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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 그 선택의 폭을 최대한 좁혀 들어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소멸시켜야 한다."

일본이 내달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호 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송기호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한 '손발 묶기'를 강조했다.

일본이 노리는 결론이 자가당착인 이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자민당본부 개표센터에서 TV 중계를 보면서 참의원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자민당본부 개표센터에서 TV 중계를 보면서 참의원선거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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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문자메시지에서 지난 4월 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역 분쟁 결론을 담은 WTO 분쟁해결기구의 판결문 중 일반 이사회 회원국 자격으로 공식 의견을 제시한 일본의 주장을 발췌, 그들의 논리를 반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역 분쟁도 겉만 보면 한국과 일본의 갈등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러시아가 군수물자 유입가능성을 제기하며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무역 제재를 했고, 이 갈등이 WTO 제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가하며 불화수소 북한 반출을 주장, 안보를 앞세운 흐름과 비슷하다.

모순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안보를 이유로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일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역 분쟁 땐 관련 조항의 "남용 위험"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WTO판결 의견서에서) '경제 외 이유로 무역 제한은 안 된다', '필수적 안보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하고 무역 조치와 필수적 안보 사이의 합리적 연관이 있어야 한다' '안보 목적 조치를 하는 나라에 일정 판단 재량은 있지만 그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할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일본 논리에) 의하더라도 반도체 핵심 소재 보복 조치는 안보 조치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당성 입증 책임 있다"고 말했던 일본, 지금은? 

일본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논리는 WTO의 가트(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 GATT) 조항은 21조(안보 예외)에 맞닿아 있다. 자국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일부 유형(b항)에 따라 규제 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항목이다. ▲무기, 탄약 및 전쟁 도구의 거래에 관한 조치와 군사시설에 공급하기 위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행하는 물질 거래 ▲전시 또는 국제관계에 있어 비상 시 취하는 조치 등이 그것이다.

송 변호사는 이 항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준 전시 상태에 준하는' 대치를 벌이고 있지 않을 뿐더러, 전략물자 반출 주장 또한 일본 측의 주장일 뿐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우처럼 준전시 상태가 돼야 '안보 예외'라는 규정이 적용 되는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체결한 안보상 신뢰하고 있는 나라로, 두 나라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지소미아 폐기론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일본이 저런다고 해서 우리가 (협정을) 깰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본 조치가 지소미아 연장에 대한 결정 변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역 분쟁 당시 일본의 의견서를 보면, 일본 또한 "실제 21조의 남용 위험은 WTO에서 수년 동안 지적돼 왔다"면서 "1982년 각료회의 당시, 비경제적인 이유로 제한적인 무역 조치를 취하는 것은 금했다"며 해당 조항을 무분별하게 적용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안보상 제재'가 허용되기 위해선 "충분히 구체적인" 회원국들의 검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대목도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WTO 분쟁해결기구 판결문에 수록한 의견서에서 "안보 목적 조치를 하는 나라에 일정한 판단 재량은 있지만, 그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은 지난 4월 WTO 분쟁해결기구 판결문에 수록한 의견서에서 "안보 목적 조치를 하는 나라에 일정한 판단 재량은 있지만, 그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WTO 공개 자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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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치는 현재진행형, 견제는 WTO 제소"

이뿐 아니라 WTO 제소 과정에서 일본이 안보 예외 규정인 21조를 부각할 시, 이를 뒤집는 한국 측의 대응책 마련을 제시한 분석도 존재한다. 일본이 상황에 따라 달리 제시하는 안보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천기 부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제출한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한 국제통상법적 검토'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는 이번 수출 강화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 내지는 외교, 정치적 마찰을 이유로 부과했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일본 참의원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인 '국가 안보' 목적과 맞지 않는 언급이 일부 있는 바,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불화수소 유출'에 대한 사실관계 검증을 계속해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양자협의에서처럼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반출됐다는 주장에 사실관계 및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일본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무역 갈등(Russia ­ Traffic in Transit) 사건에서 WTO (회원국) 패널이 제시한 신의성실 원칙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송 변호사는 'WTO 제소 무용론'에 대한 반박도 내놨다. 일본의 무역 제재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넘어 장기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WTO 제소는 일본의 추가 조치를 '주춤'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WTO 제소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승소하더라도 마땅한 대응책 없인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 변호사는 제소만으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일본의 조치는 현재 진행형이다. 완성된 게 아니다. WTO 판결 이후의 상황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소극적인 해석이다. (제소를 통해) 일본이 지금 취할 조치를 견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예를 들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빼면서 (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적용하는) 포괄 허가를 (한국에) 몇 개나 허용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제소를 하면) 일본은 패소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규제) 선택의 폭을 좁힐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이 원천 핵심 기술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지금은 일본의 조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송기호, #일본, #아베신조, #경제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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