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기획 창>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KBS <시사기획 창>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KBS

 
KBS가 최근 간판 시사 프로그램 <추적60분> < KBS 스페셜 >의 폐지를 발표한 데 이어 <시사기획 창> 편성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물론 KBS 내부에서도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9일 KBS 내부 게시판에는 "<시사기획 창> 편성 변경 근거를 제시하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시사기획 창>은 현행 화요일 오후 10시에서 토요일 오후 8시 편성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해당 게시글에서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편성을 변경할 때는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해당 프로그램 구성원들이 편성 변경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며 "<시사기획 창>은 화요일 10시에서 제 몫을 해왔다. 3월부터 지속적인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편성 변경 결정을 내린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토요일 저녁 8시는 현재 <생로병사의 비밀>이 재방송되는 시간대다. 제작진은 이를 언급하며 "죽은 시간대에 가서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제작진이 편성 변경을 프로그램 폐지 수순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편성본부는 편성 변경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라. 근거 없는 편성 변경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여러 KBS 구성원들이 게시판을 통해 <시사기획 창> 편성 변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또 다른 <시사기획 창> 제작진 역시 게시판에 편성본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제작진은 "시사제작2부 식구들이 많은 분들을 찾아가 편성 변경 필요성에 대해 여쭙고 답변을 들었다. 저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었는지, 놓치고 있는 큰 그림이 없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고나니 일종의 편의나 안일함 때문에 또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여러분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KBS 한 간부급 기자는 "<시사기획 창> 절대적으로 응원한다. (편성 변경을) 납득할 수 없다. 원상회복 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KBS가 연이어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KBS의 한 기자는 <오마이뉴스>에 "탐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시간대를 바꾸는 결정으로 KBS가 오랜 기간 쌓아온 탐사 저널리즘의 경험도 사라질까봐 걱정된다. 화제가 안 된다는 이유로 탐사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가위질 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KBS 내부 게시판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찾아볼 수 있다. 20년 차 이상의 한 KBS 기자는 10일 게시판에 "최근 1~2년 사이 보도본부의 많은 프로그램이 편성에 난도질 당했다. 30년이 넘는 전통의 <뉴스라인>을 죽였고 그 자리에 <오늘밤 김제동>을 편성해, 편파성 논란에 휩싸였다. 아침 출근길 많은 애청자들이 사랑했던 <뉴스와 화제>를 죽이고 <최강시사>를 편성해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원성을 샀다"며 "왜 제작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로 보내려고 무리수를 두나. <시사기획 창> 죽이기를 당장 중단하라"고 KBS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탐사보도는 제껴두고 예능만 살리다니..."

KBS가 탐사보도,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편성 변경하는 데는 막대한 경영 적자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 KBS는 당기 순손실 39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 폭이 31억 원 더 늘어난 수치다. KBS에 따르면 올해 연말 사업손실은 약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양승동 KBS 사장이 연간 600억 원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비상경영계획안'을 발표한 이유다.

하지만 KBS의 '비상경영계획'과 맞물려 진행되는 시사프로그램 축소-폐지 움직임은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출연자들에 대한 도덕적 시비로 한동안 방송을 중단했던 KBS 간판 예능 < 1박2일 >의 부활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포털사이트, SNS 등지에는 "탐사보도는 제껴두고 예능만 살리다니, 광고수익보다 출연료가 더 나오겠네",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이 창피하다" 등 KBS를 비판하는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한 누리꾼은 "<추적 60분>은 공영방송의 의미가 무엇인가, (KBS가) 어떤 방송을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시금석이 아니었던가? KBS 사장 이하 책임 있는 분들은 이러한 결정에 책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당신들 후배들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생각해보길 바란다. 국민의 시청료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이라는 글을 통해 KBS를 비판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원장 역시 KBS 행보에 대해 우려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17년 KBS 경영평가단 외부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제정임 원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적자가 많이 나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기존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축소시키고 상업적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겠다는 흐름이라면, 우려스럽다"며 KBS가 살 길은 오히려 열심히 탐사보도를 해서 시청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시청자가 기꺼이 수신료를 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BS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깊이 있고 중요한 이슈를 추적하는 탐사보도를 통해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사보도 축소 및 폐지의 목적이) 비용 절감이라면 경영진이 그 결정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 측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시사기획 창> 편성 변경에 대한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시사기획창 추적60분 KBS 양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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