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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에는 목적이 있다. 실제로 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을 벗어나 자유와 일탈을 느끼고 싶거나 한도 생각하지 않는 쇼핑이 목적일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목적을 한꺼번에 이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별 거 없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세비야 여행에서 딱 하나만 보면 'OK'였다. 그곳이 바로 '스페인 광장'이었다. 스페인 광장은 세비야에 방문한 여행객 열명 중 열명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그만큼 세비야를 대표하는 곳으로 1929년 건축가 아니발 곤살레스(Anibal González)가 만들었다. 다른 명칭으로는 '에스파냐 광장'이라고도 한다. 
 
 LG CYON 장면. 사진│CF 캡쳐
 LG CYON 장면. 사진│CF 캡쳐
ⓒ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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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촬영지, '꽃보다 할배' 촬영지로 유명한데 내가 스페인 광장을 알게된 계기는 바로 이 광고였다. 신나게 플라멩고를 추는 김태희가 눈에 띈 광고. 하지만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건 배경지였다. 당시에는 유럽에 대한 꿈도, 환상도 없었기에 막연하게 '진짜 멋있다'라고 생각하는 데 그쳤지만. 

애초에 세비야가 배경이라는 사실을 안 건 아니었다. 스페인 남부 도시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렇다면, 이왕이면 세비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유럽여행 중 세비야에 간 목적은 광장 하나뿐이었다(지난 여행기 1편에서 이야기한 '어느 도시에 가든 원하는 거 하나만 보고 오면 된다는 것'에 해당한다). 

여전히 끝내주는 날씨의 세비야는 어슬렁거리며 걷기 좋았다. 숙소에서 광장까지 거리가 좀 있었지만, 당연히 '걷기'를 선택한 이유였다. 세비야에서 단 한 번도 교통수단을 이용한 적이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걷고 또 걷다 마주한 광장은 말그대로 탁 트여 있었다. 관광객도 제법 있었으나 워낙 넓어서 한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비야 스페인광장
 세비야 스페인광장
ⓒ 송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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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강이 이런 분위기를 더해줬는데, 강에서는 작은 배도 탈 수 있었다. 강 뒤로 반달 모양의 건물이 광장을 둘러 싸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서서히 돌리며 시야 가득 담아 보았다. '내가 이곳에 오다니' 그저 신기했다. 

하지만 신기한 건 둘째치고 정말 좋았다. 좋다는 말 외에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이 나조차도 감싸주는 것만 같았고, 온종일 아무데나 앉아 가만히 있어도 행복할 곳이었다. 모두 다 평화 속에 있는 느낌? 많은 것이 느릿하게 보였다. 
 
 세비야 스페인광장의 분수
 세비야 스페인광장의 분수
ⓒ 송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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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광장 한 가운데 있던 분수는 선물처럼 무지개를 선사했다. 호들갑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한참 동안 분수를 바라봤고 선물을 만끽하며 양볼이 아릴 정도로 웃었다.

사실 불쑥 유럽 여행을 결정한 이유는 이별 탓이었다. 문득 되도록 먼 곳에서 무지하게 아름다운 걸 보고 싶었다. 세비야는 나의 바람을 모두 이뤄준 셈이었다. 잠시 쉬고 싶었다. 광장은 넓고 시간은 많았다. 그늘진 곳으로 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행복했다. 
 
 세비야 스페인광장
 세비야 스페인광장
ⓒ 송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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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비야 스페인광장
 세비야 스페인광장
ⓒ 송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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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을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나라에 가도 만날 수 있는 넓은 광장일 뿐인데 몇 시간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굳이 중요한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세비야를 불안정하거나 평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 가도 행복을 느낄 만한 곳이지만, 당시의 나와 비슷한 상태인 사람이라면 분명 훨씬 나은 내일을 맞이할 거라 생각하므로. 그만큼 큰 위로가 된 곳이었다. 
 
 세비야 스페인광장의 야경
 세비야 스페인광장의 야경
ⓒ 송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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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때까지 광장에 있었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뭘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단지 "광장에 있었다"고 대답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스페인 광장은 낮부터 밤까지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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