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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모가면 진가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상진 농업경영인.
 이천시 모가면 진가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상진 농업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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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고 식물은 주인이 신경 써주면 반응을 보인다고 했던가. 이천시 모가면 송악골농원 이상진(35) 농업경영인을 만나러 가는 길, 임금님표 이천쌀이 될 그의 논의 벼는 예쁘고 단정하게 알알이 옹골차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모내기 철이면 하루에 두 번씩 같은 논에 다녀온다고 한다. 벼의 생육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기 위해서다. 현재 이상진씨는 기계임대경작농지 2만평을 포함해 10만평에 벼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농사를 짓게 된 때는 10년 전, 이십대 중반으로 거슬러가야 한다. 당시 경호학과를 졸업한 이상진씨가 농업인이 된 계기는 언젠가는 농사를 짓고 시골부자가 되어 부모님 고생을 덜어드리겠다는 어릴 적 막연한 그의 소망과 언제든지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라던 아버지 말씀이었다.

운동의 길을 접고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을 때 농사 일은 크게 어렵거나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짬짬이 농기계를 만지고 부모님 일손을 도왔고 대학을 다니기 위해 고향을 떠나있을 때도 주말이면 집에 와 농사 일을 돕곤 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규모있고 체계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잘 짓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찾으면 보인다고 했듯 그는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해 국립농수산대학을 알게 됐다. 이상진씨는 국립농수산대학에서 농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전국의 젊은 농업경영인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고 한다. 농업에 대한 생각 역시 많이 바꼈다고. 그 과정 가운데 현지에서 농사법을 배운 1년의 현장실습 기간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선진화된 농업 작업 방식, 적재적소에 필요한 농기계 사용법, 쌀 생산성을 높이고 일의 능률 및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 김형규 현장교수님의 앞선 경영인 정신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십년 안에 자가경작면적 10만평의 꿈도 가졌고요."
 
'임금님표 이천쌀'이 될 벼가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임금님표 이천쌀"이 될 벼가 알알이 익어가고 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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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은 그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자 부모님 농지(당시 부모님은 3만평에 벼농사를 짓고 있었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농지를 증대시키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한국농어촌공사,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이천시모가면농업인상담소 등을 통해 청년농업인을 위한 정책, 농기계 임대, 농업인 혜택, 영농기술 정보와 교육 등을 적극 활용했는데 이것이 농사짓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졸업 후까지 태권도와 합기도 등 운동을 하는 동안 기본기를 다지고 몸을 단련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능력, 성실하고 부지런한 습관, 정신력 등도 역시 그러했다. 다른 분야도 그러하듯 농사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갈등도 있었다. 이상진씨는 과학적인 농업기술, 기계화, 육묘장 등 새로운 작업 방식을 추진했는데 아버지는 늘 해오던 벼 재배 방식에 익숙했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부터 마을분들과 부모님은 그를 인정하고 믿었다. 농지와 벼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놨기 때문이다. 현재 벼농사 대부분은 이상진 경영인이 도맡아한다.

"농사를 시작한 처음에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엔 문화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약간의 괴리감을 느낄 때도 있었죠. 지금은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시골에서 농사 짓는다고 하면 오래전 지게 지고 삽 들고 농사짓는 것을 상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실상은 대규모 농지에 농업의 기계화, 첨단화가 돼 가고 있거든요.

저는 농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부지런한 몸과 농산물 생산 기술을 가지고 열심히 농업을 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어요.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고요. 은퇴나 정년 걱정 없이 평생 직장도 됩니다. 농사는 뿌린대로, 그 결과물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거두는 점도 매력입니다."

 
비가 지나간 뒤 맑은 햇살에 들녘은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우리의 헛헛한 허기를 채워줄 밥, 밥을 짓는 쌀도 익어가고. 이천시 모가면 송악골농원에서.
 비가 지나간 뒤 맑은 햇살에 들녘은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우리의 헛헛한 허기를 채워줄 밥, 밥을 짓는 쌀도 익어가고. 이천시 모가면 송악골농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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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려는 분을 위한 조언을 요청하자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농사 지은지 10년 된 제가 감히 말씀드리기 송구합니다. 그래도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농사의 기본, 즉 1차 생산기술을 제대로 배우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가공식품 등 6차 산업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에 앞서 제가 가공하려는 식품의 생산 과정을 경험하면 훨씬 좋은 식품을 만드리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작물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이죠.

또 작물을 선택할 때 지역특화 작물은 프리미엄이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천은 쌀, 복숭아, 성주는 참외 등. 농사는 혼자 짓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합니다. 선진농법으로 농사를 잘 짓는 분들을 롤모델 삼아 따라 해보면서 자문을 구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알찬미(米)'를 재배하려고 한다. '알찬미'는 이천시가 2016년부터 국립식량과학원, 농협중앙회이천시지부와 공동으로 추진한 '수요자 참여형 지역특화 맞춤형 품종개발사업'에서 개발한 국내 육성 벼품종이다.

이상진씨는 아직도 농사의 기본기를 더 다져야 한단다. 짬을 내어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교육을 받고 아버지와 동네 어르신들한테 농사 재배에 대한 풍부한 지혜는를 배운다. 농사도 지식과 정보, 경험이 축적되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십대 중반의 젊은 후계 농업인을 지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봉사활동, 4H활동 등 단체 모임에도 적극 참여한다. 5년 안에 개인 쌀 브랜드를 만들고 직거래 판매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는 그는 미혼. 이제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십년 전 그의 꿈이 현실화 됐듯 건실한 청년, 이상진 농장경영인의 오늘의 꿈과 바람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일부는 이천소식 10월호에 실립니다.


태그:#한국농어촌공사, #이천시농업기술센터, #국립농수산대학, #임금님표 이천쌀, #농업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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