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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SF 영화 <애드 아스트라>는 이 땅의 모든 회의론과 궤변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허무주의와 비상식에 맞서는 유일한 길은 지금의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깨달음의 방식은 철저한 고립과 단절로 인한 충격이다. 신과 지적 생명체에 대한 탐구는 결국 지금, 여기로 회귀한다.

<애드 아스트라>를 보는 내내 질문이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인류가 화성에서 해왕성까지 영상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을까? 인류는 현재 '뉴 호라이즌' 미션을 통해 명왕성을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해왕성은 태양계의 끝이 아닌가? 지구와 화성이 가장 근접했을 때 거리는 5460만km이다. 지구에서 해왕성까지 거리는 43억km다.

가장 빠른 우주선을 탈 경우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 150일에서 300일이 걸린다. 거리의 비율로만 따지면 해왕성까지 가는 데 32년이 걸린다. 전자기파를 통한 신호는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까? 신호가 파동에너지라면 중간에 사라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영화 속 주인공은 굳이 화성까지 가서 자신의 목소리를 해왕성에 있는 아버지에게 보냈을까? 지구에서 화성으로 음성녹음을 보내고, 화성에서 다시 해왕성으로 보내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주인공은 왜 굳이 화성까지 가서 목소리를 해왕성으로 전송해야 했을까? 지구에서 화성으로 보낸 후, 해왕성으로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영화 <애드 아스트라>의 한 장면. 주인공은 왜 굳이 화성까지 가서 목소리를 해왕성으로 전송해야 했을까? 지구에서 화성으로 보낸 후, 해왕성으로 보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 20세기 폭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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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해왕성까지 영상신호 보낸다?

이에 대한 질문을 25일 열린 카오스강연 <도대체 都大體> 1강 '어떤 숫자-에너지에 관하여'에서 해보았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경상대 물리교육과 이강연 교수는 "전자기파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간다. 그런데 거리가 멀어지면 (전자기파가 향하는) 구가 엄청 커진다"면서 "처음에 낸 (파동)에너지는 매순간 커지는 구 표면에 퍼진다. 전자기파 에너지는 해왕성에 도달하면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어마어마하게 작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아주 작지만 (영상 신호를) 받아보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화성에 간 이유는 거리가 줄어드니까 더 유리했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패널로 나온 성균관대 물리학과 이석천 초빙교수는 질문에 대해 "천문학은 별빛이 보이니까 시작할 수 있었다. 물리법칙의 (에너지) 보존력은 거리의 제곱에 따른다"면서 "달까지의 거리는 레이저를 쏘아서 반사가 되어 돌아가는 것으로 측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공간의 구 표면에 비례해서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뜻이다.

이석천 교수는 "공간상에서는 거의 진공이기 때문에 빛을 직진으로 쏘면 진공에서 상호작용을 안해 갔다가 돌아올 수 있다"면서 "별빛을 본다는 것은 주파수가 좁은 가시광선을 보는 것이다. 실제로는 많은 신호들이 대기권 때문에 못 들어온다. 그래서 굳이 대기권 밖인 화성으로 가서 신호를 보낸 것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경상대 물리교육과 이강영 교수는 에너지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 카오스 강연 ‘도대체(都大體)’, 1강 ‘어떤 숫자-에너지에 관하여’ 경상대 물리교육과 이강영 교수는 에너지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 카오스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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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커져도 에너지는 보존된다

독일의 철학·수학자 라이프니츠는 '생명의 힘(vis viva)'을 주장했다. 에너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무와 나무를 마찰시켜 불이 나도록 하면 어느 순간 물체는 멈추고 열이 나온다. 이에 대해 라이프니츠는 마찰에서 나오는 열을 통해 '생명의 힘'를 잃은 것으로 보았다. 뉴턴은 '운동의 양(momentum)'으로 에너지를 표현했다. 토마스 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에네르게이아(ἐνέργεια)'를 원용해 '에너지(energy)'란 용어를 처음 물리학적으로 사용했다.

이강영 교수는 "에너지는 항상 같은 숫자지만 형태는 얼마든지 달라진다"면서 "에너지는 숫자로는 나타낼 수 있지만 어떤 모습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에너지는 쉽게 전달된다. 닫힌 물리계, 즉 현 우주를 가정하면 전체의 에너지는 하나의 숫자로 표현되고 보존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어떤 양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에너지'라고 부른다"면서 에너지보다 에너지 보존 법칙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쓸모 있는 에너지는 현재로선 전기이다. 왜냐하면 변환하기 쉽고 저장하기 쉽고 전달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에너지 절약이란 에너지를 쓸모 있는 형태로 남겨 두는 일이다.

우리가 종종 혼동하는 말들이 있다. '힘의 단위는 뉴턴(N)이다' '일은 단위가 줄(J)이다' '일률(power)는 단위가 와트(W)다' '에너지는 단위가 줄과 칼로리다' '일률은 성능을 나타낸다' '에너지(일)은 일한 결과다' 등이다.

이강영 교수는 "아무리 에너지가 많아도 파워가 약하면 안 무섭다"면서 "아무리 힘을 썼어도 결과가 없으면 일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오는 악당 타노스가 스톤들을 취합해 무한대의 에너지를 가졌어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파워(일률)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란 것이다. 아무리 야근을 열심히 했어도 보고서를 제때 끝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억울하겠지만 말이다.
   
진행과 패널을 맡은 서울대 철학과 천현득 교수(왼쪽)와 패널에 나선 성균관대 물리학과 이석천 초빙교수(가운데), 이날 강연을 맡은 경상대 물리교육과 이강영 교수.
▲ 패널 및 객석 토의 장면. 진행과 패널을 맡은 서울대 철학과 천현득 교수(왼쪽)와 패널에 나선 성균관대 물리학과 이석천 초빙교수(가운데), 이날 강연을 맡은 경상대 물리교육과 이강영 교수.
ⓒ 카오스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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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써도 결과가 있어야 일한 것이다

이 교수는 리처드 뮬러의 저서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를 인용해 에너지와 파워를 설명했다.

"폭약(TNT)은 초콜릿 칩 쿠키보다 에너지는 작지만 일률(파워)은 크다. 물질 1kg의 폭약과 초콜릿 칩 쿠키를 비교하면 칼로리는 650 : 4998이다. 즉, 에너지의 양은 폭약 대 초콜릿 칩 쿠키가 1 : 7.7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폭약이 무서운 건 다들 알고 있다. 타노스가 무서운 것과 마찬가지다."

한편 카오스강연 2강은 코넬 공대 다니엘 리 교수가 '인공지능과 로봇지능(AI and Robot Intelligence)'를 맡는다. 패널로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이수영 교수가 나선다. 이날 강연은 영어로 진행되고 동시통역이 제공된다. 진행 및 패널은 서울대 철학과 천현득 교수가 예정돼 있다.

태그:#카오스강연, #카오스, #카오스재단, #도대체, #이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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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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