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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ISA 출시 첫날 한 시중은행 창구. 해당은행은 ISA 상담창구를 별도로 마련했으나, 실제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었다.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 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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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쪽을 취재하다 보니 가끔 주변 사람들로부터 "수익률 괜찮은 상품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런 것이 있으면 먼저 알려달라"고 합니다.

아는 사람에게 권할 정도면 원금 까먹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전한 상품이면서 수익도 좋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상품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을 꽤 벌 수 있는 금융상품은 돈을 크게 잃을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인 걸 몰랐다고?' 우리·하나은행 등이 판매했던 파생결합펀드(DLF)로 논란이 불거질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입니다. 약 2주 전부터 이 이슈는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노후자금인 퇴직금을 통째로 잃은 경우 등 안타까운 사연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습니다. 일부 은행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펀드를 팔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DLF나 DLS(파생결합증권) 등 이름도 생소한 이 상품들의 첫 등장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정부는 증권·선물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DLS 등 발행을 허용했습니다. 이어 2007년에는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통합한 자본시장법이 제정되면서 파생상품 거래의 토대가 본격적으로 마련됐습니다.

4년 전 나왔던 경고

이후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예·적금의 매력이 떨어지자 DLS,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일부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ELS에 투자한 사람들이 주가 하락으로 지난 2013년 원금의 43% 가량을 손해 보는 일이 생긴 겁니다. 이런 배경으로 2015년에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보고서를 내고 ELS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파생상품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은행은 사람들을 어떻게 속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7~2008년 은행이 수출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판매한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로 수 많은 기업들이 파산한 사건입니다.

피해기업들은 당시 은행이 수수료가 들지 않는 최적의 상품이라며 사실과 다르게 설명한데다, 대출을 무기로 하는 은행 쪽 강매를 차마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10여 년 전의 키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데자뷔 같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DLF 사태'입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 7일 기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동된 펀드는 모두 1266억 원어치 팔렸는데, 오는 9~11월 만기가 다가오면 투자자들은 원금의 95.1%를 잃을 상황이라고 합니다.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도 원금의 절반 가량을 잃을 수 있다고 합니다.

키코사태 이후 은행이 한 일

어쩌면 그 동안 우리는 은행을 너무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키코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은 나름대로 '퇴로'를 마련해뒀다고 합니다. 제가 만난 한 은행의 직원은, 영업점의 일반창구에는 물론 자산관리(WM) 창구에도 녹취 시스템을 갖춰두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파생상품 등 상대적으로 위험한 상품을 판매할 때는 고객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다는 것입니다. 은행원들이 친절한 얼굴로 상품가입을 권하면서도 법정에서 유리할 수 있는 증거를 모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펀드들은 모두 공모가 아닌 '사모' 형태로 판매됐습니다. 은행 등이 공개적으로 상품구조를 알린 뒤 판매한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과 접촉해 판매했다는 뜻입니다.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금액은 1억 원입니다. 적은 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큰 금액일수록 신중을 기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일부에선 펀드투자권유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은행원들이 상품을 팔았다는 이야기도, 투자자에게 보여준 은행 내부 문서에는 원금 손실 확률이 0%로 적혀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불법적으로 판매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은행들은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배상해야 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솔깃하더라도 한 번 더, 의심하고 또 의심하길 권합니다. 은행원의 말보다 은행원이 건네 준 종이에 더 많은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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