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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말하고 꿈꾸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에게는 더 많은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야망 있는 여자들을 위한 비밀사교클럽'은 사회 곳곳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마음껏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30대 이상 여성들을 인터뷰합니다.[편집자말]
(* 김민아 노무사 인터뷰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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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여성으로서 노동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다. 사회경험 하나 없는 26살의 여자 노무사가 건설노조에서 이력을 시작하며 힘들지는 않았을까? 혹은 '전문직'이기 때문에 '여자'라는 꼬리표를 덜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여성 이야기를 안 할 순 없을 것 같다. 여성이 노동자로서 권익을 보호받는 게 남성과 차이가 있나? 
"몇 달 전 금융권 회사에서 여자 지원자 점수만 깎아 탈락시켰던 경우가 있었다. 그게 수사가 이뤄졌는데, 사기업이 채용과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처음이라고 해서 놀라웠다.

남녀고용평등법이 만들어진 게 1998년인데, 그 법이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 채용과정에서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했었나? 모두가 아니라는 걸 알지 않나. 아무도 모집 채용 과정에서 어떻게 여자들이 걸러지는지, 방식을 구체적으로 모른다. 관계자들은 회사 안에 있으니까 말을 못할 거다. 

그럼 모집 채용 단계를 넘어서 들어온 여성들에게 직장은 평등한가. 아마 다른 문제에 부딪힐 거다. 주요한 업무를 남성들이 맡게 된다든지 인적 네트워크, 승진 기회, 교육 기회, 회사가 어려워졌을 때 퇴사하게 되는 순서 등 알게 모르게 차별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인식하기 어려웠던 것일 수도 있고, 문제 제기해봤자 불이익당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 아닌가 싶다."

- 노동조합 안에 여성 간부도 있나.
"있지만 적다. 노동조합에 여성 간부가 적은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주로 육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왕성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가 육아의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시기와 겹친다. 노동조합 활동에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노동조합 간부들은 저녁 일정도 많고 주말에도 활동한다. 아예 자식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난 후에 활동하거나 아예 나처럼 비혼이어야 가능하다."

'미인이시네요' → '발언을 잘하시네요'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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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으로 일하기에 어땠나?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일할 수 있었나?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하면서 여성으로서 받은 차별은 상대적으로 덜했던 것 같다. 차별이 너무 당연한 환경이라서 특별히 생각나는 사례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노무사 시험에 합격한 게 2006년인데, 당시 전체 합격자 122명 중에 여성은 29명이었고 이후에도 여성 노무사 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 노조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나이도 어리고 여자라 무시 당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더 노력했던 기억은 있다. 과거에는 교육을 하거나 중요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내려오면 실무자가 칭찬이랍시고 '미인이세요, 귀엽네요'라고 감히 '얼평'을 했다면, 이제는 '발언을 참 잘하시네요, 도움이 됐습니다, 교육이 정말 재밌었습니다'라고 일에 대해 평가하는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 나이 든 여성으로서의 한계도 느끼지 않는 편인가.
"나이 먹으면서 일이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노동조합 경력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노동조합과 함께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삶을 같이 산 거니까. 이런 경력을 중요시하는 노동조합들이 나를 찾는다. 여성, 남성이기보다는 어떤 맥락에서 일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노동조합위원장들의 나이도 조금씩 젊어진다. 예전에는 다 50대였는데 요즘은 40대 위원장들도 많다. 젊은 만큼 변화하겠다는 의지도 많다. 교육도 많이 찾는다. 아무래도 그들이 비슷한 연배를 찾다 보니 나를 찾으시는 것 같다."

- 30대로서 나보다 먼저 그 길을 간 40·50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데 여성 롤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야 할까?
"밀레니얼 세대가 롤모델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나는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롤모델이 왜 필요한가?"

-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간 사람이 있다면 참고가 되지 않겠나.
"여성 롤모델이 많지 않은 건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제적으로 독립된 상태가 아니라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만 하게 된다. 생계에 대한 불안이 없어야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 경제적 고민은 안 하나?
"노동자측 일만 하는 사람은 수입이 크지 않다. 처음 수습으로 일할 때 월 50만 원을 받았고, 건설노조에서 일할 때가 돼서야 겨우 100만 원을 넘었다. 부모님도 노동자 계급이셨고 나도 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일을 한다면 밥을 굶게 된다거나 차비가 없어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가난을 결의한 고집스러운 동기 여성 노무사들과 이 길을 가고 있는 노무사 선후배님들 덕분에 가난이 불안하지 않을 수 있었던 같기도 하다. 마이너스 통장 덕분이기도 하고(웃음)." 

"김민아 노무사랑 일하고 싶다는 말 듣고파"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노동교육센터 늘봄 김민아 노무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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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아 노무사의 야망은 무엇인가? 
"나는 계속 구체적인 꿈을 꾸는 게 야망이라고 생각한다. 추상적인 명분을 향해 달려가는 건 내 타입이 아니다.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자립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가 나 스스로를 먹여 살리고 있으니까 그 꿈을 이룬 셈이다.

20대 때 꿈은 친구들 불러서 파티도 하고 내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었는데 역시 이 꿈도 이뤘다. 다음 꿈은 뭘까. 일하는 공간, 사회를 바꾸는 과정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일하는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을 갖는 게 꿈이다. 오늘 여기(인터뷰 장소)처럼 한옥에서 일하는 노무사가 되는 꿈도 생겼다.

대한민국의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김민아 노무사랑 한 번 일해보고 싶다'는 말을 듣거나, '노동조합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김민아 노무사가 있으면 된다'는 평판을 갖는 것도 꿈이다."

김민아 노무사와의 인터뷰는 전문직에 대한 환상을 깨는 일이기도 했고, 또 다른 환상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문직 여성이라고 모두 두둑한 지갑을 들고, '팬시한' 하이힐을 신는 건 아니었다. 김민아에게서는 노무사의 모습보다 활동가의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자신이 믿는 길을 걷는 사람은 얼마나 반짝거리는가.

가난에 대한 위협은 우리를 '하고 싶은 일'과 '의미 있는 일'에서 떼어놓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이유로 낮은 연봉을 감내하라는 압박도 받는다. 내가 의미를 두는 일을 하면서도 가난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김민아 노무사는 가난을 결의한 동료들 덕분에 그 길을 계속갈 수 있다고 했다. 그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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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