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베일과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이제 레알 마드리드의 '애물단지'다. 레알은 그들의 다음 행선지를 찾느라 분주하지만 녹록치 않다.

내일 오전 1시(한국시간) 종료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이적 시장을 제외하면 각 주요 리그의 여름 이적 시장은 앞으로 4주 정도 시간이 남았다. 이에 EPL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축구 클럽들은 2019-2020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스쿼드 구성에 한창이다.

그 중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리그는 단연 스페인 라리가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쳤던 레알, 그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리그 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FC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이적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레알의 발걸음이 빨랐다. 지난 시즌 리그 3위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 본 레알이기에 이적 시장 개장과 동시에 바삐 움직이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수년간 연결되던 첼시의 에당 아자르를 드디어 데려오는 데 성공했고, 바르셀로나와 연결이 되기도 했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공격수 루카 요비치도 영입했다. 수비진에는 젊은 재능인 에데르 밀리탕도 추가했다.

나름 괜찮은 영입을 하고 있지만, 경쟁자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티코가 워낙 보강을 착실히 하고 있어 레알의 영입도 계속될 전망이다. 파리 생제르망에서 탈출을 노리는 네이마르를 데려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모두가 탐냈던 베일과 하메스... 이제는 파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

레알 입장에서 네이마르를 영입하면 좋겠지만, 3000억 원이 육박하는 네이마르의 몸값은 부담스럽다. 레알은 이미 아자르 등 주요 선수를 영입하는 데 올 여름에만 한화로 2800억 원 이상을 소비했다. 마테오 코바시치와 마르코스 요렌테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높은 수익은 아니었다.

이적료 지출이 많은 레알은 현재 네이마르가 아니더라고 폴 포그바 등 대어급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재정적으로 위험 부담이 큰 상태다. 때문에 레알은 잉여 자원을 내보내 금전적인 여유 확보를 노리고 있다.

판매 대상 0순위는 단연 가레스 베일이다. 레알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노골적으로 이번 시즌 베일을 기용하지 않을 생각임을 내비치고 있다. 베일도 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 이적이 유력하다.
 
 2018년 12월 1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카시마 앤틀러스와 레알 마드리드 CF의 준결승전이 끝난 뒤 레알 마드리드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이 선수 가레스 베일과 대화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 부임 시절 선수 가레스 베일의 모습(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문제는 베일의 몸값이다. 6년 전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지불하고 베일을 데려온 만큼 최대한 높은 이적료를 통해 그를 내보내고자 하는 레알이다.

하지만 베일은 이제 과거처럼 매력적인 카드가 아닌게 문제다. 만 30세의 베일은 갈수록 폭발력이 떨어지고 있고 부상도 잦다. 비싼 이적료와 고액의 연봉을 지불해서 변수가 큰 베일을 영입하려고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다. 한때 중국의 장쑤 쑤닝과 강하게 연결됐지만, 이적료 문제로 판이 엎어졌다.

그나마 두툼한 지갑과 과거의 추억을 가진 EPL 상위권 클럽이 베일을 탐낸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EPL 구단들과 베일의 진지한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베일을 판매하고 싶은 레알은 답답하기만 하다.
  
 2019년 3월 18일 오전 2시(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있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마인츠의 경기. 뮌헨의 레반도프스키(가운데)가 팀 득점 후 동료 하메스 로드리게스(오른쪽)와 자축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 임대 시절 하메스 로드리게스(오른쪽)의 모습. (자료사진) ⓒ AP/연합뉴스

 
하메스의 상황도 베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단 체제에서 진작 신뢰를 잃은 하메스는 2년 전 바이에른 뮌헨으로 임대를 떠나며 활로를 모색했다. 그러나 하메스에 만족하지 않은 뮌헨은 임대 후 완전 이적 조건을 발동하지 않았고, 하메스는 다시 레알로 돌아왔다.

레알은 베일과 마찬가지로 5년 전 하메스 영입에도 엄청난 이적료를 쏟았다. 당연히 방출 과정에서 최대한 당시 소비했던 이적료 회수를 원하고 있다. 허나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로 현대 축구의 중심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는 하메스를 비싼 이적료를 지불하며 데려오고 싶은 구단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베일보다 나은 점은 SSC 나폴리의 수장 카를로 안첼로티가 계속해서 하메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레알과 뮌헨의 감독 시절 모두 하메스를 중용했던 안첼로티는 애제자와 다시 같이하길 고대하고 있다.

불행히도 나폴리 구단의 입장이 소극적이다. 비싼 이적료가 부담이 되는 나폴리는 임대로 하메스를 원하고 있지만, 레알은 즉시 현금을 지불하는 이적 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두 선수 모두 레알 입성 당시만 해도 레알을 넘어 유럽 축구 전체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베일은 언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밀려 2인자 신세였고, 하메스는 '계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두 선수는 레알에서 입지 확보는커녕 영입을 원하는 클럽마저 거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 베일과 하메스가 이번 여름 레알을 떠나 새로운 둥지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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