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 대 LG 경기. 은퇴하는 LG 이동현이 7회초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 대 LG 경기. 은퇴하는 LG 이동현이 7회초 마운드에 올라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기적 같은 역전 한국시리즈 직행에 1승 만을 남겨 뒀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안타를 때려내며 3-0으로 승리했다. LG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둔 두산은 오는 10월 1일 NC 다이노스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승리를 따내면 SK의 최종전(30일 한화 이글스전) 결과와 상관 없이 상대전적에서 앞서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게 된다(87승1무55패).

두산은 3회까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이용찬이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2번째 투수 이영하가 6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6번째 승리를 따냈다. 이날 LG는 4안타의 빈공에 시달리며 한 점도 뽑지 못하고 패했지만 투타에서 주력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키며 총력전을 펼쳤다. LG에서만 19년 동안 활약한 '로켓' 이동현의 은퇴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남은 인대를 모두 LG에 바친 프랜차이즈 스타

중학 시절까지 야수로 활약하던 이동현은 서울고 진학 후 투수로 전향했고 2학년 때 경기고로 전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특히 3학년 때는 황금사자기에서 경기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와 우수 투수상을 휩쓸기도 했다. 이동현은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태균, 정근우(이상 한화 이글스) 등과 함께 2000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에드먼턴 키즈'이기도 하다.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동현은 2001년 개막전에서 파격적으로 선발 등판했다. 그만큼 이동현이 주목 받는 유망주이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당시 LG마운드가 김용수의 은퇴와 장문석, 최향남, 최원호 등 주축 투수들의 부상으로 개막전에 내보낼 투수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동현은 입단 첫 해 4승 6패 평균자책점 5.37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동현의 잠재력이 폭발한 시즌은 김성근 감독 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2002년이었다. 마무리와 중간 계투를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한 이동현은 8승 3패 7세이브 6홀드 2.67의 성적으로 LG의 준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하지만 선발 등판 한 번 없이 불펜으로만 78경기에 등판해 124.2이닝을 던진 이동현의 팔꿈치는 이미 고장의 징조를 보였다. 그리고 2004년부터 이동현의 지긋지긋한 재활 인생(?)이 시작됐다.

2004년 12월 첫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동현은 재활을 서두르다가 통증이 재발했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2007년11월 두 번째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이동현은 수술과 군복무, 그리고 다시 수술로 이어지는 기나긴 재활 기간을 보내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4년이나 마운드를 비웠다. 그리고 그 사이 LG는 두 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하며 창단 후 최악의 암흑기를 보냈다.

2009년 기적처럼 마운드에 복귀한 이동현은 2010년 7승 3패 4세이브 15홀드 3.53의 성적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2013년과 2014년 LG의 가을야구 재입성의 순간 이동현은 2년 연속 20개 이상의 홀드를 기록하며 LG 불펜의 핵심으로 맹활약했다. 반면에 이동현이 5승 5패 4세이브 11홀드 4.40으로 주춤한 2015시즌에는 9위로 추락했다. LG는 프로 입단 15년 만에 FA자격을 얻은 이동현에게 3년 총액 30억 원의 계약을 선물했다.

우승 반지 없는 이동현이 LG의 레전드인 이유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 대 LG 경기. LG 이동현이 경기가 끝난 뒤 열린 은퇴식에서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 대 LG 경기. LG 이동현이 경기가 끝난 뒤 열린 은퇴식에서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현은 2000년대 팀의 화려한 시절을 함께 보냈고 그 순간을 만든 주역이었던 이유로 무려 4년이 넘는 공백을 감수해야 했던 투수다. 따라서 이동현이 불꽃투혼을 발휘했던 2002 시즌을 기억하는 LG팬이라면 이동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동현은 성적이 조금 부진해도 팬들에게 좀처럼 비난을 받지 않는다. LG 마운드에서 속된 말로 '까임방지권'을 소지한 유일한 투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동현이 그런 대우를 받는다고 해서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하는 투수는 결코 아니다. 이동현은 2016년 4월 2일 한화전에서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통산 100홀드를 달성했다. 이동현은 2014시즌 이후 전성기 만큼의 성적을 올리진 못했지만 묵묵하게 후배들을 이끌며 LG 불펜의 정신적 지주로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노장 투수가 된 이동현은 FA계약을 체결한 3년 동안 9승 10패 9세이브 14홀드에 그쳤다. 이동현이 6억 원의 연봉을 받고 활약하던 FA 계약 기간 동안 KBO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타고투저' 현상이 심했고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하락)까지 겹치면서 성적이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동현의 올해 연봉은 1억 원으로 삭감됐고 통산 700경기 등판을 달성한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이동현은 현역으로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던 29일 두산전에서도 끝까지 이동현 다웠다. 0-3으로 뒤진 7회 3번째 투수로 등판해 6개의 공으로 박세혁을 삼진 처리한 이동현은 LG에 바친 자신의 오른 팔을 번쩍 들며 19년의 현역 생활을 멋지게 마감했다. 이동현은 올 시즌 고우석, 정우영, 김대현 같은 젊은 투수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5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5이닝 동안 단 하나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동현은 프로 19년 동안 통산 701경기에 출전해 53승 47패 41세이브 113세이브 평균자책점 4.06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사실 오랜 프로 생활에 비하면 우승 경험도 없고 가을야구 등판도 21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동현은 700경기 이상 등판한 12명의 투수 중에서 한 팀에서만 선수생활을 한 유일한 '원클럽맨'이다. LG의 선수이기 전에 LG의 팬으로 살았던 시간들이 행복했다는 이동현이 LG의 '레전드'로 대우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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