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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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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보복에 나선 일본 정부를 향해 결국 '정직'이라는 단어까지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 9시부터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경제보복의 이유조차도 정직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일본은 정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수출 제한과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가) 제외 등 경제보복 조치를 취한 이유를 수시로 바꿔왔다. 처음에는 전략물자 북한 반출 의혹을 제기했다가 나중에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을 경제 보복의 이유로 내세웠다.

"일본은 정직해야 한다"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일본이 근거없이 수시로 말을 바꾸며 경제보복을 합리화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판결이라는 '과거사 문제'를 '경제문제'와 연계해 수출 제한과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등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도 정직하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의 대부분을 전날(28일) 일본 정부가 취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시행과 정부의 대응방안에 할애했다.

그는 "결국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시행됐다"라며 "일본 정부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지만 정부가 그동안 다각도에서 대비책을 준비했기 때문에 이 상황을 능히 헤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준비한 대책을 빈틈없이 시행해 나갈 것이다"라며 "근본적으로 제조업 등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기회로 삼고,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대응한 조치도 당당하게 실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철저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일본은 정직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은 경제보복의 이유조차도 정직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근거없이 수시로 말바꾸며 경제보복을 합리화하고 있다"라고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변명하든 과거사 문제를 경제문제와 연계시킨 게 분명한데도 대단히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향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건 끝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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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 등과 2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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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과거를 대하는 태도'도 충고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태도 또한 정직하지 못하다"라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고, 그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덧내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첫 희생이 됐던 독도도 자신의 영토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변함없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해 세계와 협력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라면서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건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부끄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도 외세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할 때 우리는 거듭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건 끝없는 일이다"라며 "한번 반성을 말했으니 반성을 끝났다거나 한번 합의했으니 과거가 지나갔다고 끝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독일이 과거에 대해 진솔히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시시때때로 확인하며 이웃 유럽 국가와 화해하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걸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동안 수차례 언급해온 '확장적 재정정책'을 다시 주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 경기 하강과 미중 무역갈등, 여기에 더해진 일본의 경제보복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라며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가 대외충격을 흡수하려면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선도형 경제로 체질을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재정이 적극적이고 과감한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초석을 높이기 시작한 포용국가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것도 중단할 수 없는 과제다"라며 "경제가 어려워질 때 재정 지출을 늘려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저소득, 국민소득을 늘리는 건 재정 본연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가 당면한 대내외적 상황과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장적으로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라며 "이번 정부 편성 예산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을 만드는 데 특별히 주안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2020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보복 와중에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담아 예산을 편성한 만큼 앞으로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아니더라도 (강한 경제, 강한 나라는)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이었다"라며 "일본의 보복이 그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