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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성소수자 여군의 성폭력 가해자인 직속상관과 함장에 대해 각각 징역 10년과 8년형이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판결이 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공대위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이에 공대위는 사건에 대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여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 군사법원 판결의 문제점 등을 짚는 기획기사를 총 7회에 거쳐 연재할 예정이다. 여섯 번째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유호정 활동가가 썼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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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가해자는 어떻게 사적인 의무기록을 입수했을까.
ⓒ pixabay
 
지난해 11월,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등군사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많은 언론이 이 판결의 부당함을 보도했다. 그러자 첫 번째 가해자였던 A소령은 언론사 10여 곳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하였고, 자신의 억울함을 소명하기 위해 언론조정신청서에 증인신문조서, 피해자의 메모, 심지어 피해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의무기록자료까지 첨부했다.

그중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피해자 본인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의무기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기록은 본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비난하기 위해 인용된 자료였다. 물론 피해자는 이 자료를 수사재판 진행 과정에서 직접 제출한 적이 없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사생활 침해이자 개인정보 유출인 전형적인 2차 피해였다. 가해자는 어떻게 피해자가 제출하지도 않은 사적인 의무기록을 입수할 수 있었을까?

피해자의 실명, 주민등록번호, 질병 정보까지 유출한 가해자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에서 첫 번째 가해자 A소령과 두 번째 가해자 B대령이 고등군사법원에 요청하여 받아낸 의무기록은 피해가 있기 5년 전 피해자가 다른 지역의 병원에 입원한 기록이었다.

당시 의무기록에는 피해자가 어떠한 증상을 호소하였는지와 해당 증상에 대한 의사의 소견까지 명시되어 있었고, 진단명, 질병코드까지 적혀있는데 A소령 측에서는 이를 어떠한 익명처리 없이 그대로 언론조정신청서에 담아 언론사에 배포했다. 언론사에 피해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는 물론, 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 질병 정보까지 유출한 셈이다.

A소령 측에서는 피해자가 이 사건보다도 훨씬 전부터 지니고 있었던 증상 등을 토대로 성폭력 피해 주장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성폭력 피해'가 아니라 연인 사이에서 있었던 합의된 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을 위해 피해자의 실명, 주민등록번호, 과거 질병에 이르는 개인의 사적 정보가 법원의 승인하에 가해자의 손에 전달되었고 그대로 언론사에 배포되는 엄청난 사생활 침해가 발생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본인의 인적사항을 조서에 드러내지 않고 조사를 받을 수 있다. <해군성폭력사건>의 피해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피해자, 신고인 등에 대한 보호조치)(각주 1)에 의거, 특정범죄신고자등보호법 제7조(각주 2)(인적사항의 기재 생략)를 준용하여 수사절차부터 가명으로 조사를 받았고 재판기록 어디에도 피해자의 실명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런데 피해자의 실명은 가해자들이 사실조회촉탁 신청을 통해 받은 의무기록에 명기되어있고 이는 그대로 언론조정신청서에 담겨 언론사에 배포되었다. 법으로 보장되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가 피고인의 방어권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한 침해를 받은 것이다.

법원이 허가한 피해자의 사적 정보 유출
 
 지난 2000년 대통령령으로 창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하게 된 고등군사법원의 법정 내부.
 지난 2000년 대통령령으로 창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하게 된 고등군사법원의 법정 내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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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조회촉탁이란 당사자가 법원에 사실조회신청서를 제출하면 법원이 공공기관, 학교, 병원, 그 밖의 단체 및 개인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 그 업무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조사 또는 보관 중인 문서의 등본, 사본의 송부를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민사소송법 제294조).

해군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A소령과 B대령은 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자료에서 단서를 찾아, 2심 고등군사법원 재판부에 사실조회촉탁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의료기관에 자료를 촉탁했다. 해당 의료기관은 법원의 요청에 자료를 제공했고, 법원은 이 자료를 그대로 피고인에게 제공했다.

사실조회촉탁 신청은 제3자가 증거자료가 되는 문서를 가지고 있을 경우 당사자가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절차다. 피고인은 방어권 차원에서 문서를 열람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지만,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적 정보까지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건으로부터 한참 이전의 과거 이력까지 사실조회 신청을 해서 피해자를 공격하는 가해자도 문제지만, 가해자의 악의적인 증거 수집을 허가해준 법원과 법원의 사실조회 촉탁에 그대로 내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병원도 문제다.

해군 성폭력 사건처럼 사실조회촉탁 신청이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또 있었다. 올해 초, 성폭력 가해자가 사실조회촉탁 신청을 해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모두 가해자에게 넘어간 사례가 올 1월 <한겨레>에 의해 보도된 적이 있었다. 사실조회신청으로 수집한 자료에는 피해자의 일기장과 편지, 학교 생활통지표와 심리상담 소견서까지 있었다.

기관이 법원의 사실조회신청에 응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병원, 학교를 포함한 기관은 사적인 개인정보를 제출하는 것에 더 신중해야 했다. 법원 또한, 피해자가 어느 자료가 가해자에게 넘어갔는지 곧바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조회 허가를 하기 전에 증거로 사용될 수 없는 사적 자료를 선별해야 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가 신청될 시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피고인의 공소사실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따로 규정하는 등의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아닌 또 다른 가해

사실조회촉탁 외에도 피고인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사례는 꾸준히 문제 제기되어 왔다. 피고인이 수사·재판 기록을 열람, 등사할 때 문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이름이나 주소,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는 것이 그 예다. 이에 지난 2월엔 법원이 피고인 측에 사건기록을 제공할 때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익명 처리하지 않았다면 사생활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2016년에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소송기록 열람 등사 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재판장의 의무가 명시되기도 하였다.(각주 3) 그럼에도 해군 상관 가해자의 사실조회촉탁 신청과 같은 피해자 개인정보 침해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수사기관 및 법원의 실효성 있는 내부 규정과 지속적인 현장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강간피해자보호법(Rape Shied Law)인 미연방증거규정(Federal Rules of Evidence) 제412조는 성범죄 사건에 있어 이전의 성적 행위나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 등은 원칙적으로 증거로서 허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가 아니라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가해자 측의 반대신문을 제한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여성인권 운동단체에서는 소위 방패법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강간 피해자보호법의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변화는 더디다.

법적 대응 과정에서 개인 신상정보나 사건과 무관한 개인 기록이 가해자 측에 노출된다면 피해자는 적극적인 신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통념과 함께 성폭력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을 가로막고, 어떻게든 피해자를 공격할 수단을 찾는 가해자가 악용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피고인(또는 피의자)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권이 대립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분명하게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사생활을 공격하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또 다른 가해다.

각주 1) 성폭력처벌법 제23조(피해자, 신고인 등에 대한 보호조치)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성폭력범죄의 피해자, 성폭력범죄를 신고(고소·고발을 포함한다)한 사람을 증인으로 신문하거나 조사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 및 제7조부터 제13조까지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9조와 제13조를 제외하고는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

각주 2) 특정범죄신고자등보호법 제7조(인적 사항의 기재 생략)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범죄신고등과 관련하여 조서나 그 밖의 서류(이하 "조서등"이라 한다)를 작성할 때 범죄신고자등이나 그 친족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조서등에 기재하고 범죄신고자등의 성명·연령·주소·직업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사항(이하 "인적 사항"이라 한다)은 기재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4.12.30>

각주 3) 형사소송법 제35조 3항, 재판장은 피해자, 증인 등 사건관계인의 생명 또는 신체의 안전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열람·복사에 앞서 사건관계인의 성명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아니하도록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 <신설 201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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