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밀워키 팀 로고

워싱턴-밀워키 팀 로고 ⓒ 정강민

 
정규 시즌에서 웃는 팀은 전체 리그의 20%에 해당하는 6개 팀이다. 그러나 가을야구로 가면 단 한 팀만 웃을 수 있다. 바꿔 얘기하면, 정규 시즌에는 80%의 팀이 좌절을 맛보지만 가을야구엔 90%의 팀이 중간에 물러나거나 우승자의 파티를 뒤로 하고 짐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와일드카드를 따낸 워싱턴과 밀워키 역시 그런 쓴 역사들만을 맛봐온 팀이다. 지금의 체계가 잡힌 후 밀워키는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워싱턴은 한술 더 떠 모두 디비전시리즈에서 상대에게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티켓을 안겨주기 바빴다. 전체 역사로 범위를 확장하면 1982년 아메리칸리그에 소속됐던 밀워키 브루어스가 딱 한 번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으나, 이마저도 패퇴했다. (몬트리올 1981 NLCS 진출이 최고)

상처만을 안겨준 가을야구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외나무다리길도 마다하지 않은 두 팀은 서로에게 또다시 이른 고배를 안겨줘야 살 수 있는 운명을 맞이했다. 가을의 매정함을 잠시 밀어내고 따뜻한 햇살을 좀 더 즐길 팀을 가리는 가을의 첫 장이 열리려 하고 있다.

워싱턴-밀워키, 고난 이후 더 단단해진 자들
 
 밀워키-브루어스 전력 비교

밀워키-브루어스 전력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의 시즌 출발은 암울하기 그지 없었다. 맥스 슈어저도 세월에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듯 4월 평균자책점이 4점대였다. 특히 마이애미와의 첫 만남에 5.1이닝 7실점(6자책)으로 뭇매를 맞았다는 점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슈어저와 운명을 같이하듯 5월까지 승패마진이 -9에 이르렀다.

하지만 헤라르도 파라의 합류와 기존 베테랑 하위 켄드릭을 중심으로 팀 분위기에 변화를 꾀한 워싱턴은 이후 새로운 팀이 나타난듯 거듭 승전보를 올렸다. 6월 이후에 68승을 쓸어담는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며 와일드카드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포스트시즌에도 '아기상어송'과 '홈런댄스 세레모니'가 계속되길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밀워키는 여름에 들어가자 힘이 떨어져가기 시작하며 고전했다. 특히 전반기 중후반 중부지구의 모든 팀이 비슷한 위치에서 순위경쟁을 하던터라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후반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시내티와 피츠버그가 쳐졌지만, 정작 자신들도 8월 시점에 선두와 6.5경기 차로 크게 뒤쳐졌다. 설상가상 팀 성적이 반등세로 돌아선지 얼마 안되어 옐리치는 파울타구에 맞아 조기 시즌아웃되고 말았다.

그 순간 밀워키는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였다. 9월 11일(한국시간)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옐리치를 위하듯 밀워키는 13승 5패로 질주를 했고, 컵스가 시즌 마지막 페이스가 크게 떨어지면서 와일드카드 티켓을 가져올 수 있었다. 내친김에 역전우승도 노렸지만, 마지막 3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전체 성적으로는 워싱턴이 앞섰지만, 상대전적은 밀워키가 우위를 점했다. 다만 첫 만남은 워싱턴이 한창 부진하던 5월 홈에서의 시리즈 스윕이었고, 달라진 워싱턴을 만난 8월에는 내셔널스파크에서 2승 1패로 워싱턴이 시리즈를 가져갔다.

우선 쿠어스필드 스윕패에도 시즌 막바지 기세 면에서는 밀워키가 조금 웃도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들을 껄끄럽게 했던 카디널스(상대 2승 5패) 대신 내셔널스파크에서 우위를 점했던 상대인 밀워키를 만나는 워싱턴이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다. 또 전력측정 및 랭킹 산정으로 FIFA 랭킹 등에 활용되는 ELO 레이팅 상에서도 밀워키는 최하위에 올라 6위의 카디널스보다 더 나은 매치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선 분석
 
 워싱턴과 밀워키의 타선 분석

워싱턴과 밀워키의 타선 분석 ⓒ 정강민

 
워싱턴은 후안 소토와 앤서니 렌돈의 신-구 듀오가 타선을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속도전 최강자 트레아 터너가 있고 이튼, 도저, 아스드루발 카브레라, 얀 곰스 같은 이름값 높은 선수들도 뒤를 받치고 있다.

다만 8월 정점을 찍은 기세가 9월 들어 하향세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특히 렌돈은 MVP 후보로 급부상한 뒤 투수들이 좋은 공을 주지 않으면서 볼넷과 타격감 악화가 교환된 상황에 놓였다. 후안 소토는 지난 14경기 .095 .333 .143으로 투수들의 노골적 피하기 전략(16볼넷/15삼진)에 제대로 당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의 타격감이 괜찮다는 점은 위안이 될 것이다. 우선은 와일드카드 경기를 이겨놔야 소토와 렌돈을 기다려줄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밀워키는 옐리치를 잃었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선수들의 각성을 불러왔다. 그리고 옐리치 외에도 35홈런을 쏘아올린 무스타커스, OPS형 타자인 그랜달과 테임즈가 버틴 타선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팀 최고 유망주 히우라도 정규시즌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며 타선에 잘 안착했다.

그러나 옐리치가 빠진 타격이 너무나도 커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옐리치는 워싱턴전에 .480 .552 .840 3홈런 5타점이라는 공포스러운 성적으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물론 동료들도 워싱턴을 상대로 재미를 보긴 했지만, 팀의 공격력 상당부분을 차지한 타자의 존재감 없이도 이 결과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 보장할 수는 없다. 우선 워싱턴 전에 옐리치급 활약을 했던 벤 개멀(16타석 .533 .563 .800 1홈런 wRC+ 256)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좋았던 성적에 옐리치 존재감만 덜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타선 편차도 심각하다. 케인과 올랜도 아르시아, 트렌트 그리샴은 공격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개멀 역시 워싱턴과의 경기에선 매우 잘했줬었지만 시즌 전체적으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문제는 이들 외에 다른 대안도 없어 추가 작전이 여의치 않아 안되어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플랜A가 막힐 경우 그대로 공격이 활로를 찾지 못한채 게임이 끝나버릴 위험이 높다.

불펜 분석
 
 밀워키-워싱턴 불펜 비교

밀워키-워싱턴 불펜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의 불펜은 보강작업을 거쳤지만 여전히 지표들이 땅을 기고 있다. 두리틀은 무릎 건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다녀왔고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치솟는등 불안함을 노출했다. 시애틀에서 데려온 스트릭랜드와 엘리아스는 사이좋게 마이너스 fWAR로 침몰했다. 그나마 허드슨이 합류 후 1점대 ERA로 믿을맨이 됐지만 나머지는 개인 최저 ERA가 3.91(태너 레이니)일 정도로 불안하다. 승계주자는 왠만하면 집으로 돌아오고 잔루로 봉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불펜은 경기 후반의 큰 불안감을 형성하고 있다.

밀워키의 불펜진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조시 헤이더라는 걸출한 마무리가 불펜의 중심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제프리스와 크네블이 비운 자리를 채워주지 못해 이음새가 허술해진 시기를 겪은 탓에 헤이더도 지친 모습을 노출했던 바 있다. 하지만 드루 포머런츠가 준수한 불펜으로 거듭났고, 부상에서 돌아와 실전감각을 쌓는 차원에서 불펜으로 돌린 브렌트 수터가 뜻밖에 미스터 제로로 활약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대박이 난 브루어스는 불펜 좌완 3대장을 갖추고 포스트시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시즌 성적으로 봤을 때는 전력차가 상당히 커보였지만, 워싱턴의 타자들은 헤이더를 포함해 밀워키 불펜투수들을 잘 공략해 5점대 평균자책점을 안겨준 경험이 있다. 특히 핵심 불펜들이 모두 좌완인만큼 렌돈과 켄드릭, 도저, 카브레라, 스즈키 같은 우타석에 들어설 타자들의 활약이 필요해 보인다. 

변수로는 스트라스버그와 패트릭 코빈의 불펜대기가 꼽히고 있다. 슈어저의 뒤를 받칠 투수로 거론되고 있긴 한데, 코빈의 경우 이틀의 휴식만 주어지는 상태라 기용하기엔 무리가 있으며, 스트라스버그가 우선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빈이나 스트라스버그 모두 시즌 중 밀워키와의 경기에서 슈어저보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투입했을 때 잃는 부분도 분명 있기에 신중을 기해 판단을 할 것으로 예상되나, 투입 가능성은 일단 존재한다.

선발 매치업
 
 워싱턴-밀워키 선발 매치업 비교

워싱턴-밀워키 선발 매치업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은 자신들이 내세울 최고의 카드 맥스 슈어저를 일찌감치 내정했다. 올해 짧지 않은 부상을 당했고 복귀에 의외로 많은 시간을 소요했지만, 퍼포먼스는 녹슬지 않았다. 그는 적은 경기 수에도 사이영상 경쟁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버텼다.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회복해내면서 6월 이달의 투수상도 거머쥐었던 바 있다. 불안요소가 늘었다곤 하지만 에이스의 자리는 여전히 그의 것임을 확인했던 시즌을 만들었다.

최고의 투수지만 워싱턴은 부상 복귀 후 슈어저의 이닝빌드를 신중히 해왔다. 7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약 50일 정도 부상자명단을 왔다갔다 한 탓이었다. 그럼에도 9월 슈어저의 성적은 매우 좋지 못했다. 월간 5점대 평균자책점은 낯선 성적이었다. 이에 워싱턴은 언급한대로 2-3선발인 스트라스버그와 코빈도 대기시키기로 했다. 대비는 해뒀지만, 저점에 있는 슈어저의 컨디션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밀워키는 긴 부상에서 돌아온 에이스 브랜든 우드러프를 냈다. 이닝빌드를 하기엔 시간이 충분치 않았지만 우선 짧은 이닝이라도 실점을 봉쇄하는 역할을 팀에서 기대하고 있다. 선발출신으로 멀티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고 워싱턴보다 불펜에 강점이 있음을 감안해 물량야구로 끌고 가려 할 것인데, 우드러프가 첫 테이프를 잘 끊어줘야할 것이다. 작년 오클랜드도 오프너부터 삐끗해서 경기를 내준만큼 우드러프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

밀워키의 가장 확률높은 승리공식은 슈어저를 빨리 마운드에서 쫓아내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슈어저는 삼진을 잡으면서도 볼넷을 억제하는 능력이 리그 전체에서 으뜸가는 투수다. 공을 많이 보는 타자들이 다수 포진된 밀워키가 슈어저의 투구수를 빠른 시점에 증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불펜의 좌-우 균형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은 벌떼야구를 감내해야 한다. 계속된 투수교체로 타자들을 말리게 하는 것이 밀워키의 노림수이다. 다행인 건 '프리롤 헤이더'의 기용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본인의 강력한 구위로도 상대를 잠재우지만 언제 나올지 모르기에 상대 타선의 점수에 대한 강박과 불안심리를 조장해 다른 투수가 있을 때도 타자를 흔드는 효과도 내포하고 있는 전략인데, 올해는 투입범위가 축소된만큼 차분함을 가지고 밀워키 마운드를 공략해 점수를 쌓아 자팀 투수진 부담을 줄여줘야할 것으로 보인다.

밀워키와 워싱턴의 경기를 시작으로 2019년의 가을잔치가 막을 올린다. 이 경기의 승자는 LA다저스와 맞붙는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다저스에 진 빚이 있다. (워싱턴 16 DS / 밀워키 18 CS) 과연 어떤 팀이 리벤지 매치를 신청할 권리를 얻을 것인지, 또 워싱턴의 탈락과의 악연은 또 한 번 지속될 것인지, 또 타이론 테일러의 페덱스 첫 출근이 미뤄질지에 관한 얘기까지도 더해 가을의 첫 페이지엔 어떤 이야기가 쓰여질지 주목해보자.
 
 밀워키-워싱턴 와일드카드전 예상 라인업

밀워키-워싱턴 와일드카드전 예상 라인업 ⓒ 정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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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내셔널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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