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태생의 클래식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David Helfgott). 그는 정신장애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피아노 연주로 세계 도처를 돌며 감동의 선율을 들려준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그의 삶을 재조명한 영화 < 샤인(Shine) >은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에 성공했고, 미국 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은 작품으로 남아있다.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북극곰 사운드

 
오는 10월 3일 국내 극장가 개봉이 예정된 음악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는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김지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지적장애인로서 기타를 사랑하고 한 번 배운 코드와 음악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재능을 지녔고, 끊임없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며 실력파 연주인의 가능성도 드러낸다.

스크린을 통해 '엄마의 뒷모습'이란 창작곡을 오롯이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진행과정이 펼쳐지는데, 데이빗 헬프갓처럼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대중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기타리스트 김지희'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길 것이다.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의 연출과 음악을 담당한 현진식 감독, 영화의 전체음악을 맡은 유종호 음악감독,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마음주파수'를 노래한 싱어송라이터 소매 등 세 사람과 지난 27일 오후 3시, 서교동에 위치한 현진식 감독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뮤지션과의 특별한 만남,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북극곰 사운드

 
-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는 어떤 영화인가?
현진식: "기타연주를 좋아하며, 자기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한 뮤지션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의 주인공 김지희씨는 지적장애인으로서, 그가 '자기 목소리'와 '자기 음악'을 획득하기 위해 어떤 것들과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따라가며 영상에 담았다.

노래 한곡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다. 장애인이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이기도 한 어느 뮤지션의 음악을 향한 도전과 꿈, 사랑을 조명한 영화다."

유종호: "음악감독이자 관객의 시각에서 볼 때 진부할 수도 있지만 '사랑'에 관해 깊고 진지하게 다룬 작품이 바로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다. 주인공 자신에 대한 사랑, 부모와 자식의 사랑, 형제간의 사랑, 김지희씨와 음악과의 사랑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포괄적으로 영화를 관통한다."

소매: "특히 음악을 하는 분들이라면 함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다. 주인공 지희 씨의 장애가 내게는 영화를 바라보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제안을 받으며 감정이입을 하며 음악작업에 임했던 모든 순간들이 떠오른다."

- 영화의 주인공 김지희를 소개해 달라
현: "하나의 기타를 가지고 멜로디, 리듬, 박자를 모두 표현하는 방식을 핑거스타일(Fingerstyle)이라고 하는데, 김지희씨가 바로 이런 연주를 하는 기타리스트다. 5년 정도 연주경력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어려움도 정말 많았겠지만 한 번 습득한 곡이나 연주기법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뮤지션이기에 창의력에 부족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창작곡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담으면서 지금보다는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 옆에서 지켜본 김지희는 어떤 뮤지션인가?
유: "상당히 신선했다. '날 것의 느낌'이랄까? 지희씨와 엇비슷한 입장에서 음악을 하는 이들을 접하고 가르친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실력과 방향성이 가늠이 될 거라 예측했지만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를 지켜보면서 '기타리스트 김지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함이 더 앞선다."

소: "기타 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음악을 연주를 통해 소신껏 내는 친구란 생각을 갖게 됐다. 수줍음도 많은 것 같았지만 기타리스트로서 확고한 면이 엿보였다."

지적장애 뮤지션의 성장과정, 주인공과 관객에게 눈물을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북극곰 사운드

 
- 작품 의뢰를 했을 때 반응은?
현: 2016년 2월 쯤 소셜 미디어에서 주인공의 동영상을 보게 됐다. 내가 본 지희씨의 기타 연주는 물론 서툴렀고 거칠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섬세한 면도 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TV 다큐멘터리 물로 소개된 적이 있어 부모님이 선뜻 영화 제안을 받아드릴까 염려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무척 반겨주셨고 음악영화를 통해 '기타리스트 김지희'를 조명한다는 것에 좋은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 지희씨와 가족들의 커다란 도움 덕분에 2년 만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 영화의 완성본을 본 주인공과 가족의 반응이 궁금하다
현: "가족 모두 좋아했고, 무엇보다 지희 씨가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다시 볼 때 마다 눈물을 계속 흘렸다. 주인공의 심정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마음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 나름 보람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웃음)"

-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 상영됐다
현: "에피소드가 있는데, 영화가 끝나고 관객에게 무대 인사차 올라가려고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작품을 본 한 중년여성분이 지희 씨를 보자마자 격정적으로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유: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는 아내와 같이 영화제에서 작품을 봤다. 벅차오르는 감동은 당연한 것이었고, 같은 엄마로서 음악을 하는 장애인 딸의 미래가 어떨지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함께 본 여러 관객들도 비슷한 심정을 갖지 않았을까?"

주인공, 감독, 관객의 시선으로 각각 표현된 영화음악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북극곰 사운드

 
- 감독에게서 OST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
소: "현 감독님께서 20대 나이의 여주인공 아닌 중년남성의 감성으로 영화 속 음악을 바라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같은 여성 같은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해줬으면 하는 제안을 받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해 내기 위해 재밌고 즐겁게 작업을 했다.(웃음)"

유: "감독님과 여러 작품을 함께 했던 경험도 있고, 기타리스트가 영화 전면에 등장해서 이번 영화의 음악작업에서 비중이 높지 않은 거라 생각했었지만 아니었다.(웃음) 무게감이 더 있었고 특히 제3자의 시각과 관점에서 철저히 음악들을 만들고 구성해야 해서 집중도를 높여 작업을 진행했다."

- 음악은 어떻게 구성을 했나?
현: "세 사람이 명확하게 각자 역할을 맡았다. 나는 연출자이자 OST 담당자로서 극적 긴장감을 주는 음악을 담당했고, 소매 씨는 주인공으로 이입해 영화 엔딩곡 '마음주파수'등 2곡의 보컬 곡을 소화했다.

유종호 음악감독은 영화의 '서정'을 맡아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보며 곡들을 직접 창작 연주하고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들을 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소: "영화사운드트랙 음반에 첫 곡으로 들을 수 있는 '엄마의 뒷모습'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곡을 듣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뭉클함이 바로 전해진다."

현: "나도 '엄마의 뒷모습'을 추천하고 싶다. 기타리스트 김은성씨와 김지희씨가 공동으로 작업을 했는데, 이 곡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영화의 기본 틀로 정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음악일 수밖에 없다."

유: "'나를 보낼 시간'이다. 완성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구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영화의 후반부 클라이맥스 장면에 등장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곡으로 이 곡이 사용돼 흐뭇하고 행복했다.(웃음)"

- 김광석 '나의 노래'를 커버한 것도 색다르다
현: "원래 영화의 원제는 재즈명곡에서 가져 온 < 리틀 걸 블루(Little Girl Blue) >다. 그런데 주인공이 자신의 노래를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의도에 맞지 않았다. 그러다가 김광석님의 <나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를 영화제목으로 정했고, 영화에서 김광석님의 원곡을 그래도 사용하려고 했다.

아쉽게도 영화 장면과 곡이 잘 어울리지 않아 리메이크를 하기로 했고, 내가 노래를 직접 부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많아 가수 활동 명 파울로시티(FauloCity)로 녹음을 하고 영화와 앨범에 담았다."

영화 이후 기타리스트 김지희로 나아가길 바라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 북극곰 사운드

 
- 영화개봉 후 주인공에게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나?
유: "아주 특별한 변화가 주인공에게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 성장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장애인 기타리스트 김지희'가 아닌 '기타리스트 김지희'로 불렸으면 한다."

현: "지희 씨가 제대로 된 뮤지션의 길을 가기 위해 본인이 앞으로 무엇을 해 나아가야 할지 알았을 거라 믿고 싶다. 어쨌든 이 영화가 기타리스트 지희 씨에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소: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첫 곡을 갖게 됐으니 앞으로도 자신의 창작세계를 확실히 다져가는 '뮤지션 김지희'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함께 곡 작업이나 공연도 할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현: "틀려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는 메시지"

유: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사랑을 향해"

소: "삶은 계속 된다"

- 영화와 음악을 알리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현: "영화가 전국 극장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정공법으로 나갈 계획이다. 그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은 없는 듯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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