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세상이다. 끼어들기 했다고 끝까지 쫒아가서 폭행하고, 콜센터 직원에게 상습적으로 막말을 하고, 아무 때나 모욕적인 욕을 해대는 상사까지... 제 정신으로 살기가 더 힘들어지는 요즘, 그래서 출판계의 대세는 '나를 지키는 법'에 관한 책들이다. 여기 끝판왕이 도착했다.
<빌어먹을 감정 날려버리기>는 원제가 더 강렬하다. < F*ck Feelings>. 제목만으로도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인데, 책을 넘겨 목차를 확인하면 10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1장- 빌어먹을 개자식들!
2장- 평정심이라니, 빌어먹을!
3장- 자존감이라니, 빌어먹을!
4장- 자기 계발이라니, 빌어먹을!
5장- 소통이라니, 빌어먹을!
6장- 사랑이라니, 빌어먹을!
7장- 공평함이라니, 빌어먹을!
8장- 도움 주기라니, 빌어먹을!
9장- 심리 치료라니, 빌어먹을!
오전에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누군가가 떠올라, 3장 3부 '나를 괴롭히는 사람에게 맞서기'를 먼저 펼쳐든다. 누군가의 공격을 받으면, 영화 속 슈퍼히어로처럼 당당하게 응수하고 싶겠지만, 저자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할 수만 있다면 기분이 째지겠지만, 이 같은 보복에는 도로 위 폭행 사건에서 볼 수 있을 온갖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 더 나아가 그들에게 대항한다고 해서 당했던 굴욕과 위협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촉진될 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 '목표를 세우고 이룰 수 있는 것'을 분리해서 정리한 후,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예를 들어 '화가 난다고 해서 소리 지르지 말고, 말할 준비가 될 때까지 입 다물고 기다린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인지 관련된 정보를 철저히 조사한다' 등이다.
이쯤 되니 저자가 궁금해진다. 마이클 베넷 박사는 하버드 의과대학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 40여 년간 수많은 환자의 정신 질환, 나쁜 습관, 골치 아픈 관계 문제 등을 치료해왔다고 한다. <빌어먹을 감정 날려버리기>는 마이클 베넷이 그의 딸 사라 베넷과 함께 쓴 책이다.
책의 핵심은 '어차피 안 될 일엔 신경 끄고, 되는 일에만 집중'하라는 데 있다. 어느 회사에나 있는 개자식 같이 행동하는 상사가 있다면, 당신은 누군가에게 문제를 제기해서 이를 해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베넷 박사는 "그래봤자 직장은 직장일 뿐, 돈을 벌러 다니는 곳이지 공평한 세상을 만들려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선을 긋고, "당신의 목표는 하루 업무를 잘 수행하고 고용 상태를 유지하는 것'임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당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개자식 같은 상사는 어차피 말로가 안 좋을 것이다.
저자는 '내가 조금 노력하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적 맹신을 버리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가장 실질적인 해결책은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문제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 맘처럼 안 되는 일엔 이 책의 제목처럼 '빌어먹을'이라고 속 시원하게 욕이나 해주고 되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자. 신기하게도 욕 해주는 것만으로도 당장의 나쁜 기분이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