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성소수자 여군의 성폭력 가해자인 직속상관과 함장에 대해 각각 징역 10년과 8년형이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온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공대위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이에 공대위는 사건에 대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여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 군사법원 판결의 문제점 등을 짚는 기획기사를 총 7회에 거쳐 연재할 예정이다. 첫 번째 글은 김은경 젊은여군포럼대표가 썼다.[편집자말]
지난 2018년 11월, 고등군사법원은 해군 함정에서 여군 부하에게 성폭력을 가한 상관 가해자 2명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판결문 내용을 본 여군 선배들, 그리고 내 주변의 해군 예비역과 현역들은 한목소리로 분노했다. 고등군사법원 재판부가 다음과 같은 군의 특성, 특히 해군 함정의 환경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저항하지 않아서 무죄? 해군 함정의 특수성 무시

첫째, 고등군사법원은 군의 상명하복 규범을 무시했다.

많은 국민이 아는 대로 군 조직은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전장의 혼란을 통제하기 위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특히 상관에 대한 상명하복에 대해서는 군형법으로 규정해서 이를 어길 경우, 전시 상황에서는 사형을, 평시에도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정도로 엄히 처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해군 장교가 되기 위해 경쟁률이 치열한 선발시험을 통과한 후 '장교 양성 교육'을 마치고 처음으로 근무하게 된 배에서 일어났다. 해군 장교 양성 과정은 군대 교육과정 중에서도 훈련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데, 군기가 바짝 든 낮은 계급의 '소위' 피해자가 '소령'인 직속 상관 1차 가해자와 배의 함장이자 '중령'인 2차 가해자에게 느꼈을 절대적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여군 피해자의 89%가 입대한 지 5년이 안 되는 소위, 하사 계급이었고, 피해자의 15.3%는 피해가 발생해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는 군에서 상관이 주는 위압감과 소속된 부대에서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통계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그 배를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신고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2심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가해자의 위력을 무시하였다. 2심 재판부는 군인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관 복종의 의무' 또한 고려하지 않았다.

둘째, 고등군사법원은 해군 함정의 공동체 명예심을 무시했다.  

군의 근무환경은 특수하다. 그중에서도 55만 명의 다수가 근무하는 육군 부대와는 달리 3만여 명에 불과한 해군, 특히 함정에서의 생활은 더 열악하다. 군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군 함정 근무자는 스트레스, 우울증이 일반인 경계 이상의 비율을 가지고 있다(군진간호연구, 2011). 철판으로 된 배의 구조상,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과 겨울의 얼어붙는 한파와 싸우며 벌집 모양 격실(compartment, 건물 또는 기구의 바닥이나 벽 또는 기둥에 만들어진 공간)에서 엔진 소음과 기름 냄새를 견디어야 하는 함정 근무자들에게 요구되는 정신은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다.

피해자가 탄 배는 길이가 약 103m, 그리고 폭이 약 12m에 대포와 어뢰 그리고 미사일까지 탑재하고 있어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그 작은 공간에 180여 명의 해군이 근무하는데, 그 중에 피해자와 같은 장교는 16명에 불과하다. 16명의 장교가 생활하는 공간은 부하인 병사, 부사관들과 분리되어 있어서 작은 거실이 곧 사무실이자 지휘통제실이고 24시간 밀착되어 있다.

이들은 한 번 출항하면 20일 정도를 항해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배보다 더 밀착된 집단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는 이 공동체 집단을 지휘하는 16명 장교 그룹의 일원으로서 동료와 부하들 그리고 함정 공동체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피해자의 지인이 2심 무죄 판결 직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린 국민청원을 보면 '군 복무와 군 조직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성폭력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라는 발언이 있는데, 이를 본 해군 선배들은 다들 눈시울을 적실 정도로 그녀가 지키려고 한 '공동체 팀워크 정신'에 공감하고 존경을 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고등군사법원은 해군 함정의 일원으로서 피해자가 지키려고 한 명예심과 자긍심을 무시하고 '저항하지 않고, 신고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중 처벌도 모자랄 판
  
 지난 2000년 대통령령으로 창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하게 된 고등군사법원의 법정 내부.
 지난 2000년 대통령령으로 창설 서울 용산 국방부 내에 위치하게 된 고등군사법원의 법정 내부.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셋째, 해군 함정의 '함장'과 상관인 '포술장'에게 가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에서는 부대관리훈령이라는 행정규칙을 만들어서 군의 조직인 부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명시하고 이를 지키도록 엄정하게 규제하고 있다. 훈령 16조 1항에는 '지휘관의 책무'가 있어서, 부대의 성패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전권을 위임하고 그만큼 권한과 책임을 강조한다. 

특히 해군 함정의 경우에는 함장에게 다른 군과 달리 '현장에서의 즉결 조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행위나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것인데, 해군 함정 자체가 떠다니는 영토로 취급되고 바다 위라는 특성상 육상처럼 하나 하나 보고하고 조치를 취하면 이미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에 이러한 권한이 부여된다.

이처럼 해군들은 '영국 여왕이 군함을 방문해도 함장석은 앉지 못한다'라는 국제적 일화가 있을 만큼 배의 선장으로서 함장에게 절대적 권한을 부여하는 관례를 자랑한다. 이러한 함장의 권한은 배 위에 대포와 어뢰, 미사일 등 모든 무기를 통제하는 '포술장'이라는 직위에도 위임된다. 배의 함장과 포술장은 그 권한이 큰 만큼 배, 그리고 배의 구성원인 부하들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배가 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여군은 직속 상관인 포술장 가해자에게 업무 일체를 통제받고 수시로 보고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좁은 격실로 된 포술장 사무실에서 수시로 성폭력을 포함한 괴롭힘을 당해도 피할 수가 없었다. 더 나아가 이 문제를 엄중하게 해결해야 할 배의 최고 지휘관으로부터 다시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그녀는 군인이기에 다시 배를 타야만 했다.

함정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해군들이 이번 사건에 2배, 3배 비분강개하는 것은 함정의 특수성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내에서는 이번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에게 법을 가중치로 적용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명 공동체로서 함정의 군기가 무너지면 그 많은 구성원들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넷째, 해군의 자긍심을 지키려 한 피해자와 이를 깨버린 가해자들의 모순된 행위다.

2018년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여자 군인은 전체 군 병력의 5.9%인 1만 명인데, 22년도까지 8.8%인 1만7천 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해군이 육군보다 더 높은 9.1%의 비중으로 여군을 활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는 해군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함정 배에 배치된 여군들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결과로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 발전에 따라 무기체계가 섬세해지고, 인구절벽 시대 부족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려면 여군의 활용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국방부 개혁 방향이기도 하다. 피해자 여군도 아래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여군들과 같이 '해군 최초의 자랑스러운 여군 1천여 명 중 한 명' 이었다.

이 같은 여군의 발전상을 고려할 때 해군 함정의 단결과 사기를 해치는 이번 사건 가해자들을 무죄 판결한 것은 고등군사법원의 너무나 안이한 처사라는 것이 뜻 있는 해군들이 비분강개하는 이유다. 

본 사건의 피해자는 당시 함정에 첫발을 내디딘 여군 대표자로서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성희롱과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높은 인사 평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가해자 함장과 포술장은 피해자인 부하가 함정 내 따돌림, 불명예, 상명 불복종 등등 모든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저항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저지른 성폭력이라는 불법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 십 년간 몸담아 온 해군 함정의 특수성을 스스로 무시하는 모순된 발언이다. 필자 또한 예비역 군인의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참 부끄러운 선배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서울함의 외부 모습.
 망원한강공원에 위치한 서울함의 외부 모습. 폭행 사건이 발생했던 배와 종류는 다르지만 함정 내부는 대체로 구조가 비슷하다.
ⓒ 유지영

관련사진보기


이 사건은 해군 함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상하관계에 있는 여군 피해자와 남군 가해자 간에 위력, 그리고 규범과 규칙, 군형법 등등을 깊게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다.

2심 고등군사법원은 해군 함정 배와 같이 군의 격오지(도시나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의 깊숙하고 외진 지역) 지휘관이 성폭력 가해자가 되었을 경우 부대 병영 문화에 미칠 중차대한 심각성을 생각해서 가중 처벌까지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군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기존의 성폭력 사건의 판단기준만을 앞세워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제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군인이었던 우리들이 보기에 해군 함정이 가진 특수성과 지위를 이용해 책무를 저버린 이 사건은 무죄가 아니라 가중처벌되어야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은경 (예비역 육군 대위, 인사조직 컨설턴트)님입니다.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