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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표지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표지
ⓒ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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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대생이 남자 선배에게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배운다. 선배의 말에 따라 동작을 행하던 여대생이 설명이 끝난 뒤 폴라로이드로 찍은 첫 번째 사진은 그 남자 선배이다. 떨리는 첫사랑의 감정을 담아낸 이 6분짜리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아련한 추억을 전해준다. <조금만 더 가까이>,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김종관 감독의 영화는 이 단편에서 조금도 멀어지지 않았다.

그의 영화들은 과거를 이야기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그 안에서 아련함과 후회의 감정들을 쏟아낸다. 이런 김종관 감독의 스타일은 그의 글에도 잘 묻어난다. 마치 안개처럼 기억 한 구석에 존재하는 풍경과 추억을 짙은 감성으로 써 내려가는 그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옛 추억을 꿈꾸듯 걸어 다니게 만드는 몽환적인 힘이 있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는 2012년 출간된 에세이집 <사라지고 있습니까>의 개정증보판이다. 1~4부까지의 내용은 앞선 에세이집과 같으며 5, 6부가 새로 추가되었다. 작가는 자신이 예전에 쓴 글을 다시 보며 현재의 감정을 덧입혔다고 한다. 그에게는 지나간 글 역시 추억이며 그 추억은 현재의 감정으로 다시 쓰인다.

이런 추억을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라 말한다. 3부 '시네마 천국 – 영화와 기억' 중에서 첫 번째 장 '기회'에서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끔 영화를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결국은 나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아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시간들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선물로 받는다."
 
 
그의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누구나 지나간 시간이 있고 그 시간들에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품고 있다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순간에 기회를 부여한다. 그때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한 후회를, 보이지 못한 감정에 대한 아쉬움을 보여주는 김종관 감독의 감성을 관객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이 점에 있다.

작가 김종관은 감독 김종관이 지닌 영화 속 화면의 감성을 글로 표현해낸다. 기존의 에세이가 친근한 어투와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사건 만들기에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마치 시를 읽고 회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노랫말처럼 짙은 감성을 담아낸 문구는 그 시절을 바라보는 작가가 느끼는 감정을 아름답게 전하며 그가 살아온 그리고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묘사는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나가는 재미가 뚜렷하다. 에세이가 직설적으로 감정을 자극하고 교훈을 주는 반면 김종관 작가의 작품은 문체 하나하나가 그려낸 화폭에 빠져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김종관 작가는 글에 있어서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내며 시와 같은 서정적인 에세이를 완성시켰다. 그의 섬세하고도 세심한 감정의 표현은 지나간 시간을 어루만지는 아련하고도 애틋한 추억여행을 선사한다. 6부에 담긴 안소희 주연의 <하코다테에서 안녕>과 아이유 주연의 <밤을 걷다>의 시나리오 역시 이 작품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은이), arte(아르테)(2019)


태그:#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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