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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리스트(수출우대국) 제외 등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역사교사모임 회장을 지낸 차경호 경혜여중 역사교사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차경호 교사는 '역사의 현재성'을 강조하면서 '일제 35년'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일본을 이기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시사만화로서는 처음으로 일제 강점기 '35년'을 다룬 박시백 작가의 <35년>을 추천합니다.[편집자말]
 
 박시백 작가의 <35년>에 나오는 독립운동가들.
 박시백 작가의 <35년>에 나오는 독립운동가들.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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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도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4일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로 제1차 경제 도발을 일으키더니, 8월 2일에는 제2차 경제 도발을 감행하여 우리나라를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해버렸습니다.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가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전범국가로서 가해자의 입장인 일본이 어떻게 이리 적반하장일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옛 조슈번'의 인물들 : 요시사 쇼인부터 기시 노부스케까지

이번 경제 도발의 주인공, 일본의 현 총리이자 최장기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베 신조의 정치적 고향은 야마구치현입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죠. 야마구치현의 옛 이름은 조슈번인데, 조슈번은 현재의 가고시마현인 사쓰마번과 '삿조동맹'을 맺고 메이지 유신을 이끈 지역입니다.

메이지 유신은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인사들이 에도 막부를 타도하고 서구 문물을 전면 수용하면서 이루어졌는데, 그 가운데서도 조슈번의 요시다 쇼인은 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조슈번의 정신적 지주이자 근대 일본을 만든 주인공으로 추앙받게 됐지요. 아베도 요시다 쇼인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고 합니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을 강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주변국, 특히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제자들은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킨 이후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한반도 침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세 명의 인물이 눈에 띕니다. 이노우에 가오루는 강화도 조약 때 일본 측 협상 대표로 조선에 건너왔습니다. 청일 전쟁이 일어나자 내무대신에서 물러나 조선 공사로 부임했습니다. 조선 정부를 압박해 갑오개혁을 강요하고 동학농민운동 진압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명성황후 시해도 사건을 일으킨 것은 후임 공사 미우라 고로이지만 사실 이노우에 가오루의 생각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야마가타 아리토모입니다. 서양의 군사 제도를 수용하여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일본의 제3대 총리를 역임했습니다. 한국 침략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으나 모든 일의 배후에 그가 있었습니다. 야마가타는 주권선과 이익선을 주장했는데, 주권선은 일본의 주권이 행사되는 선으로 일본 본토와 오가사와라 제도, 오키나와이고 이익선은 주권선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선으로 조선 반도와 타이완, 사할린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 이토 히로부미입니다. 일본의 초대 총리를 지냈으며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초대 통감이 되었죠.

조슈번 출신의 인물로 기억해야 할 또 한 사람이 아베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입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만주 산업개발 5개년 계획'을 작성한 만주국의 설계자로 유명합니다.

만주국에서 관동군 참모장이었던 도조 히데키를 만났고 1941년 도조 히데키가 총리가 되면서 도조 내각에 상공대신으로 취임했습니다.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A급 전쟁 범죄 용의자로 구속 수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고 살아나기도 했지요. 이후 1957년 제56대, 제57대 총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롤모델로 삼았던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총리 퇴진 이후에도 만주 인맥을 활용해 만주군 경력이 있는 한국의 박정희와 교분을 쌓았고 이후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1등급 훈장인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받았습니다.

스스로도 인정했던 '쇼와의 요괴'라는 별명처럼 전후 일본 정치 체제의 틀을 만들고 자민당의 초장기 집권의 서막을 열었던 흑막정치, 밀실정치의 원조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쇼인 묘지에 참배라는 아베 2013년 8월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고향 야마구치현으로 내려가 일본 우익의 정신적 영웅 요시다 쇼인 묘소를 참배하며 “올바른 판단을 하겠다”고 맹세하는 모습
▲ 쇼인 묘지에 참배라는 아베 2013년 8월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고향 야마구치현으로 내려가 일본 우익의 정신적 영웅 요시다 쇼인 묘소를 참배하며 “올바른 판단을 하겠다”고 맹세하는 모습
ⓒ 인터넷 민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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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꿈꾸는가?

이와 같은 뿌리를 살펴보면 결국 아베의 꿈은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의 멍에를 진 채 지내왔습니다. 승전국인 미국 점령군이 지금까지도 일본 영토에 주둔해 있고, 패전 이후 제정된 평화헌법에 따르면 일본은 정식 군대를 지닐 수 없습니다. 오직 방어만 가능한 자위대를 두고 있지요.

아베를 비롯한 일본의 극우 세력은 이처럼 약하고 소극적인 일본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평화헌법을 뜯어고쳐 이른바 정상 국가, 그러니까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려는 꿈을 꾸지요.

이는 일본 극우 세력들이 끔찍한 전쟁과 패배를 겪은 후에도 여전히 역사의 엄중한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방증합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일본이 이렇게 된 이유를 스스로 저지른 범죄에서가 아니라 단지 힘이 부족했던 데서 찾습니다.

게다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피해 국가들의 고통을 단순히 약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겪은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정도 돈을 쥐어줬으니 이제 끝난 일이 아니냐고 도리어 항변하지요. '사과할 만큼 사과하고 보상할 만큼 보상했음에도 계속 사죄를 요구하는 한국에 넌덜머리가 난다'는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에 넌덜머리가 쳐지는 것은 도리어 우리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과 촛불혁명

2019년은 대한민국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헌법 전문에도 나오는 것처럼, 1919년 3·1운동과 이를 통해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 광복 이후 정부 수립으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임시정부는 객지를 전전하며 기약 없는 싸움을 이어나갔고, 숱한 피를 흘린 끝에 나라를 되찾았음에도 남의 도움을 받은 죄로 분단국가가 되어 내전을 치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을 당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으며, 군사 정부를 포함하여 독재 체제를 40년 가까이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6·25를 목격한 유엔군의 총사령관 맥아더는 '이 나라가 재건되는 데 최소 100년은 걸릴 것'이라 했고, 유엔한국재건위원회 인도 대표 메논은 보고서에 '쓰레기통에서 과연 장미꽃이 피겠는가?'라고 썼으며, 영국의 <더 타임스>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찾는 것과 같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채 50년이 되지 않아 증명했습니다.

한국의 촛불혁명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세계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었고, 경제와 과학 기술 수준은 일본을 긴장하게 만들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많은 스포츠 스타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실력을 뽐내고, 문화 역시 '한류'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만큼 성장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학생과 시민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15 74주년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 규탄 및 정의평화실현을 위한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강제동원 사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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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절대 '과거의 죽은 지식'이 아니다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100여 년 전 일본은 군사를 이끌고 우리를 짓밟았지요. 그리고 이제는 경제적으로 옭아매려 합니다. 일부 보수 정당과 언론은 100년 전 '한일합방'을 외쳤던 사람들처럼 빨리 무릎을 꿇고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은근히 국민을 겁줍니다. 이런 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반민특위 실패로 친일 청산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과거가 한스럽기만 합니다.

100여 년 전 한반도는 하나의 나라였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지요. 평화로 가는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아서 북한 영공에 발사체가 하나둘씩 쏘아 올려지기도 합니다.

돌아보니 우리를 압박하는 강대국은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은 세계 패권, 동북아 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를 지렛대로 씁니다. 중국의 보복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가 하면, 하루라도 빨리 평화가 실현되기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의 염원과 달리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놓고 느긋하게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었던 시절을 되찾겠다는 '중국몽'에 부풀어 있습니다. 사드 배치를 핑계로 우리에게 갖은 경제 보복을 감행하고 '소국이 대국에게 맞서면 되겠나?'라는 모욕과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지요. 러시아는 남의 영공을 침범하고도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밀며 한국과 일본 사이를 떠보고 있습니다.

강대국에 둘러싸이는 것이 우리의 운명일까요? 자연스럽게 120년 전의 대한제국이 오버랩됩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역사에 있습니다. 역사는 절대 과거의 죽은 지식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운명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역사를 소유하면 과거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과거를 장악하면 현재를 움직일 수 있고, 현재를 움직이면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역사 속 많은 위정자가 과거에 주목하는 이유이지요. 독재자와 독재 국가가 어떻게든 역사를 왜곡하려고 애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박시백 작가의 <35년>(1~5권).
 박시백 작가의 <35년>(1~5권).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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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시백의 <35년>을 읽어야 하는가?

역사를 바로 알 때 우리는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바로 알 수 있는 길이 이 책 <35년>에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만화로 엮어 새로운 해석과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많은 독자를 감동시킨 박시백 화백이 후속으로 내놓은 <35년>은 시사만화로는 거의 최초로 일제 강점기를 다룹니다.

<35년>은 어느 한 영웅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시백 화백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발굴하고 소개합니다. <35년>에는 좌·우익을 막론하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모든 독립 운동가가 있고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있습니다.

또한 왜 3·1운동인지, 왜 임시정부인지, 치욕적인 35년이라는 시간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 교사로서, 반드시 역사 선생님들이 먼저 읽고 학생들에게 추천해야 할 책이라고 판단합니다. 부끄럽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사실과 인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일본은 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독립군가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원수들이 강하다고 겁을 낼 건가? 우리들이 약하다고 낙심할 건가? 정의의 날 센 칼이 비끼는 곳에 이길 이 너와 나로다.' 또 죽산 조봉암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하냐."

물론 그렇다고 마음만으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을 파송하면서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내는 것 같다며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지혜와 순결만 있다면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뜨거운 마음을 숨기고 지혜롭게,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모두 하나가 되어 맞서야 합니다. <35년>이 그 지혜와 순결을 제공해주리라 믿습니다. 왜 우리가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려주리라 확신합니다.

아이들에게 반드시 역사를 가르칩시다

대한민국은 대한제국도 아니고 지금은 19세기 말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강한 나라입니다. 100년 전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고래들 사이에 끼어 있지만 등이 터질까 봐 걱정하는 새우가 아닙니다. 우리도 이제 고래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돌고래 정도는 됩니다.

우리 국민은 국왕을 섬기는 신민의 신분일 때도 일어나 싸웠습니다. 임진왜란 때 끝내 일본을 몰아낸 것도, 허약한 대한제국이 십수 년을 버틴 것도 모두 의병 덕분이었습니다.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말처럼,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도 없으면서 위기가 닥치면 떨쳐 일어나는 독특한 유전자를 가진 민중이 우리 국민입니다.

우리는 한 번 나라를 빼앗겼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끝내 일제의 마수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살려냈습니다. 역사를 아는 우리의 유전자는 두 번의 실수를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다짐처럼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제발 역사를 공부하십시오. 부디 역사책을 읽으십시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반드시 가르쳐주십시오. 그것이 바로 일본을 이기는 역사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덧붙여, <35년>은 우리만이 아니라 일본인들도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인 일본인이라면 역사를 바로 알고 우리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 반동 세력입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양국의 시민들이 손을 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민족주의이며 또한 민족주의를 벗어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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