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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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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한 일본 정부의 조치는 단호했지만, 실제 수출규제를 시행할지에 대해선 모호하다. 한국 정부는 '극일'을 내걸고 맞대응했다.

2일 일본의 수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이번 조치에 해당하는 전략물자는 1194개 품목이다. 한국이 수입을 하지 않거나 일본이 생산하지 않는 품목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는 품목은 159개다.

일본이 실제로 이 품목의 한국 수출을 막느냐는 이달 28일 이후를 봐야 한다. 이날 개정된 수출무역관리령이 그때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발효되는 즉시 수출이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과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두 사람이 입 모아 "(한국을 겨냥한) 금수 조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는데, 이번 조치 이후에도 예전과 같은 수출입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 또한 여전히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과) 신뢰를 갖고 대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세코 경제산업상의 발언을 고려하면, '금수조치의 실제 실행 여부는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협상하려 하지 말고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진행되고 있는 일제 하 강제동원 배상절차부터 멈추라는 것이다.

일본이 중요시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여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발효되는 이전에 결정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년을 주기로 자동으로 연장되는 이 협정을 종료하려면, 기한만료 90일 전인 8월 24일까지 상대국에 통보해야 한다. 즉, 일본의 개정된 수출무역관리령 발효는 28일이고,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거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한은 24일이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수출규제가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는데 한국이 협정을 종료할 명분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이 협정을 종료하면 일본은 수출규제를 시행할 명분이 생긴다. 경제 보복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굳이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언급일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강력한 조치를 강행하면서도 "금수조치가 아니다" "한일관계에 영향 없을 것"이라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지만, 한국의 대응은 말 그대로 단호하다.

정공법, 사태 봉합 넘어 경제 체질개선 구상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일본이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데 따른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일본이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데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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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략물자 수출에서 화이트리스트에 올린 29개국 중에서 일본을 빼는 절차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조치에 그대로 맞대응한 것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를 WTO에 제소할 방침인 한국 정부는 이외에도 일본 관광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식품, 폐기물 분야의 안전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조치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159개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대체품 수입에 관세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일본을 대체할 수입처를 확보하는 활동도 지원한다.

맞대응과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일본에 가장 강경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무슨 이유로 변명하든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직 실질적인 금수조치는 없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발표' 자체를 매우 적대적인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이런 전제 하에선 일본의 실질적인 금수조치가 있기 전에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통보할 명분이 생긴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대응이 이번 사태를 봉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며 '극일'을 강조했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면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대일의존도를 낮추고 소재와 부품 등 기반산업을 튼튼히 하는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중장기 구상까지 함께 밝혔다.

주요 예상 분기점들

일본은 여러 말로 부인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정 소재의 수출규제를 발표한 뒤 약 한 달만에 광범위한 분야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결정한 것은 '한국 적대시 정책'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복잡한 셈법과 진의를 알 수 없는 말로 연막 공세를 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극일'을 내걸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친 형국이다.

정면으로 맞부딪친 만큼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이 싸움의 주요 분기점은 8월 15일 (광복절), 위에서 밝힌 8월 24일~28일, 그리고 새 일왕(나루히토 일왕) 공식 즉위일인 10월 22일 등이다. 일본 정부는 공식 즉위식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195개 수교국 정상에게 초청장을 보낸 상태이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도, 한국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한 2일 오후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일본이 경제보복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한 2일 오후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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