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버질 반 다이크(왼쪽)

UE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버질 반 다이크(왼쪽) ⓒ UEFA 공식 홈페이지 캡처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제치고 UEFA(유럽축구연맹)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수비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반 다이크의 전설은 이제 시작이다.

반 다이크는 30일 오전 1시(한국시간) 모나코에서 UEFA가 주최한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 및 UE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1997-1998 시즌 UEFA 올해의 클럽 축구 선수상부터 시작된 해당 상은 올해로 22번째 수상만에 최초로 수비수 반 다이크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메날두'가 있음에도 반 다이크의 지난 시즌 존재감을 고려하면 합당한 결과다. 2018-2019 시즌 반 다이크는 리버풀 수비의 리더로 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준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약한 수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리버풀은 반 다이크의 등장으로 유럽에서 가장 단단한 클럽으로 변신하며 유럽을 제패했다.

특히 경쟁 상대였던 메시가 속한 FC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끝내 빅이어를 들어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울러 UEFA에서 지난해부터 신설한 네이션스리그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축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UE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반 다이크의 다음 목표는 발롱도르다. UEFA 올해의 선수로 뽑힌 선수는 으레 연말에 있는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이변이 없는 한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 이후 13년 만에 수비수 발롱도르 위너가 탄생할 예정이다.

늦었지만 전설의 시발점

수비수 최초로 UE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역사를 쓴 반 다이크는 전설적인 선배 수비수들의 아성에 도전하게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발롱도르를 수상하면 이탈리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칸나바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유구한 발롱도르 역사에서 수비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경우는 칸나바로를 비롯해 프란츠 베켄바우어, 마티아스 잠머 단 3명뿐이다.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것만으로도 반 다이크는 축구 역사의 큰 족적을 남길 수 있다.

그럼에도 반 다이크가 위대한 전설들과 동일선상에 서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평가다. 아직 그가 세운 업적은 비교대상들에 비하면 비교적 초라(?)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분류되는 베켄바우어와 바비 무어, 프랑크 바레시는 반 다이크가 쳐다보기도 어려운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이다. 엘리아스 피게로아, 가에타노 시레아, 다니엘 파사레야 등과 최근의 세르히오 라모스와 격차도 상당하다.

역시 연속성과 꾸준함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위에 언급된 수비수들은 10년 넘게 자신의 대륙을 넘어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서 오랜 기간 군림하며 명성을 쌓아온 선수들이다.

반면 반 다이크는 이제 유럽 축구 중심에 입성한 선수다. 흐로닝언-셀틱-사우스햄튼을 거쳐 지난해 1월 리버풀로 이적한 반 다이크가 최고의 수비수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이제 2년도 되지 않았다. 꾸준함을 입증할 필요가 있는 반 다이크다.

20대 중·후반에 실력이 만개하며 위대한 선배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성장 속도는 가히 역대급이다. 리버풀 이적 당시만 해도 많은 이들이 의문부호를 달았지만, 반 다이크가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하는 데 2년도 걸리지 않았다.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 EPA/연합뉴스

 
반 다이크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193cm의 거대한 신장을 바탕으로 한 공중볼 능력은 공포 그 자체고, 큰 키가 무색하게 발도 빨라 뒷공간 공략도 쉽지 않다.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빌드업 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강력한 헤더로 상대의 골망을 가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침착한 수비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영리한 플레이는 그가 지닌 능력 중 백미다.

지난해 루카 모드리치에 이어 올해는 반 다이크가 '메날두'를 넘어 최고의 선수가 됐다. 한때 UEFA 올해의 선수는 몇 년간 메시와 호날두의 차지였지만, 이제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혼돈의 시기 거대한 느낌표를 찍으며 등장한 반 다이크가 앞으로 어떤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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