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11 20:05최종 업데이트 19.10.15 11: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집값 폭등의 제도적 기반 '부동산 3법 개정'

지난 2014년 12월 31일 국회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부동산 3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개정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재건축사업의 부담금을 3년간 면제시켰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과밀억제권역인 수도권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주택공급 특례'를 신설해 1주택으로 제한되었던 분양 주택 수를 3주택으로 늘렸다.


<주택법>은 '분양가상한제'의 전면적 의무 시행 조항을 폐지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에 대하여만 주택정책심의위원회(현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주택법 시행령'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기준 설정을 위임한 것이다.

근 5년이나 지난 2014년의 마지막 날을 지금 이렇게 면밀하게 복기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 개정된 부동산 3법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주택 가격 폭등의 제도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3법의 개정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테니 빚을 내서라도 투기해서 경기를 살리자'라는 의지를 시장에 천명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의 부담금 면제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2017년 12월 31일 일몰되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2017년 10월 24일 개정되어 2017년 11월 10일 이후 투기과열지구 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은 '주택공급 특례'를 적용받지 못해 1주택만 분양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2014년 신설된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주택공급 특례'를 삭제하는 근본적인 법률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른 두 법과 달리 <주택법>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관련 법률 개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2일 '주택법 시행령'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정으로 "필요시 적용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적용 기준 완화와 적용 시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2017년 11월 7일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전부였고, 실제 적용은 계속 미루어져 왔다. 정부는 2019년 8월 12일 적용 기준을 추가로 완화해 분양가 상승률, 청약 경쟁률, 거래량의 정량 지표를 충족시키는 투기과열지구를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 재건축 단지의 상한제 적용 시점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에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으로 확대될 예정인데, 이는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이와 같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9월 23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입법예고 기간이다. 만신창이 상태였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부활을 예고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투기에 대한 고삐를 놓는 것은 쉽고 정책 효과도 단기간에 나타나지만, 고삐를 다시 잡는 것은 어렵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헌집 한 채가 새집 두세 채로 되는 '마법'

현재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른 서울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때 개정된 '부동산3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부동산3법'이 현재까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총 사업비 10조 원으로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단지는 재건축사업 부담금의 3년 면제 기간이 일몰되는 2017년 말 막바지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완료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부담금을 면제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9년 8월 16일 서울행정법원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 조합원 267명이 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약간의 변수가 발생했다.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가 적용되게 된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소를 취하하거나 상고심의 판단이 달라질 경우 부담금 면제의 최대 수혜 단지가 될 것이다.

조합원들은 2014년 '주택공급 특례' 신설로 세 채까지 분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종전자산으로 두 채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조합원들의 주택 평형 선택과 관련해 분쟁이 생겨 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원고들은 "전용면적 107㎡(42평)인 1주택을 소유한 조합원이 '1+1분양 신청'으로 재건축 사업 완료 이후 주택 2채로 받게 될 때, '59㎡(25평)+115㎡(46평)'만으로 선택을 제한해 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조합이 '59㎡(25평)+135㎡(54평)'의 신청을 받아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헌 집 한 채가 지금보다 더 넓은 새 아파트와 소형 아파트 두 채로 바뀌는 마법은 조합원이 최대로 분양 받을 수 있는 주택수를 세 채로 확대한 '주택공급 특례'와 '분양가상한제의 폐지'로 인한 '높은 일반 분양가'를 주요 동력으로 삼는다.

'주택공급 특례'와 '분양가상한제의 폐지'는 5층짜리 아파트가 고층 아파트로 바뀌는 용적률 상승으로 만들어지는 주택 호수의 증가와 개발 이익 대부분을 조합원이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서울 강남이 아니면 기존 주택 한 채로 재건축 후 두 채를 분양받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3.3㎡(1평)당 일반분양가를 5000만원 이상으로 받아서 사업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헌집 한 채가 새 아파트 두 채, 세 채가 될 수 있는데, 미래 가치가 반영된 이 헌 집의 현재 홋가는 수 십 억원이 넘는다.
 

국토교통부가 민간 주택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자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 박종현

 
어느 쪽이 진정한 '로또'인가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주변 시세에 비해 낮은 분양가로 수분양자가 '로또'를 맞을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는데, 진정한 '로또'는 '부동산3법'을 개정해 재건축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세 채까지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박근혜 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후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생긴 수 십 억원의 시세 차익은, 분양가상한제의 시행으로 무주택 기간이 길고 가구원수가 많은 실수요자가 전매제한이 끝나는 5~10년 후 얻게 될지도 모를 불확실한 시세 차익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강남 아파트가 수 십 억원이 되는 것은 나머지 서울지역과 경기도의 아파트와 대구, 부산, 광주, 제주의 아파트가 10억원을 넘는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강남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강남의 고분양가를 방치할 경우 서울의 비강남 지역에서도 헌집 한 채가 새 아파트 두 채, 세 채가 되는 마법이 이루어져, 서울 주택 가격의 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부산, 대구로 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 '부동산3법'의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하며, '투기를 조장한' 잘못된 정책의 폐해는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3법'이 차례차례 무력화되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박근혜 정부의 <주택법>은 여전히 그대로다.

여당과 야당간에 큰 이견이 없는 법률은 끊임없이 개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처럼 첨예하게 찬반이 갈리는 법률 개정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긴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07년 4월 주택법을 개정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의 '전면적 의무 시행'을 법제화하였다. 이명박 정부 때 여러 번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 계획이 발표되었으나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주택법> 개정을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작동 방식을 크게 바꾸었다.

법 개정 전 분양가상한제는 모든 택지에 대한 의무 시행이 원칙이었으나, 개정 후에는 시행령에 위임된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2015년 4월 1일 시행된 '주택법 시행령'을 통해 적용 지역의 지정 기준을 '직전 3개월간 아파트의 매매가격상승률이 10퍼센트 이상인 지역' 등으로 설정하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 폭이 주간 단위로 0.1퍼센트가 안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의 100배가 넘는 '10퍼센트 이상'은 사실상 충족시키기 불가능한 기준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법>의 분양가상한제 관련 조항을 개정하지 못하고 있다. 법률 개정 의지가 없는 것인지 현재 국회의 의석구조상 법률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상한제 한다니 너도 나도 던지는 돌... 그러나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 때 개정된 <주택법>에 기반해서 정부가 10월 시행 예정인 분양가상한제가 '위헌이라며',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신축 주택 가격이 오른다'며 너도 나도 돌을 던진다.

우선 언론이 돌을 던지고 있다. 헌법 제35조는 '국가가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언론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통한 주택 가격 안정은 실패할테니, 시장에 맡기고 가만히 있으라'고 정부를 훈계한다. 특히 건설회사가 대주주인 민영방송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부를 가르치고 또 가르친다.

건설·주택산업 업계는 물론 관련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부동산 관련 학과의 교수들이 돌을 던지고 있다. '경제도 나쁜데 분양가상한제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주택 사업이 침체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정부를 협박한다.

박근혜 정부의 주거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고 문재인 정부의 주거 정책을 아마추어 같다고 평가하는 정치인들이 돌을 던지고 있다. '국회가 만드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제도의 틀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을 보면 정말로 저렇게 생각하는 건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분양가상한제의 작동 방식이 그 때는 옳고 지금은 틀리단 말인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지정하도록 한 것도 박근혜 정부의 <주택법> 개정에 의한 것인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과 투명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애꿎은 분양가상한제에 돌을 던진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주거 정책과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대변할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고, 위원명단과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을 만큼 그 운영이 투명하지 않은 것은 향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이렇게 작동하도록 만들어 놓은 정치인들이 분양가상한제에 돌을 던지는 것은 볼썽 사납다.

조합원 총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절대로 높아질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조합원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본인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조합원들을 선동한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투기 수요로 인해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시장 원리가 고장 난 주택시장에서 분양가상한제 도입은 집값 안정을 위한 최소 장치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분양가상한제를 작동하기 어렵게 법을 고쳤다.

분양가상한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분양하는 공동 주택에 대해 전면 실시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시행 요건을 까다롭게 고쳤다.

집값 상승 등 정량 요건을 충족하고,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발동될 수 있도록 했다. 절차를 까다롭게 해놓으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 수준에 가깝게 고친 게 박근혜 정부였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집값을 올렸던 박근혜 정부 부동산 3법의 마지막 퍼즐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시행할 수 있도록 주택법을 다시 개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머뭇거려 주택 가격이 다시 폭등할 경우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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