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이스의 경기. 10회 초 2사 두산 9번 정수빈이 안타를 치고 있다.

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이스의 경기. 10회 초 2사 두산 9번 정수빈이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삼성을 완파하고 선두 SK를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6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11-0으로 대승을 거뒀다. 두산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선두 SK 와이번스와의 승차를 0.5경기로 좁히며 시즌 막판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선두 경쟁을 예고했다(85승1무55패).

두산은 선발 유희관이 8회까지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11승 8패 평균자책점 3.21의 뛰어난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했던 필승조 김승회도 1이닝 무실점으로 복귀전을 마쳤다. 타석에서는 결승타의 주인공 오재일을 포함해 호세 페르난데스, 박건우, 박세혁, 김재호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잠실 아이돌' 정수빈도 날씨가 선선해 지면서 타격감을 부쩍 끌어 올리고 있다.

손가락 골절에도 한국시리즈 MVP 수상했던 2015년

2009년 프로 입단 후 꾸준히 1군에서 활약하던 정수빈은 이종욱(NC다이노스 2군 작전·주루코치)이 NC로 떠난 2014년 타율 .306 6홈런 49타점 79득점 32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폭발적인 주루플레이와 뛰어난 외야수비로 많은 여성팬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던 '잠실 아이돌' 정수빈이 드디어 두산의 간판 선수 중 한 명으로 등극한 시즌이었다.

정수빈은 2015년에도 128경기에서 타율 .295 2홈런 59타점 79득점 15도루를 기록하며 좋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두산팬들이 정수빈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때는 두산이 정규리그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5년 포스트시즌. 정수빈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번트를 시도하다가 손가락에 공을 맞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대로 시리즈 아웃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차전에 결장한 정수빈은 3차전부터 부상당한 손가락에 테이핑을 한 채로 지명타자로 출전을 강행했다. 1차전에서 교체를 당하기 전까지 3타수 2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김태형 감독도 정수빈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정수빈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14타수 8안타(타율 .571) 1홈런 5타점 6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정수빈은 2016년 프로 입단 8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타격기계' 김현수(LG트윈스)의 해외 진출 후 박건우, 김재환이 두산의 새로운 간판타자로 급부상하면서 두산의 외야진이 김재환, 박건우,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으로 재편된 것이다. 결국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한 2016년 타율 .242 2홈런 20타점 49득점 12도루로 주춤한 정수빈은 2016 시즌이 끝난 후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박건우, 허경민 등 두산에 함께 입단한 또래 친구들은 20대 초반에 이미 일찌감치 군대에 다녀 왔지만 입단 초기부터 1군에서 활약한 정수빈은 친구들에 비해 입대가 늦은 편이었다. 정수빈이 군에 입대한 후에도 두산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KBO리그 명문구단으로 자리를 잡았고 정수빈은 전역 후 곧바로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더워지면서 부진했던 정수빈, 가을 되면서 회복한 타격감

지난해 9월 초 전역 후 두산에 복귀한 정수빈은 26경기에서 타율 .367 2홈런 23타점 20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화끈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시즌 막판에는 kt 위즈의 박경수와 충돌하며 오른쪽 새끼손가락의 뼛조각이 떨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복귀한 정수빈은 4차전 결승 홈런을 포함해 6경기에서 타율 .269 1홈런 3타점 5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정수빈은 올 시즌에도 두산의 붙박이 주전 중견수 자리를 예약했다. 작년 전역 후 두 달 동안 워낙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탓에 올 시즌 활약에 대한 두산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실제로 정수빈은 시즌 개막 후 28경기에서 타율 .320 10타점 19득점 5도루를 기록하며 아주 좋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수빈은 4월 28일 롯데전에서 사구에 맞아 늑간 골절 및 혈흉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길면 두 달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예상과 달리 정수빈은 24일 만에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돌아온 정수빈은 시즌 초반의 날카로웠던 정수빈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정수빈은 6월 타율 .186, 7월 .241, 8월 .255로 부진하며 그저 수비만 잘하는 평범한 중견수로 전락했다. 물론 두산이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만큼 정수빈의 넓은 수비범위는 크게 도움이 되지만 타격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수준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에도 9월 이후의 활약이 눈부셨던 정수빈은 올해도 날씨가 선선해진 9월이 되면서 가파르게 타격감을 끌어 올렸다. 9월 17경기에 출전해 타율 .371(62타수23안타) 8타점 8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정수빈은 8월 말 .240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을 .262까지 끌어 올렸다. 정수빈은 26일 삼성전에서도 4회와 6회 연속 2안타로 3명의 주자를 불러 들이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제는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은 프로 11년 차의 중고참 선수가 됐지만 정수빈은 여전히 홈구장에서 여성팬들의 가장 많은 환호를 이끌어 내는 '잠실 아이돌'이다. 치열한 선두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두산이 어떤 순위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포스트시즌을 맞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3년 만에 우승 탈환을 노리는 올 시즌 두산의 가을야구에서 정수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거라는 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두산 베어스 정수빈 잠실 아이돌 한국시리즈 MVP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