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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 9일 문재인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재가와 함께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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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은 이날 오후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비검찰 업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면 됩니다. 각 기관의 권한과 역할이 다른 만큼, 인적 구성도 달라야 하고,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법무가족 여러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받은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이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쓰였는지 깊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시기입니다. 국민 입장에서,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실현해 내는 것이 우리 법무부 앞에 놓인 시대적 과제입니다."

-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사

요동치는 야당과 검찰

예상 그대로 또 다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민란 수준의 국민들의 저항이 있을 것"(나경원 원내대표)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하던 한국당은 조 장관 취임 직후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권 종말의 시작"이라 선포했다.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특검, 정기국회 보이콧 등 가능한 수단은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모두가 '조국 후폭풍'이라 부를 만하다.

검찰 역시 술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검찰은 조국 장관 후보자 가족이 출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투자를 받은 업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국 수사' 관련자에 대한 첫 구속영장이었다.

한편 검찰은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고소·고발된 사건 18건을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고소·고발은 검찰이 접수해 경찰에 이첩한 사건이라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있다. 앞서 경찰조사에 임한 여당과 정의당 의원들과 달리 경찰 출석이나 수사 협조를 거부해온 한국당을 향해 검찰이 칼을 빼든 형국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구내식당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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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청와대와 조국 장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시작된 조 장관 주변의 전방위적인 압수 수색과 인사청문회 직후 조 장관의 아내 동양대 정아무개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없는 기소라는 유례없는 수사를 강행했다. 이러한 '윤석열 검찰'의 강공에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일선 검사들로부터 '여전한 정치 검찰'이란 자성이 제기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저는 사건의 실체를 알지 못 합니다. 저는 후보자의 적격 여부도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아는 건 극히 이례적 수사라는 것, 검찰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려해선 안 된다는 것 그뿐입니다."  (7일)

"저는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실은 누가 장관이 되든 검찰개혁은 '불가능'하지 않나 회의적인 편입니다. 지금 이 정도 걸어나온 것도 실은 기적 같은 일이라, 저도 여전히 검찰이 두려운 것 역시 사실이라, '할많하않'으로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찰권남용 피해의 당사자로서 유례없는 수사에 정치적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8일)

미투 운동을 촉발한 주인공인 수원지검 서지현 검사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꾸라 정치검찰"이라며 '조국 수사'에 대해 연이어 적은 글이다.

울산지검 임은정 검사 역시 지난 7일 "검찰이 사건 배당과 투입 인력으로 장난치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긴 하지만 검찰의 정치개입이 참 노골적이다 싶다"며 "이제라도 검찰 개혁이 제대로 돼 '검찰의 검찰'이 '국민의 검찰'로 분갈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판 자초한 '윤석열 검찰'

한편 일각에선 윤석열 검찰 총장 개인을 향한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검찰의 압수수색까지만 해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원칙주의자 윤석열 총장의 의지를 높게 사며 지켜보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전후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반전됐고, 인사청문회 전후 검찰의 정 교수의 기소를 둘러싼 당청과 검찰과의 대립이 부각되면서 윤 총장과 검찰의 '정치 개입' 의혹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고조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전원 투입됐다. 최소 20여 명 이상에서 많게는 30여 명 정도의 검사가 투입됐다고 하는데... 지금 수사는 매우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여러 가지 수사정보를 유출하면서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검찰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해서. 이건 대통령 인사권, 그 다음에 국회의 인사검증 권한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고 특히나 이런 목적을 위해서 사실상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는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기 방식의 유포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홍익표 의원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

지난 6일 여당 핵심 관계자가 "내란 음모 사건 수준의 수사"라고 비판한 것도 여기에 연원한다.

부산 의전원 압수수색과 관련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이 치솟았던 지난달 28일 시작된 '기밀누설죄를 범한 윤석열 총장을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은 9일 오후 6시 현재 43만 건을 돌파했다. 청원자가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가 한 달 이내에 공식 답변을 하는 만큼 검찰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 중인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한편 일부 조 장관의 지지자들은 지난 7월 윤석열 총장의 취임 시 불거졌던 윤 총장 처와 장모와 관련된 사적인 의혹과 과거 징계 사실을 제기하며 '윤석열 퇴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힘입은 걸까. 조 장관의 거취가 임명과 지명 철회 사이를 오가던 9일 오전엔 '검찰사모펀드쇼'라는 포털 검색어가 상위에 올랐고, 조 장관이 임명된 직후엔 '검찰단체사표환영'이란 검색어가 등장했다. 또 이날 대검찰청 홈페이지는 지지자들의 항의로 가히 마비 수준이었다.

결국 이러한 비판 여론은 검찰 스스로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이나 정 교수 기소에 대해 "정당한 수사권"이라거나 "공소 시효를 감안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청와대를 향해 이례적인 반박 메시지를 내놓고 "수사 개입" 운운했다. 검찰의 이러한 유례없는 행보가 '조국 낙마'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의구심을 자아낸 측면이 강하다.

이와 관련, 같은 방송에 출연한 홍 대변인은 "검찰 내부에 관련된 여러 가지 증언이 있는데, 윤석열 검찰총장 스스로가 조국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된다는 뜻으로 말을 했다, 이런 얘기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 제보라고 밝힌 홍 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전제하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그러니까 그런 얘기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건 검찰 내부에 그런 논의가 있었고 의도가 있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의도를 윤석열 총장 스스로가 잘라줘야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정치적 의도가 계속 반복적으로 유언비어처럼 또는 그게 진실인 것처럼 나오기 때문에. 그래서 윤석열 총장이 제대로 검찰개혁 하려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해야 되지만, 그 수사방식이 민주적이고 인권적이어야 된다는 겁니다."

입시부정에 민감한 국민 눈높이, '조국 정국'이 더 키웠다

이러한 '조국 후폭풍'에 시달린 이들은 검찰과 윤석열 총장이 전부는 아니었다. 바로 각각 과거 의혹들이 새롭게 재조명되거나 새로운 의혹의 주인공으로 부각된 나경원 원내대표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의 각종 의혹ㆍ논란들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습니다. 야권정치인의 실세인만큼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려면 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다 강조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의 하에 있는 검찰보다 나경원 의원이 좋아하는 특검을 설치하여 모든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게 나경원 원내대표도 바라마지 않을 것입니다."

역시 9일 오후 6시까지 청원자 28만 명을 돌파한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의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 요청!>이란 제목의 청와대 청원 제목이다. 이 역시 '조국 효과'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한 달간 '조국 정국'을 거치며,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나 원내대표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재조명된 것이다(관련 기사 : '조국 저격' 나경원·황교안의 과거, 놀라울 따름).

소셜 미디어와 지난달 28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 청원은 청문회를 거치며 다시 주목을 받았고, 해당 보도를 한 <뉴스타파>는 지난 3일 '타임라인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이란 콘텐츠를 소셜 미디어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청문회를 전후해 '나경원 의원 아들' 의혹이 확산됐다.

"또 최근엔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이 미국 고등학교 재학시절 서울대 의대 교수와 공동저자로 작성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회에 제출하고, 같은 내용을 고등학교 과학대회에 제출해 입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측은 아들은 해당 교수와 공동저자가 아니며, 고등학교 과학대회에 먼저 제출한 연구 결과를 요약해 이후 학회에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9일 MBC 보도다. 이미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당 논문으로 추정되는 논문의 이미지 파일이 퍼지는 중이다. 이와 관련, 최근 한 누리꾼은 아래와 같은 제보를 서울대 총학생회 측에 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기도 했다.
 
"나경원 아들 김00가 2015년 고등학생 때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 발견. 당시 책임저자로 서울대 윤00 교수입니다. 그럼 이와 관련하여 촛불집회 기대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장에 '조국은 유죄다. 범죄 장관 임명 철회하라.'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회의장에 "조국은 유죄다. 범죄 장관 임명 철회하라."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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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직검사가 검찰의 '정치개입'을 비판하며 나 원내대표 아들로 추정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진아무개 부부장검사는 전날 오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검찰의 편파수사, 정치개입 부끄럽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게시하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의 정의 관념으로부터 출발했다. 같은 사안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검찰, 부끄럽다."

더불어 진 부부장 글은 다른 한국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기재된 한 논문을 거론하며 "이 학생은 현재 고위 공직에 계시는 어떤 분의 아드님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이 사건 역시 (동양대) 표창장을 추적하듯이 수사할 수 있는지"라고 물었다.

이 같은 의혹 역시 후보자 가족을 상대로 '장관의 자격'을 따져 묻고, 내로남불 등으로 조롱했던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가 자초한 '조국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 그에 힘입어, 입시 부정에 민감한 국민들의 눈높이를 '조국 정국'이 더 키운 셈이 됐고 또 그 기준과 잣대를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를 설치한 것처럼, 이번 조국 사태를 구실 삼아 입시 부정을 조사할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마침 문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 메시지의 말미에 이렇게 천명하기도 했다. 그 강력한 추진책의 하나로,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등 권력층 자녀의 입시 부정 전수 조사를 포함하는 건 어떨까.
 
"정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요구는 그에서 더 나아가 제도에 내재된 불공정과 특권적 요소까지 없애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을 좌절시키는 기득권과 불합리의 원천이 되는 제도까지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실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태그:#조국, #나경원, #검찰,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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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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