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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 시위 현장을 가득 메운 익숙한 노래가 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주제가처럼 불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같은 열망을 담아 익숙한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우리나라 국민 다수가 뭉클함을 느꼈다. 홍콩의 정치 상황을 잘 모르던 사람들도 'pray for HK'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는 등 우리가 걸어온 길을 따르려는 작은 나라에 마음을 보탰다. 

그러나 여전히 홍콩이 겪고 있는 진통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난처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문제가 범죄인 인도조항이 트리거가 되어 발발한 중국과 홍콩의 전쟁, 즉 긴 시간 지속된 두 나라의 영토 분쟁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중국과 홍콩을 다른 나라라고 생각해본 적 없던 이들은 입장을 정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이 문제를 중국과 홍콩의 싸움으로 두고 바라본다면, 이방인이 낄 곳은 없다. 두 나라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그러나 보편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사태는 중국과 홍콩의 싸움이 아니다. 국경을 막론하고 모든 민족의 역사 속에서 끊이지 않던 권력과 시민의 싸움이다. 홍콩 시민들에게 '주권재민'이란 낯선 용어다. 1국 2 체재에 따라 독자적인 정부를 갖지만, 홍콩의 대통령 격인 행정장관은 국민이 뽑은 대표가 아니다. 1200명의 선거인단이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방식인데 이 1200명 사람이 친베이징 인사라는 비난이 늘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의 캐리 람 행정장관 역시 친 베이징 인사로 잘 알려져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친 베이징 인사로 가득 찬 현 상황에서 홍콩의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송환 가능한 범죄인 인도조항이 발의된다면, 베이징 당국을 비난만 해도 본토로 송환되는 것이 아니냐는 게 그들의 현실적인 우려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분노와 불안은 200만 홍콩 시민을 광장으로 내몰았다. 

본토 송환에 대한 이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공권력은 거침없는 폭력을 행사했다. 급기야 지난 12일엔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한 여성 시위자의 안구가 파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홍콩 평화 시위의 상징이 된 '안대 시위'로 번졌다. 시민들은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채 거리로 나와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에게 안대란 안타까운 폭력을 당한 동료에 대한 연대이자 폭력을 행사하는 공권력에 대한 꼿꼿한 저항이다. 

이번 시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홍콩의 독립을 지지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중국과 홍콩은 분리될 수 없는 나라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게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주권은 소수 통치자가 아닌 국민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주권재민의 원칙,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향한 공권력의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 안대 낀 홍콩이 세계를 향해 호소하고 있는 건 이 두 가지다. 

홍콩 시위대가 타국의 낯선 멜로디를 시위곡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 노래에 감동을 받고 그들의 손을 잡아 준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노래가 광장에 울려퍼지던 시대를 살았던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시민을 두려워 할 때 비로소 올바른 나라가 선다는 사실을, 자국의 군대가 자국민에게 총을 겨누는 비극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도 허용되어선 안된다는 사실을. 

따르는 '산 자'들을 향한 응원을 아낌없이 보내며 주권이 시민의 품으로 안전히 돌아오기를 , 누구도 더 이상 다친 눈을 안대로 가릴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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