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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문 대통령, "오늘 수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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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리스트(수출우대국) 제외 등 일본 정부의 강도높은 수출제한 조치를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목소리가 점차 신중해지고 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2일 국무회의), "반드시 우리가 따져야 할 문제다"(7일 부품·소재기업 현장 방문) 등 높은 강도로 일본 정부를 비판해온 문 대통령은 12일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된다"라며 '긴 호흡'을 당부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직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비상한 각오를 다졌다.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지난 7일 부품·소재기업 현장 방문에서는 "이번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의 부당성은 반드시 우리가 따져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냉정하면서도 근본대책까지 생각해야"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과거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큰 고통을 받았던 우리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매우 엄중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라며 "경제보복은 그 자체로도 부당할 뿐 아니라 그 시간이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한층 결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고 말하면서도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라며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또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는 한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일본 시민들이 '아베 반대' 집회를 여는 등 한일 시민연대로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이후 추가적인 수출 제한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을 반영한 메시지로 보인다. 즉 문 대통령도 '수위 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 대통령의 8.15 광복절 메시지도 그 수위가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8.15 경축사는 일본 정부 비판보다는 민주·인권·평화에 기초한 한일관계의 미래 등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측도 "언론에서 예상하는 것보다는 일본을 많이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깊은 감사 드린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은 100년 전 피를 흘리며 독립을 외치는 순간에도 모든 인류는 평등하며 세계는 하나의 시민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창하고 실천했다"라며 "적대적 민족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에 기초한 평등과 평화공존의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 없는 우리의 정신이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라며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해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우리 경제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라며 "우리의 부족함을 꼼꼼하게 살피면서도 우리 국민과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있게 임하겠다"라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경제강국이 아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해낼 수 있다"라며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경제강국이 아니다, 우리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사람을 중시하는 평화협력의 세계공동체를 추구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라며 "대한민국은 경제력뿐 아니라 인권이나 평화 같은 가치의 면에서도 모범이 되는 나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태그:#문재인,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 #8.15 경축사, #일본의 경제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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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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