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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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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가 지원한 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은 어학특기자 전형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입학사정관전형을 늘리라고 해 특기자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확대한 것이다. 어학특기자 전형에선 당연히 어학 실력을 본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게 원어민 수준인 학생을 뽑는다. 그래서 외고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SCI 논문을 고교생이 썼다고 대서특필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억이 나겠는가."


지난달 31일자 <중앙선데이>와 인터뷰한 전 고려대 입학팀장(61)의 주장이다. 고려대에서 20여 년간 입시를 담당하다 최근 정년퇴임했다는 이 전 입학팀장은 당시 입시에서 "(논문실적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조국 딸이 지원한 분야는 어학특기자 전형이었다>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내용이라 주목할 만했다.

주목할 만한 고려대 전 입학팀장의 인터뷰

논문과 관련해 그는 "당시 특기자전형에선 부가서류를 10개 정도 낼 수 있었다. 사본을 냈다고 하더라도 당시 입학사정관들은 '글을 썼는데 논문 형식으로 썼네' 정도로 여겼을 것"이라며 "전문적으로 연구만 하는 연구원들도 논문 쓰기가 쉽지 않다는 걸 다 알고 있다. 논문이 결정적인 서류였다면 진위 여부를 따져봤겠지만 '논문 써봤구나'로 여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시 어학특기자 전형이었다던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 입시는 면접자의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봤을까. 고려대 전 입학팀장은 "어학 실력과 학업적 능력을 보여주는 AP(Advanced Placement, 미국 대학협의회에서 만든 고교 심화학습 과정) 같은 기록, 공인된 유엔 모의대회 실적을 더 높게 평가했다"며 "어학 실력, 학업능력, 그리고 리더십 등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제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조모씨의 의학 논문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었을 뿐 더러, 조씨가 여타 입시생들과 다를 바 없는 일반적인 전형 과정을 거쳤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중앙선데이>는 지속적으로 논문 실적이나 입학 취소 가능성을 물었다. 전 입학팀장은 고려대가 조씨의 입학을 취소할 만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씨의 자소서를 보면 12가지 스펙이 나온다. 이런 스펙이 더 중요했나"라는 물음엔 이렇게 답했다.

"조씨가 썼다는 자소서를 보면서 왜 이리 가성비 없는 짓을 했는지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이런 거 해야 한다', '저런 거도 해야 한다'는 소문만 듣고 뛰어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는, 조씨가 입시 당시 논문을 제출한 것은 확인이 어려울 뿐 더러, 무엇보다 논문을 제출했다고 해도 당시 입학사정관들이 논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인터뷰만 놓고 보면 조씨의 입학 과정에 '부정 입학', '입시 부정'이 벌어졌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조국 의혹 팩트정리> 시리즈를 연재 중인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은 <'금수저 프리패스?' 조국 딸 입시 논란 팩트 정리> 기사에서 "인턴십 논문으로 2010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에 들어갔다?"는 의혹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고려대 입학 논란의 핵심은 결국 단국대 논문의 1저자 등재 문제다. 논문 관련 청탁 사실 등이 밝혀진다면 자기소개서에서 언급된 논문이 입학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상관없이 입시 부정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전반적인 입학 과정에서 불법성을 발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지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앞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참석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지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앞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에 참석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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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주장과 의혹보도로 완성된 '정유라=조국 딸' 프레임

"정유라 사건보다 10배는 더 심하다. 고등학생이 2주 동안 인턴을 하면서 지도교수와 박사과정들을 제치고 논문 제1저자가 됐다. 그 논문으로 대학 가고 의전원도 갔다. 가족 사기단의 장기 플랜이 완성됐다."

지난달 20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란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이후 잘 알려진 대로, 이른바 '조국 딸' 의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정국에서 '도덕성', '내로남불'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특혜', '입시부정', '부정 입학' 등의 키워드가 전면에 떠올랐고, 경쟁적인 단독 경쟁 이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개별 언론사들이 내놓은 논문 관련 '단독' 보도만 수십 건이었다. "~라면"이란 가정법에 의거한 '의혹' 기사가 쏟아졌고, 조 후보자 딸 조씨의 고려대 입시 당시 '자기소개서'까지 '부관참시'됐다.

같은 달 22일 <중앙일보> 역시 <고대 자소서 쓴 "WHO 인턴"…조국 딸, 지원자격 안 됐다>는 기사로 '자기소개서' 문제를 들고 나왔다. 여기저기서 자기소개서 내용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조씨의 공주대 인턴 과정이나 유엔인권정책센터 인턴십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당이 제기하고 언론의 추가 의혹보도로 증폭된 논란 속에 '정유라= 조국 딸' 프레임'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3일과 24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믿고 나대던 최순실이나 문재인 믿고 나대는 조국이나 무엇이 다르냐", "정유라는 그렇게 모질게 산산조각 내더니 조유라는 보호하자는 것이 니들만의 윤리이고 도덕이냐"고 비판에 동참했다. 심지어 지난달 29일, 최순실씨 역시 변호인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내 딸(정유라)은 메달이라도 따려고 천신만고 고생을 했는데 조국 딸은 거저먹으려고 한 것 아니냐."

부풀려진 의혹 보도, 외면 받는 사실 보도

"의혹은 그때도 상당했어요. 의혹이 상당할 때 기자는 보도 할 수 있고 그게 언론의 역할이었잖아요, 사실. 제가 그때 이대 정유라와 지금의 보도 양상이 너무 다르다고 하는 건, 그때는 하나도 급하지 않고, 의혹보도도 하나도 하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수만 건씩 의혹보도를 쏟아내는 게…. 최대한 검증해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보도를 해야 하는데, 언론들이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실망스러운 거죠."

지난달 28일 공개된 KBS의 유튜브 채널 <댓글 읽어주는 기자>의 진행자인 KBS 팩트체크팀 옥유정 기자. 이화여대의 정유라 특혜 논란 당시 이대를 밀착취재 했다는 옥 기자는 당시 정유라의 이대 입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서도 바로 '의혹' 보도를 하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와 같이 평했다.

당시 KBS는 정유라의 입시 부정과 관련된 자료를 입수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기에 곧바로 '의혹 보도'를 내보낼 수 없었다는 거다.

조국 청문회 정국이 길어지면서, 앞서 소개한 <중앙선데이>의 인터뷰처럼 조씨와 관련한 일련의 의혹을 부정하는 반박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역시나 김진태 의원이 제기했던 조씨의 한영외고 특례입학 의혹 또한 지난달 28일 과거 조씨의 진학 상담을 담당했다는 입시학원 관계자의 반박이 나오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반박들은 초기 의혹보도와 달리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의혹 보도가 뒤늦게 나온 '사실' 보도를 파묻는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과연 이득을 취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사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수많은 '의혹보도'가 의도적으로 '조국 딸=정유라' 프레임을 증폭시키고 싶었던 이들의 욕망을 완성시켰고, 그로 인해 여론 또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태그:#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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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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