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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자 '장애인',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흔히 노인과 장애인을 다른 영역의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 고령의 장애인이 특별히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떠올리기 힘들다. 고령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이들을 위한 정책과 복지서비스도 미흡한 실정이다. '노화'와 '장애'라는 이중고 속에서 철저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고령 장애인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8월 10일과 12일, 지체장애인 S씨(65)와 뇌병변장애인 K씨(62)를 만났다.

지원서비스가 24시간에서 4시간으로 
 
 활동지원사가 S씨가 물을 마시는 것을 돕고 있다. S씨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활동지원사가 S씨가 물을 마시는 것을 돕고 있다. S씨는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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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정확히 만 65세가 되는 날이에요." 

이 말을 한 S씨가 한숨부터 쉬었다. 만 65세가 된 S씨는 9월이 지나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수급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18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S씨는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지체장애인이다. 2010년 11월 시설에서 나온 후 하루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왔다. 그런 S씨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수급자로 전환되면 서비스 급여량이 4시간으로 줄어든다.

"활동보조 없이는 생활이 어려워 24시간 지원받던 사람한테 갑자기 4시간이라니, 시설에 들어가라고 등 떠미는 거나 다름없어요."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중증장애인은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의 자립 생활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 자립 생활을 지원하고 사회참여를 돕는다. 하지만 만 65세 이상이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로 전환돼 서비스 지원이 줄어든다. 해당 제도가 65세로 연령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S씨는 다음 달부터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수급자로 전환된다. 서비스가 전환되면 활동지원 시간과 급여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2016~2018) 만 65세 도래로 활동지원수급자에서 노인장기요양수급자로 전환된 80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책 전환자 중 63.7%(511명)는 서비스 이용 시간이 월평균 56시간 감소했다. 뇌병변장애인 K씨는 "현행 제도대로라면 65세 이상의 장애인은 집에만 있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활동지원 시간 축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서울시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지난 3월 서울시는 고령 장애인에게 돌봄 지원을 추가 제공하겠다며 '고령 장애인 돌봄활동서비스' 운영 계획을 밝혔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가 되면 줄어드는 돌봄 시간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서울시의 월 50시간 추가지급이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줄어드는 활동지원 시간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한 달에 최대 480시간까지 받을 수 있는 반면에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최대 108시간까지 받을 수 있다. 즉, 정책이 전환되면 1등급에 속하는 수급자 기준으로 최대 372시간이 줄어드는데 서울시가 추가 지급하겠다는 시간은 최대 50시간뿐이다.
 
 지난 8월 17일자 검색 결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서울시 고령장애인 50시간 추가’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뉴스 보도 갈무리. 서울시의 ‘고령장애인 돌봄 서비스’ 계획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 밖에 찾을 수 없었다.
 지난 8월 17일자 검색 결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서울시 고령장애인 50시간 추가’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뉴스 보도 갈무리. 서울시의 ‘고령장애인 돌봄 서비스’ 계획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 밖에 찾을 수 없었다.
ⓒ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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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계획과 달리 50시간 '추가' 지급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확인 결과, '올해 7월부터 추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보도와 달리 현재까지 추가 지급은 시행되고 있지 않았다.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해 올해 안에 50시간 추가 지급 계획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제도과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보내온 자료의 내용이 노인장기요양급여의 방문요양과 같아 사회보장위원회 측에 '유사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복지사업을 새로 시작하게 되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중복 여부를 검토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중복된 사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울시의 50시간 추가 지급 계획은 현재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유사성이 확인돼 표류 중이다. 이에 대해 사회보장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해당 계획을 실행할 수는 있지만 기존 서비스와의 유사성 때문에 중복 혜택은 받을 수 없다"며 "현행법상 추가 지급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의 50시간 '추가' 지원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목적이 다른 두 제도, 전환되면 사회활동 힘들어

고령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급여 시간의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K씨는 학교 공부, S씨는 상담 활동과 같은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K씨는 야간학교에 다닌다.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에서 공부한다. 돌 무렵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후 학교에 다녀보지 못한 터라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는 고등교육을 마치기 위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운다. 특히 인문학, 그중에서도 장애학에 빠져 있다. K씨는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활동가로도 살고 있다.
 
 평소 K씨가 수업을 듣는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의 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평소 K씨가 수업을 듣는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의 교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홍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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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씨가 다니는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의 모습
  K씨가 다니는 노들 장애인 야간학교의 모습
ⓒ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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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씨도 사회 참여 활동에 열심이다. 2주일에 한 번 장애인 생활 시설에 찾아가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위한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S씨는 "자꾸 집이나 시설로 파고드는 장애인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강조한다"면서 "밖으로 나가서 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정보도 얻어야 한다고 말해준다"고 말했다. 동료 상담은 S씨가 일상 중 가장 보람을 느끼는 활동이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그는 "(활동지원 시간이 축소돼) 시설로 들어가면 이제 상담 활동도 못하겠죠"라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두 제도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방문요양'은 장기요양요원이 신체활동 및 가사 활동만을 지원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박재영 팀장은 "활동지원서비스는 밖에 나가서 일하는 등의 사회활동까지 지원해주는 제도인 반면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서비스 제공항목에 사회활동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목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활동지원을 받던 장애인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게 되면 만족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완전히 대체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비교표 (자료 출처 :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정부24)
▲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비교표 (자료 출처 : 보건복지부,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정부24)
ⓒ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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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가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령 장애인 당사자들은 '선택권 보장'을 강조했다. 복지서비스 당사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전환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S씨는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활동 급여를 받고 살다가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때 요양원을 가든지 하고 싶다"고 했다. K씨도 "멀쩡한 정신으로 활동할 수 있는데 단지 65세 넘었다고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으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복지서비스에서 외면 당하는 고령장애인

고령 장애인은 정부 정책과 제도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회원기관 237곳 중 서울시에 있는 49곳의 장애인 프로그램 4394개를 조사한 결과, 고령 장애인에 특화된 프로그램은 76개로 극히 적었다. 전체 프로그램 중 1.73%에 불과했다. 고령 장애인 특화 프로그램이 전무한 장애인복지관은 49개 중 26곳으로 절반 이상에 달했다.
 
 취재팀이 서울시 소재 장애인 복지시설 49곳의 전체 프로그램 4,394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76개만이 고령장애인에 특화된 프로그램이었다. 장애인 복지시설 개수로 따졌을 때 49곳 중 26곳이 고령장애인 특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취재팀이 서울시 소재 장애인 복지시설 49곳의 전체 프로그램 4,394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76개만이 고령장애인에 특화된 프로그램이었다. 장애인 복지시설 개수로 따졌을 때 49곳 중 26곳이 고령장애인 특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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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나와 있는 서울시 소재 노인복지관 82곳을 분석한 결과, 고령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 곳은 7곳에 불과했다.

다수의 노인복지시설 관계자는 "특화 프로그램을 만들기에는 전문가가 부족하고 공간이 협소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A 노인복지관은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여가 복지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특정 계층(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노인복지시설 관계자들은 "가까운 곳에 장애인 복지관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고령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장애인 복지관이 더 적합할 것 같다는 뜻이었다.

노인복지관 관계자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장애인 복지관에 전화를 걸었다. 취재팀이 '중증장애를 가진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냐'고 묻자 관계자는 "신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막상 적합한 프로그램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대부분 2~3개의 프로그램 추천에 그쳤다. 그마저도 고령 장애인에게 적합한지 의문이 들었다.

B 장애인복지관은 "할머니가 만들기 활동을 원하시면 진흙 수업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20대가 수강하고 있는 수업이긴 하다"고 말했다. C 장애인복지관 역시 "고령이어도 수업 신청은 가능하다"고 했지만 "사실 적합한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노인복지관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 장애인은 집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장애인복지 관련 사업 실시기관 이용률'이 감소했다. 특히 65세 이상의 경우 17세 이하 이용률의 1/4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집에서 여가를 보내고 있다.

2017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고령 장애인의 욕구조사 및 중장기 정책방향' 보고서를 보면 '여가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고령 장애인의 49.1%가 TV 시청을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령 장애인이 원하는 생활은 사뭇 다르다.

2018년 경기도 지체장애인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고령 장애인은 활기찬 노후를 즐길 방법으로 '다양한 활동에서 경험하는 재미와 즐거움',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선택'으로 뽑았다. 즉, 고령 장애인은 욕구와 거리가 있는 여가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이수연 연구원은 "장애인복지관과 노인복지관 내 고령 장애인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과 문화여가시설에는 장애 특화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소리만 계속될 뿐... 귀 닫은 정부 기관

고령 장애인이 배제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돼왔었다. 지난해 9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연령제한 규정폐지'를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두 단체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국민연금공단 사옥에서는 '장애인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에 활발히 참여하는 S씨는 계속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 등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싸워서 빨리 제도를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시위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관련 기관에서도 논의가 이뤄져 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사회정책학회 등은 고령 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와 복지 정책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서는 '고령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고령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평생학습 기회 제공'을 제안하는 정책리포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고령 장애인 당사자와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은 "고령 장애인 관련 보고서가 발간되면 이걸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문제 제기만으로 끝나버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서비스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지 파악하고 실제 집행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부 지역 단위에서 고령 장애인을 고려하려는 시도는 있다. 루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승현 교수는 "경기도의회의 경우 고령 장애인 지원조례를 준비하고 있고, 서울시는 시범사업으로 중·고령 발달장애인 자활꿈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지엽적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노 교수는 "보다 거시적인 접근과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에도 고령 장애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참여연대의 장애인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2019년 장애인 복지예산에서 장애인 선택적 복지가 4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 선택적 복지 영역의 중심 사업이다. 활동지원서비스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그 혜택이 고령 장애인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 만 65세 이상이 되면 개인의 의지에 상관없이 활동서비스 대상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예산안에 나와 있는 선택적 복지의 하위 영역에서도 고령 장애인은 배제돼 있다. 장애인 선택적 복지의 일환으로 장애 아동 가족, 여성장애인, 발달장애인지원 사업이 각각 구분되어 있지만 같은 사회적 약자인 고령 장애인에 대한 사업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령 장애인에 대한 특화된 정책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령 장애인의 목소리 외면하지 말아야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잘살 수 있게 세상이 변해야 해요. 이 세상이 장애 있는 몸도 살아갈 수 있도록 변해야 하는 거죠."

K씨가 야학을 다니며 깨달은 점이다. K씨에게는 요양보다 외부 활동이 필요하다. 아직 더 공부하고 싶다. 그는 "아직도 이 세상에는 바꿀 게 많다고 생각해서, 세상을 좀 바꿔보고 싶어서 즐겁게 공부한다"고 했다.

현행 제도는 S씨와 K씨와 같은 이들의 일상을 억압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되면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들고, 제도의 목적 자체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는 달라 외부활동이 힘들어진다. 현재 복지시설의 프로그램도 S씨와 K씨를 외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고령 장애인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곳이 극히 드물다.

그러나 이런 부당함에 대해 고령 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고령 장애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뿐이다. 장애와 노화라는 무거운 두 짐을 떠안고 사회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고령 장애인.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수많은 S씨와 K씨들의 이야기를 계속 외면한다면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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