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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우 택배 노조 홍성예산지회장
 이광우 택배 노조 홍성예산지회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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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있는 택배 노동자들은 매주 평균 70시간 이상을 일한다. 택배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다. 변변한 여름휴가 조차 가지 못했던 택배 노동자들에게 국민들은 지난 8월 16일과 17일 이틀 간의 여름휴가를 선물했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이른바 '택배 없는 날 운동'에 동참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시골 택배 기사들의 상황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 몸이 아파 쉬고 싶어도 '용차(대용차량)'를 구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가뜩이나 일이 많은 동료 기사들에게 배달 물량을 넘기는 것도 쉽지가 않다.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지난 4월 21일 충청남도 홍성군과 예산군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열악한 택배 노동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자는 취지에서다. 그 중심에  이광우(46)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홍성예산지회장이 있다.

"택배 기사들이 정당한 대우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이광우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앞장서서 결성한 이유에 대해 "모든 택배 기사들이 좀 더 나은 근무조건에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동조합 일을 시작했다"며 "택배 기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택배 기사들은 마음 편하게 여행조차 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지회장은 "토요일에도 일하다 보니 1박 2일로 여행 가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며 "여행을 가더라도 토요일 오전에 일을 다 마치고 가야 한다. 업무를 마치고 여행을 떠나다 보면 여행자체도 마치 노동처럼 힘들다"고 전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개인사가 궁금했다. 이광우 지회장은 건설 노동일에서부터 개인 사업까지 다양한 일을 경험해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하나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2011년 초까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일했다. 걸 그룹인 원더걸스의 매니저로도 활동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2년, 고향인 홍성에 남아 있던 여자 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화려한 서울 생활'을 과감하게 접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홍성의 한 카페에서 이광우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택배일은 언제부터 한 것인가.
"결혼하고 3년 동안은 인근 공군부대에서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했다. 처형과 형님이 홍성에서 모 택배사 대리점을 운영 했다. 대리점 상황이 점점 어려워 졌다. 두 분의 일을 돕다가 얼떨결에 택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가 2014년도 10월이다. 2016년 3월부터는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택배 일을 하고 있다."

- 새벽에 출근해서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이 그렇게 일하고 있다. 내 경우, 비록 생계를 위해서 일하더라도 가급적 편하게 일하자는 주의다. 내가 일하는 내포신도시의 경우 약간 특수한 지역이다. 나는 아파트 단지 한 곳만 배송한다. 그렇게 일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나처럼 편하게 택배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택배기사들은 일반적으로 1년 12달 내내 7시 이전에 출근 한다. 하차 작업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끝난다. 택배 기사들은 아침에 5~6시간 정도를 물건 분류작업에 투자한다. 하지만 분류작업은 근로시간으로 인정이 되지 않고 있다.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다. 분류작업이 끝나면 각자 배송지역으로 출발 하는데, 그때부터는 지역의 여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홍성만 놓고 볼 때도 먼 지역의 경우 이동 시간도 40분 이상 걸리는 곳도 있다. 이런 지역은 한 시간 동안 20~30개 정도 밖에 배송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한 곳만 배송하고 있는 내 경우에는 한 시간에 60개 이상을 배송한다. 먼 지역 배송과는 2배 차이가 난다. 먼 지역의 배송의 경우 택배기사들에게 두 배 이상의 수수료를 주어야 맞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정확한 자료나 근거 없이 수수료가 책정되는 것 자체도 문제다." 

"CJ가 바뀌면, 택배기사들 여름휴가 정례화 가능하다"
 
지난 12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 민중당 김영호 의장이 택배노조 홍성예산 이광우 지회장에게 휴가를 선물하고 있다. 왼쪽 김영호, 오른쪽 이광우
 지난 12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 민중당 김영호 의장이 택배노조 홍성예산 이광우 지회장에게 휴가를 선물하고 있다. 왼쪽 김영호, 오른쪽 이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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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기사들의 '여름휴가'가 화제가 되고, 동참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여름 휴가를 정례화할 계획이 있나.
"국회에 발의된 생활 물류 서비스법이 온전하게 자리를 잡을 경우, 내년부터는 택배 기사들의 휴가가 공식적으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다. 물론 노동조합과 CJ 대한통운과의 교섭 결과도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업계의 흐름상 CJ대한통운과 교섭이 이루어질 경우 다른 택배사들은 그 결과를 수용하고, 따르는 경우가 많다. CJ와 택배노조의 '출혈 없는 교섭'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 방법이 아닐까 싶다."

- 서울이나 대도시와 다르게 시골 택배 기사들의 경우, 쉬고 싶어도 용차를 구하기가 어려워 쉬지 못한다고 들었다.
"시골은 용차라는 개념이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비용 부담 때문에 용차를 쓸 수가 없다. 대도시에 비해 용차비용이 두 배 가까이 비싸기 때문이다. 기사들이 품앗이 형태로 서로의 빈자리를 매워 준다. 종종 타 택배사 기사들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나와 같은 지역에서 일하는 타 택배사 기사들이 사정이 생겨 쉬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내게 배송을 부탁하곤 한다. 비록 시간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걸리지만 내 물량을 배송하면서 함께 배달해 준다. 타사 보다는 오히려 같은 대리점에서 내에서 다른 기사의 물량을 대신 배송하는 것이 더 어렵다. 각자 배송 구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택배 기사들이 쉴 경우, 그 공백은 대리점 소장이 직접 배송을 하며 매워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실제로 전에는 그렇게 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 일은 하지 않고 지시만 하는 소장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다 보니 택배 기사들의 불만이 점점 더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해 달라.
"택배 기사 스스로도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택배 기사는 누구나 다 같은 환경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일을 임하는 태도에 따라서 힘들게 일할 수도 있고, 반대로 좀 더 편하게 일할 수도 있다. 몇 해 전 경기도의 한 신도시의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의 진입을 금지시키는 사태가 있었다.

내포신도시도 처음 생겼을 때 경기도와 똑같은 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관리소장을 만나 수차례 설득했다. 지금은 내포신도시 전체 아파트 단지 안으로 택배차가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단지 내에서의 안전운행은 필수이다. 그게 바로 고객과의 약속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무조건 보행속도와 같은 수준으로 서행을 한다. 아기들이 있을 때는 무조건 차를 멈추는 것이 원칙이다. 택배 기사와 고객들의 신뢰 관계에 따라 작업 환경도 바뀔 수 있다."

태그:#이광우 , #택배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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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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