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포스터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포스터 ⓒ movie.daum.net

 
국내에서 2015년에 개봉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원제가 <two days, one night>이다. 주인공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가 이틀 동안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복직을 설득하는 여정을 담았다.

일종의 로드무비이지만 아픔과 절망이 짙다. 그리고 무언가 희열이 감도는 마지막 장면은 든든하도록 아름답다. 그것이 가능했던 사장과의 대사는 적어도 노동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백미일 것이다.
 
우울증으로 일정 기간 휴직을 했던 산드라는 복직을 앞두고 절망스러운 전화를 받는다. 총 16명이 고용되어 있는 직장에서 직원들의 투표가 있었고, 그의 복직보다는 개인별 보너스 1000유로를 선택한 직원이 14명이 나왔다는 것이다. 산드라가 복직을 하려면 이 압도적인 결정을 뒤엎고 월요일의 재투표에서 과반을 얻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시작한다.
 
동료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1000유로를 선택한 것이 너무도 미안하고 찾아와주어 고맙다는 동료도 있다. 반면 보너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연과 냉랭한 반응을 받기도 한다. 그 때마다 고마움과 용기를 얻지만 좌절과 미안함, 그리고 굴욕감도 감내해야만 한다. 투표 결과는 과반을 얻지 못하면서 복직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세월이 지난 영화이지만 결론은 언급할 수 없다. 영화를 꼭 보시기 바란다.
 
사장과의 면담에서 그가 보여준 결단은 결코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리고 남편과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라는 전화 통화 후 얼굴에 번지는 야릇한 미소는 많은 것을 함축한다. 슬프면서도 기쁜 듯, 불안하면서도 기대에 찬 듯하다. 묘한 감정은 현재의 난관을 딛고 구체적인 희망을 보여주려 한다. 당장에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생계의 압박보다는 더 소중하게 얻게 된 동료들과의 유대가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김천에서 농성 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떠올리다

지난 9월 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김천의 한국도로공사 본관을 점거하였다. 경찰이 농성을 강제 해산할 것이 예견되는 등 갈등이 빚어졌다. 그 와중에 "너무 힘들어요! 동료가 될 우리! 농성은 이제 그만!"이라는 글귀의 현수막이 건물에 내걸린다. 한국도로공사노동조합(한국노총)이 설치한 것이다. 이 노조의 주장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산드라가 사장에게 했던 마지막 대사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동료를 찾아가는 산드라의 발걸음이 처음부터 가벼웠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남편과 동료가 보여준 따뜻한 배려는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무력감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노동자의 삶이 무엇으로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실현되는 자그마한 연대와 동질감은 그의 최종적인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이틀 동안 산드라가 보여준 여정은 노동자 전체의 삶을 위한 지향점이 무엇으로 가능한지 가르쳐준 시간이 되었다.
 
산드라 역을 맡은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는 2007년 국내에 개봉했던 영화 <라비앙 로즈>에서 프랑스의 전설적인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열연하기도 했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수시로 부딪혀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담아낸 표정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김천에서 농성 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저마다의 내면에서 겪을 갈등과 의지 또한 이 표정과 닮아 있을 것이다. 사회적 정의와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려는 그들 모두가 산드라인 셈이다.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장관 자진사퇴로 대립된 정세 속에서, 마지막으로 9월 26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혜진의 글을 빌려본다.

"1500명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권리를 위해 자신들이 앞장서겠다고 말한다. 경쟁에서 이기기보다 '함께 살기'를 택한 이들의 걸음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곳을 밝히기에 이들이 옳다."
 
톨게이트 요금수납 비정규직 한국도로공사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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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의 질서를 의문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로 시대를 산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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