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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태백 스피드웨이 서킷을 달리고 있다.
 로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태백 스피드웨이 서킷을 달리고 있다.
ⓒ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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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사절'

차에 붙어있는 문구 치고는 특이하다. 보통 주행 중인 차에는 '초보운전'이나 '아기가 타고 있어요'와 같은 글이 부착돼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차된 차량의 문에 '질문사절' 스티커가 붙어있는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차주가 평소 사람들에게 '이건 무슨 차냐'는 질문 공세에 시달린 나머지 질문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붙여놓은 모양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TWIZY) 이야기다.

그만큼 트위지는 고급 외제차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존재감을 뽐낸다. 이 차를 타고 달리면 주변의 시선이 모두 쏠린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면 '무슨 차예요'라는 질문이 쏟아지기도 한다.

워낙 작고 생김새가 특이하다 보니 주목을 받는 게 당연하다 싶지만, 사실 도심을 주행하는 트위지를 간혹 만날 때면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독특한 외모를 뒷받침할 주행성능과 안정성도 갖추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붙는 게 사실이었다.

지난 21일 트위지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태백으로 향했다. 르노삼성은 이날 태백 스피드웨이에서 트위지를 비롯해 소형 해치백 클리오, 밴 마스터 등을 시승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작은 체구답게 민첩함 '인상적'
 
로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로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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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스피드웨이에서 만난 트위지는 도로 주행 모습을 봤을 때보다 작게 느껴졌다. 트위지의 높이는 1454㎜로 어른 키보다 작다. 또 전장 2338㎜, 전폭 1237㎜에 불과한 초소형차 답게 공차 무게는 450㎏밖에 되지 않는다.

이날 시승행사에서 트위지로는 '슬라럼'과 서킷 주행을 했다. 슬라럼은 러버콘(원뿔 모양의 플라스틱 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놓아 장애물을 만들고 그 사이를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오는 레이싱 코스다.

트위지에 올라타고 핸들(스티어링휠) 왼쪽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눌러 출발 준비를 마쳤다. 트위지의 자동변속기는 버튼을 눌러 드라이브, 중립, 후진 모드를 설정한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전기차답게 재빠르게 속도가 붙었다. 전기모터가 만들어낸 강한 '토크'에서 나오는 민첩한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차량 크기에 비해 느껴지는 무게감도 상당했다. 무게감 덕분인지 트랙 위의 콘을 따라 좌우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과정에서 휘청거림 없이 안정감이 느껴졌다. 특히 360도 회전 구간을 지나 직선 주로에서 시속 50㎞ 이상으로 달리면서 일렬로 늘어선 콘을 좌우로 번갈아 통과하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혹시나 차량이 전복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핸들이 묵직해 크게 꺾지 않아도 방향전환이 쉽게 이루어진 덕분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85km, 안정적 코너링

슬라럼에 이어 서킷 주행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바퀴를 돌며 코스를 익힌 후 두 번째 바퀴를 돌 때는 속도를 높여 곡선코스를 통과해봤다. 시속 60km 이상으로 코너를 돌았지만 언더스티어링(차가 핸들을 꺾은 방향으로 가지 않고 관성 때문에 코너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생기지 않고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지면에 찰싹 달라붙어 달리는 것처럼 안정적인 코너링이었다.

비결은 낮은 무게중심이다. F1 대회 경험이 풍부한 르노 스포츠(RS)가 설계한 트위지는 배터리가 차체 하부에 위치하고 있어 중심이 낮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트위지는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저중심의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가지고 있다"라며 "급격한 곡선 구간도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서킷의 직선 구간에서는 최대로 가속을 해봤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가속감이 이어지면서 속도가 시속 85km까지 올라갔다. 도심 구간 주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주행성능이다.

시승이 계속되자 트위지의 배터리 잔량이 바닥을 드러냈다. 충전 방법은 간단했다. 별도의 장치가 없이 220볼트 콘센트에 연결하면 충전이 이루어졌다.

다만 시승 모델은 좌우 창문이 없어 주행 시 노면 소음과 가속페달을 밟을 때 모터 소음에 그대로 노출됐다. 또 속도가 올라갈수록 바람소리도 커졌다. 유럽에서는 창문 없이 주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옵션으로 창문을 선택할 수 있다.

에어컨 없고 짧은 주행거리 아쉬워
 
로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로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 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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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나 히터도 없다. 때문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7~8월 한 여름이나, 12~1월 한 겨울에는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트위지는 사실상 '1인용 이동 수단'이라는 존재감이 강하다. 모델에 따라 뒷좌석까지 활용해 2인까지 탑승할 수 있지만 공간이 비좁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오히려 소량의 짐을 싣는 용도로 쓰는 게 적절할 것 같다.

트위지는 1회 충전 시 전기요금 300원이 드는데 50~60km를 주행할 수 있다. 다만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없어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일반 차보다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주행거리가 좀 더 늘어나야 근거리 배달이나 택배, 공공기관 업무 차량으로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고 이런 저런 편의사양을 넣다 보면 개인용 이동 수단이 갖춰야 할 '부담 없는 가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현재 트위지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을 경우 모델에 따라 최저 4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트위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부산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르노 공장에서 생산돼 수입됐지만, 현지 생산라인을 국내로 들여와 생산 준비를 마쳤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트위지를 부산에서 생산하게 되면 유럽과 달리 한국에 필요한 사양들을 추가하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배터리 성능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업체와 협의해 개선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트위지,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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