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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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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이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사건을 은밀하게 전원합의체(전합)에서 논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법원 내부에서조차 특정 사건의 전합 회부 사실이 비공개였던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재판에 김현석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김 변호사는 2016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17~2017년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며 대법원에서 다루는 사건들을 총괄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일 기업쪽에 유리하도록 판례를 바꾸기 위해 사건을 전합에서 다루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이기도 하다.

이날 검찰은 김 변호사에게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서 확보한 문건을 제시했다. 2016년 11월 17일자 전합 진행 안건이었다. 여기에는 "회람 안건에서는 보안관계로 삭제할 예정입니다만 강제동원 관련 김용덕(사건 주심 대법관)이 중간보고 형식으로 하려고 하십니다"라고 쓰여있다. 공식 안건 목록에는 없지만, 사실상 강제동원 사건이 전합 논의 대상이었다는 뜻이다. 김 변호사도 그렇게 알았다고 증언했다.

김 변호사는 이듬해 3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에게 전합 안건을 보고했다. 이때 양 대법원장은 "강제동원 재상고 사건과 휴일 및 연장근로 사건은 전합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해 4~6월 대법관들은 실제로 강제동원 사건을 전합에서 다뤘고, 4월과 6월자 전합 진행안건에는 강제동원 사건도 기재했다. 또 5월에는 소부 선고를 결정했다가 한 달 뒤 다시 전합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재판은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 뒤, 일본 전범기업 등이 판례를 뒤집기 위해 노력했던 사건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와 법관 해외파견을 '거래'했고,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쪽을 부적절하게 접촉하는 등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고 본다. 대법원에서 다시 심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소부 선고가 정해졌는데도, 한달 뒤 전합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달라진 부분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게다가 대법원은 주요한 사안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사건을 전합에서 다루는 만큼, 전합 회부는 소송 당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하지만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사건 전합 회부를 외부에 알린 것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퇴임하고서도 약 1년이 지난 2018년 7월 27일이었다. 강제동원 피해자나 법률대리인단은 대법원 내부에서 은밀하게 전합 논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김현석 변호사는 2017년 6월 22일 전합 심리는 대법관 두 명이 바뀐 직후에 열렸고,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임기가 석 달 남은 상황이라 이후 논의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듬해 8월에서야 사건이 전합 안건으로 포함된 이유는 "대법관이 여러 명 바뀌어서 그 과정에서 제대로 논의가 안 됐다(는 이유)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합 회부하더라도 다시 소부에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전합 회부 여부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변호인 질문에 "있다,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기준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몰래 사건을 다루는 동안 고령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재판의 경과를 전혀 알 수 없어 가슴만 졸이고 있었다. 결국 2018년 10월 30일 최종 선고를 들은 원고는, 이춘식 할아버지 단 한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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