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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가 공부하고 싶다고 대학 갔을 때 그때 엄마 나이가 몇 살이었지?"
"49살이었지."
"그리고 4년 뒤 취업했을 때 53살, 참 젊었네... 그치."
"그랬네! 젊었네."


만학도로 대학을 졸업하고 늦둥이 아들 용돈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취업을 원했다. 많은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거절 되었다. 뜻하지 않게 그 나이에 좌절감이란 친구가 달라붙었다. 끈적거려 싫었다. 취업이 먹고 살기위한 목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이란 딱지가 늘어나자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오십 나이에 전문직(사회복지사)으로 취업한다는 게 어렵겠지' 알고는 있었지만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용기였는지. 나는 의기충천했다. 불합격된 주 이유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였다. 자존감이 버드나무처럼 휘어져 땅으로 하락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바도 있었다. 어떤 청년은 말했다. 이력서를 백여 곳에 넣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과 피터지게 싸웠다고. 억울했지만 오기가 생겨 끝까지 해보겠다고 버둥거렸던 시간들. 눈물을 훔치며 "드디어 취업했다"라고 해맑게 웃던 청년이 떠올랐다. 전혀 알지 못하는 청년이었지만 그 끈기와 열정, 오기와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각자 나이에 맞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 용기가 필요하다.

나도 오십이 넘은 나이에 맞이하는 여러 번의 불합격, 정말 가고 싶었던 곳에 3번의 재도전 끝에 계약직 사회복지사로 취업을 했다. 즐거웠고 신났다. 하지만 장거리였던 직장을 오가면서 30년 무사고였던 운전역사에 금이 갔다.

연이어 이틀 두 번의 교통사고. 장거리 운전이 공포가 되었다. 그리고 허락도 없이 찾아온 고혈압이란 달갑지 않은 친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쉼이 필요하단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고 갈등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고민만 하는 자신을 보면서 잠깐 멈춰 있자고 숨 돌리고 있을 때, 딸과 통화를 하며 만학도로 공부했던 때를 상기했다.

마침 '93세에 책 낸 선생님... 이분처럼 나이들고 싶다'는 송상호 시민기자 기사도 보게 됐다. 10년 준비해서 책 펴낸 이귀학 어르신에 대한 내용이었다. 기사를 읽고 10년이 지난 오늘(60살), 오십대 때를 떠올리면서 10년 후(70살)에 오늘처럼 후회하고 있을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동안 함께하는 이들에게 "성실하다. 열정이 있다. 계획적이다. 열심이다. 진솔하다. 꾸준하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멈추어져 있는 나와 마주했다. 노환으로 진행 되어가는 생물학적, 심리적 변화에 핑계란 핑계를 접붙이면서 갈등하고 방황하며 움츠러들기만 할 것인가?

10년 후에 또 후회하면서 늦었다고 너무 나이가 많다고 푸념의 꼬투리 잡기를 시합하듯 하면서 굼벵이처럼 굴러갈 것인가? 오늘도 노심초사 심장이 팔딱이며 숨넘어가듯 재촉하기만 하는, "그래서 어쩔 건데?" 하는 물음만 할 것인가?라는 생각에 '이귀학님'이라는 유리 조각 하나가 심장에 강하게 박혔다.

이귀학님의 준비기간 10년, '늦지 않았구나.' 앙상한 가지 끝에 물빛 머금은 꽃망울이 화들짝 열리듯 열렸다. 잘 쓴 글, 멋진 글, 재미, 흥미, 의미까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쉼 없이 걸어가 보자 실패도 실력이다.

그리하여 또 하나의 글을 쓴다. 이 또한 다시 떠나는 여행이다. 느리면 어떤가! 매일이 축복이라 감사하자. 오늘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날이다.

태그:#에세이글쓰기, #한길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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