을 인천 미드필더 마하지가 다이빙 헤더로 성공시킨 것이다. 
 
 75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마하지가 다이빙 헤더로 1골을 따라붙는 순간

75분, 인천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마하지가 다이빙 헤더로 1골을 따라붙는 순간 ⓒ 심재철

 
2분 뒤에도 마하지의 온몸 수비 덕분에 무고사가 결정적인 역습 기회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김호준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걸리고 말았다. 

스테판 무고사, 최근 여섯 게임 8득점 1도움 맹활약

최근 물오른 무고사의 득점 감각은 끝내 극장 동점골로 꽃폈다. 86분, 인천 유나이티드 오른쪽 풀백 정동윤이 왼발로 재치있게 밀어준 공을 향해 뒤에서 달려든 무고사가 절묘한 인사이드 바운드 슛을 강원 골문 오른쪽 구석에 차 넣었다. 바로 앞에서 강원 FC 센터백 발렌티노스가 가리고 있었기에 순발력 좋은 골키퍼 김호준이 제대로 몸을 날릴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스테판 무고사 덕분에 최근 3게임 연속 무패(1승 2무 6득점 5실점)를 기록하며 다시 10위까지 올라설 수 있는 힘을 키운 것이다. 

특히, 무고사는 지난 8월 25일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게임부터 시작하여 최근 여섯 게임을 치르며 8득점 1도움 기록을 신나게 써내리고 있다. 득점 1위 타카트(수원 블루윙즈, 16골)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덧 득점 랭킹 3위(13골)까지 치고 올라간 것이다.

이쯤 되면 인천 유나이티드의 생존 여부는 무고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10월 6일 일제히 열리는 33라운드 일정은 물론 그 뒤에 이어지는 스플릿 라운드 5게임은 승점 1점조차 허투루 볼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잡이 본연의 해결사 역할은 기본이고 플레이 메이커처럼 뛰면서 인천 유나이티드 동료들을 더 빛낼 수 있는 무고사에게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0 시즌 운명이 달렸다.

2019 K리그 원 32라운드 결과(29일 오후 2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강원 FC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강지훈(22분), 이영재(42분,도움-정조국) / 마하지(75분), 무고사(86분,도움-정동윤)]

◇ 인천 유나이티드가 승점 얻은 게임 중 스테판 무고사의 공격 포인트 기록 일람
3월 9일 인천 유나이티드 1-1 제주 유나이티드 [무고사 1득점]
3월 9일 인천 유나이티드 2-1 경남 FC [무고사 1득점 1도움]
6월 22일 경남 FC 1-1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1도움]
7월 20일 포항 스틸러스 1-2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1득점]
9월 1일 인천 유나이티드 3-3 울산 현대 [무고사 3득점]
9월 25일 상주 상무 2-3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2득점]
9월 29일 강원 FC 2-2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 1득점]

2019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31게임 66점 19승 9무 3패 63득점 29실점 +34
2 울산 현대 31게임 66점 19승 9무 3패 61득점 30실점 +31
3 FC 서울 32게임 51점 14승 9무 9패 48득점 40실점 +8
4 대구 FC 32게임 47점 11승 14무 7패 39득점 30실점 +9
5 강원 FC 31게임 46점 13승 7무 11패 47득점 43실점 +4
6 포항 스틸러스 32게임 45점 13승 6무 13패 38득점 42실점 -4
****************** 상하위 스플릿 구분선 *******************
7 상주 상무 32게임 43점 12승 7무 13패 40득점 47실점 -7
8 수원 블루윙즈 32게임 40점 10승 10무 12패 37득점 39실점 -2
9 성남 FC 32게임 38점 10승 8무 14패 24득점 34실점 -10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32게임 25점 5승 10무 17패 29득점 51실점 -22
11 경남 FC 31게임 24점 4승 12무 15패 35득점 53실점 -18
12 제주 유나이티드 32게임 23점 4승 11무 17패 36득점 59실점 -23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무고사 인천 유나이티드 FC 강원 FC K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