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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와인품종은 525종이 넘는다

"여기 심어진 포도나무들은 품종이 모두 다른 나무들이에요.여기 심어진 것만도 50여 종이 넘어요. 새로운 와인을 개발하고 더 맛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지요."
 

이미 11세기부터 와인을 제조해 온 알라베르디 수도원의 수도사의 말이다. 수도원 앞 마당의 작은 포도밭의 나무들은 조지아 와인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조지아에서 재배되는 포도품종은 525종에 달한다. 알라베르디수도원에도 50여 종의 포도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 알라베르디 수도원에서 만난 수도사   조지아에서 재배되는 포도품종은 525종에 달한다. 알라베르디수도원에도 50여 종의 포도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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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종에 달하는 포도 품종들은 모두 유라시아 품종을 작물화해서 야생품종과 반복적인 교배를 통해서 얻은 결과이다. 조지아에서 재배되는 와인제조용 포도품종은 525종에 달한다. 실제로 사용되는 품종은 제한적이지만 조지아 와인이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과 무한한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지아는 비록 영토는 작지만 지역별로 기후와 토양, 습기, 햇빛 등 자연환경이 매우 상이하여 지역마다 재배되는 포도품종도 다르다. 지역에 따른 포도품종의 다양성은 곧바로 조지아 와인의 개성과 다양성으로 이어져 조지아 와인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조지아와인의 대표 포도 품종들

조지아의 대표적인 레드품종은 사페라비이다. 사페라비는 카헤티의 토착 품종이지만 조지아 전역에서 재배된다. 드라이와인, 세미스위트 와인과 로즈 와인에 두루 사용된다. 

그 밖에 지역별로 시다카르틀리 지역의 타브크베리와 샤프카피토, 이메레티 지역의 오츠하누리 사페레와 우사헬레우리, 라차지방의 알렉산드르울리, 무주레툴리 등의 레드 품종이 있다.

와인 애호가였던 스탈린은 과일향이 풍부한 이메레티의 우사헬레우리품종으로 만든 우사헬레우리 와인과 알렉산드로울리, 무주레툴리로 만든 흐반치카라 와인을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카르틀리 지역의 샤토 므흐라니에서 생산되는 고룰리 므츠바네 와인.
▲ 고룰리 므츠바네   카르틀리 지역의 샤토 므흐라니에서 생산되는 고룰리 므츠바네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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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앙의 화이트 품종으로는 단연 르카치텔리가 꼽힌다. 서기 1세기 무렵부터 카헤티의 크바렐리, 라고데끼 지역에서 경작되기 시작한 품종으로 클래식와인(유럽방식)과 크베브리 와인에 모두 사용되며 종종 므츠바네와 키시를 블랜딩하여 사용된다. 이 밖에 카르틀리의 고룰리 므츠바네와 치누리, 이메리티의 트시츠카, 촐리코우리, 크라후나, 산악지대인 라차지역의 촐리코우리, 추우키지스 테트라 품종이 주요 화이트 품종으로 꼽힌다. 

조지아의 주요 와인 산지와 PDO

조지아에는 수 백개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가 있고 그보다 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는 곧 와인 선택의 폭이 넓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좋은 와인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가짜 와인들까지 시장에 난립하는 상황에서 조지아 와인 품질관리 정책인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생산지 보호정책)와 와인너리, 와인에 대한 평판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알라베르디 수도원 와이너리. 수도원 주변의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 알라베르디 수도원 와이너리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알라베르디 수도원 와이너리. 수도원 주변의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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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의 포도산지는 크게 카헤티, 카르틀리, 이메레티, 라차-레츠후미, 구리아, 사메그렐로, 메스헤티, 아브하지아, 아차라 등 10개 지역으로 나뉘는데, 동부 카헤티 산지가 전체 산지의 65%를 차지한다. 이메레티 지역은 가장 흥미로운 품종이 재배되는 지역이다. 흐반치카라용 포도가 재배되는 라차지역은 리오니 강 주변의 산악지대라 수확량이 매우 적다. 

프랑스의  AOC처럼 조지아 와인 역시 PDO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모두 18개의 PDO가 있다. 찌난달리, 구르자니, 바지수바니, 마나비, 카르데나히, 티바아니, 카헤티, 무쿠자니, 나파레울리, 텔리아니, 킨즈마라울리, 아하쉐니, 크바렐리 등 14개 PDO가 카헤티 알라자니강을 중심으로 밀집돼 있으며, 기타 지역에 아테니(카르틀리), 스비리(이메레티), 흐반치카라(라차), 트비쉬(레츠후미)가 있다. 

지역별로 대표적인 와인생산자로는 카헤티 지역의 알렉산드르 차프차바제 와이너리, 카헤티 와인 길드, GWS(Georgia Wine & Spirits), 텔리아니밸리, 샤토 마레, 킨즈마라울리 마라니, 킨즈마라울리 코퍼레이션, 하레바, 슈미, 올드 트윈스 셀러, 텔리아니, 슈미, 그라넬리, 카르틀리 지역의 KTW(Kakhetian Traditional Winemaking), 샤토 무흐라니 그리고 트빌리시의 트빌비노를 꼽을 수 있다. 

피전트 티어즈(Pheasant's Tears), 알라베르디 수도원, 텔라비 와인셀러, 니카 와인셀러, 마나비 로얄 포도원, 올드 트윈스 셀러 등은 카헤티 전통 크베브리 와인 생산자로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조지아의 유명 와인 


최근 조지아 와인은 국제 박람회나 와인 대회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찌난달리, 흐반치카라 등 몇몇 와인은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제한적이나마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인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참고로 조지아 와인의 이름은 대체로 PDO의 이름을 따서 짓는 경우가 많으며 임의로 PDO명을 사용할 수 없다. 

① 화이트 와인 

<찌난달리>. 1886년 카헤티왕가인 알렉산드르 차프차바제공의 와이너리에서 출시된 와인으로 조지아 최초의 병입와인이다. 알라자니강 우안의 찌난달리 PDO에서 수확한 르카치텔리와 므츠바네(15-20%)를 블랜딩해서 만들며, 오크통에서 약 2년간 숙성시킨다. 밝은 금색을 띠고 벌꿀 향내가 섞인 꽃향이 특징이다. 
 
   1888년 프린스 알렉산드르 차프차바제 와이너리에서 출시된 화이트 드라이 와인으로 조지아 최초의 병입 와인이다. 조지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중의 하나이다.
▲ 찌난달리 와인   1888년 프린스 알렉산드르 차프차바제 와이너리에서 출시된 화이트 드라이 와인으로 조지아 최초의 병입 와인이다. 조지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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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지닌 찌난달리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여러 차례 맛이 바뀌었으며, 1950년대에는 소비에트 정권의 주류개혁정책에 의해 'NO. 1'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지금도 찌난달리 라벨에서 'NO. 1'이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과거처럼 3년간 숙성시키는 일도 매우 드물지만 찌난달리에 고유한 부드러움, 에너지, 향과 생생함을 간직하고 있는 가장 클래식한 조지아와인이다. 

<구르자니>. 알라자니강 우안의 구르자니 PDO에서 재배한 르카치텔리와 므츠바네를 블랜딩하여 만들며 1943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조지아 와인 중의 하나이다.

<르카치텔리>. 조지아 화이트 와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와인이다. 카르다나히 지역에서 재배된 르카치텔리 품종으로 만들며 깊고 복잡한 맛을 지니고 있다. 크베브리 와인용으로는 완벽한 품종이다. 

이외에 샤토 므흐라니에서 출시되는 <고룰리 므츠바네>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이 와인은 카르틀리 지역의 대표적인 화이트 품종인 고룰로 므츠바네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가볍고 향긋한 풍미가 일품이다. 

② 레드 와인

<사페라비>, <크바렐리>, <나파레울리>, <알라자니 밸리>, <텔리아니>. 대표적인 레드 드라이 와인들로 카헤티의 동명 PDO에서 재배된 사페라비 품종으로 만든다. 단 <텔리아니>는 국제품종 카베르네 쇼비뇽을 사용하며 <알라쟈니 밸리>는 특정 PDO가 아닌 카헤티 지역에서 재배된 사페라비를 사용하므로 일관된 품질보장이 어렵다. 
 
   스탈린이 사랑했던 흐반치카라. 라차 지역의 동명의 PDO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들어진다. 약 20여 종의 흐반치카라가 생산된다.
▲ 조지아 흐반치카라 와인  스탈린이 사랑했던 흐반치카라. 라차 지역의 동명의 PDO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들어진다. 약 20여 종의 흐반치카라가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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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반치카라>. 대표적인 세미 스위트 와인(디저트와인). 1917년 혁명 이전 이메레티의 라차 지방의 왕족 가문인 키피아니 가문의 레반과 드미트리 왕자 형제가 처음 출시한 와인으로 유럽 와인 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에는 가문의 이름을 따서 <키피아니 와인>으로 불렸으나 흐반치카라의 애호가였던 스탈린은 인민의 적인 왕족의 이름 대신 포도재배 지역의 이름을 따서 흐반치카라로 부르게 하였다.

이메레티의 라차지역의 암브롤라우리 마을의 해발 450-750m에 위치한 흐반치카라 PDO에서 생산되는 무주레툴리와 알렉산드라울리 품종을 사용하며 다른 와인들과 달리 4-5도의 서늘한 온도에서 숙성시킨다. 단맛을 내기 위해 어떤 첨가물도 사용하지 않으며, 차게 해서 마셔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20여 종의 흐반치카라가 생산된다. 

<킨즈마라울리>. 세미 스위트 와인. 1942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소연방 시절 가장 소비량이 많았던 와인이다. 크바렐리 인근 해발 250-550m의 알라자니강 좌안의 킨즈마라울리 PDO에서 재배된 사페라비를 사용한다. 

<무쿠자니>. 드라이 와인. 1888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카헤티 구르자니 마을 안쪽의 무쿠자니 PDO에서 재배한 사페라비를 사용하고 참나무 오크통에서 3년 동안 숙성시킨다. 빛도 투과되지 않을 정도의 짙은 붉은색을 띤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수상한 조지아 최고의 레드 와인, '와인의 왕'으로 꼽힌다.

독재자 스탈린이 와인애호가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최고의 와인전문가들이 엄선한 와인을 비행기로 크레믈린으로 공수해 올 정도로 스탈린의 와인사랑은 남달랐다. 킨즈마라울리, 흐반치카라, 찌난달리 와인은 스탈린이 가장 좋아했던 와인들로 꼽힌다. 그 덕분인지 이들 와인은 조지아 와인 중에 가장 명성이 높다. 1945년 얄타회담에서 루즈벨트와 처어칠에게 제공된 와인은 국제품종으로 만드는 텔리아니 와인이었다. 

감리롭고 로맨틱한 와인과 독재자의 이미지는 왠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다. 스탈린이 유독 조지아와인을 즐겨 마신 이유는 어쩌면 조국 조지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었을까.(*스탈린의 고향은 조지아 카르틀리주 고리시이다)

덧붙이는 글 | * 본 기사의 지명과 와인이름 등은 러시아어 원문을 실제로 소리나는대로 표기하였다.


태그:#조지아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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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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