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집> 포스터

영화 <우리집>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우리집>은 아이들을 통해 듣는 우리 집의 민낯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가족도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조금씩 곪아 있다. 우리 집이 제일 문제인 듯싶다가도 다른 집 얘기를 들어보면 더한 문제가 드러난다.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람처럼 지지고 볶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며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도 우리 집이다. 바람 잘 날 없는 우리 집에도 행복이 올까?

가족(家族)보다 더 나은 식구(食口)
 
 영화 <우리집> 스틸컷

영화 <우리집>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른들의 세계는 복잡 미묘하다. 아이들의 세계처럼 단순 명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김나연) 네는 부모님이 만날 싸운다. 그때마다 조마조마한 하나는 부모님의 이혼이 일생일대의 고민이다. 그야말로 위태로운 해체 직전의 가족, 가족이 모두 모여 밥 한 번같이 먹기가 힘들다. 하나는 막내지만 막내 티가 나지 않는다. 맞벌이로 바쁜 엄마를 대신에 벌써부터 집안 일에 선수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싸울 때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요리하며, 식탁에 둘러앉아 밥 먹기를 고대하는 아이다. 끼니마다 그 순간을 기대하지만 좀처럼 가족이 같이 밥 먹기는 쉽지 않다.

농경기 사회였던 한국인에게 '밥'은 한 끼를 떠나 공동체를 묶어주는 힘이었다.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이 나온 경위도 이에 있다. '우리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라는 말은 너와 내가 친하다는 경계를 흐트러트리는 말이고, '밥 먹었어?'라는 말은 그간의 안부를 묻는 인사다. 즉, 하나가 노래 부르는 '다 같이 밥 먹자'라는 외침은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하나만의 주문인 셈이다.
 
 영화 <우리집> 스틸컷

영화 <우리집>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부모님 사이에서 충족되지 않은 유미의 소망은 유미(김시아)와 유진(주예림)을 만나 며 어느정도 이뤄진다. 이 아이들은 밥 먹자는 소리에 모이고, 하나가 어떤 음식을 해줘도 맛있다고 칭찬한다.

가족과 식구는 같으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한자로 가족(家族)이란 '한 지붕 아래 모여하는 사람'을 말하고, 식구(食口)란 '음식을 같이 먹는 입'을 말하기 때문이다. 때론 물보다 진하다는 혈연보다 밥 한 끼 같이 먹는 사이가 더 큰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같이 살며 잠은 자지만 밥은 따로 먹는 현대인들의 익숙한 초상이다. 바빠서 얼굴 볼 시간도 없어 유대감이 사라진 현대사회의 단면을 영화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필터링한다.
 
 영화 <우리집> 스틸컷

영화 <우리집>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편, 유미 네는 잦은 이사가 고민이다. 적응할만하면 이사 가는 통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유미 네 부모는 도배 일을 하는데 며칠씩 아이들만 놔두고 지방으로 일하러 다닌다. 집에는 덩그러니 유미와 유진만 존재하고 부모는 부재한다. 하나와 이 자매는 서로 힘든 일을 돕고, 고민을 나누며 식구가 되어간다. 물론 종종 다투기도 한다.

누구 네가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는 걸까? 함께 살지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가족, 떨어져 살지만 전화로 연결되어 있는 불안한 가족 중 말이다.

집을 통해 질문하기 

영화는 가족을 비유하는 '우리집'이란 단어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번듯한 집은 마련되었지만 서로 섞이지 못하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가족 간의 사이는 좋지만 집하나 구할 수 없어 떠도는 가족이 있다. 이 두 집을 내내 비교하며 어느 한 쪽의 문제도 흔한 고민이라 치부하지 않는다. 

삼총사는 금방 부서지기 쉬운 종이 집을 함께 만들고, 또 함께 해체한다. 고민도 그와 함께 떠나 보낸다. 아이들은 텐트라는 가짜 집에서 잘지언정 '이사 가도 우리 언니 해줄 거지?!'라며 묻는다. 또한 '내가 지킬 거야, 우리 집도 너네 집도. 뭐든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라며 당찬 포부도 드러낸다.

이는 겉으로 그러난 1차적인 문제, 그리고 그 해결책을 찾아 나선 아이들의 동심을 짓밟는 어른들의 2차적인 행동을 되돌아보게 한다. 해결한 듯 싶었지만 미완의 봉합으로 끝나고마는 마지막 식사 장면. 꼬인 가족의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영화 <우리집> 스틸컷

영화 <우리집>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우리집>은 <우리들>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의 신작이자 <우리들>, <용순>, <홈>, <살아남은 아이>를 만든 영화사 '아토(ATo)'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윤가은 감독은 이번에도 아이들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문제점을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들>과 <우리집>은 '아이들의 시선'과 어른들이 느끼는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다. 따뜻하고 명랑한데 마음 한구석이 시린 영화다. 찬란한 밝음 뒤 어두움이 존재하는 양면성을 가족에 빗댔다. 편견 없이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동심에서 오히려 어른이 배울 게 많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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